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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륵사탑의 아름다움과 복원된 탑의 미움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를 곰곰이 따져보았다. 그것은 실제로 돌이 죽어 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복원된 탑은 자연석이 아니라 인조석으로 만든 탑처럼 보인다. 돌을 정으로 쪼은 것과 기계로 깎은 것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낱낱 부재를 이어맞춘다는 것은 돌 하나하나의 성격이 살아 있는 연결이어야 하는데 복원된 것은 마치 긴 돌이 없어서 그랬다는 듯이 낱장 낱장의 성격을 죽여버리니까 이같이 박제된 시체처럼 된 것이다. 그것은 기계만 과신하고 손의 묘를 가볍게 생각한 탓이다. 요즘 유행하는 무덤 앞의 석물들이 옛날 것과 달리 멋도 없고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도 정으로 쪼은 것이 아니라 기계로 깎은 것이라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형식상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정신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는 공사계획과 견적에 따라 석조물을 복원한다는 생각에서 한 것임에 반하여 백제 사람은 절대자를 모신다는 종교 하는 마음으로 했다는 사실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리라.
..그래도 이 미륵사의 20세기 석탑이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다. 그것은 해 넘어간 어둔 녘 희끄무레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다. 하기야 그런 상태에서는 어떤 여인도 다 괜찮아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