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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144p.
.."만약 그녀가 그와 같은 계층의 사람이기만 했다면……. 친구의 딸이라거나……."
..마플 양이 얘기를 가로막았다.
.."아, 하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만족스럽진 않았을 거예요. 코페투아 왕과 거지 소녀의 이야기와 같은 거죠. 당신이 정말로 외롭고 지친 노인이라면, 그리고 당신의 가족들이 당신을 등한시해 왔다면……."
..그녀는 잠깐 말을 멈췄다.
.."당신의 훌륭함에 압도될 누군가의 편을 드는 것이(다소 감상적으로 표현하면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기 바랍니다.) 훨씬 더 즐겁겠죠. 그러면 당신은 자신이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될 테니까요. 자애로운 군주라도 된 것처럼 말이죠! 상대방은 더욱 감탄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당신은 기분이 좋겠죠."

209p.
.."당신은 그를 좋아하는 겁니까, 좋아하지 않는 겁니까?"
.."그야 아주 좋아하죠. 그리고 동시에 증오합니다. 설명해 드리죠. 콘웨이 제퍼슨은 주변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비롭고, 친절하고, 너그럽고, 그리고 애정이 깊은 독재자입니다……. 하지만 그가 곡을 연주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의 피리 소리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합니다."

214p.
.."나쁜 소식을 들으면 거의 항상 거기에 대한 방어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소식을 듣는 사람은 정신이 멍해져서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죠.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완전히 실감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요. 하지만 문이 쾅 하고 닫힌다거나, 누군가 찬장에서 튀어나오거나,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차가 쌩하고 달려오면…… 이런 일들은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죠. 그런 경우엔 놀란 나머지 심장이 소위 방망이질하듯 뛰는 겁니다."

261p.
.."서머싯 하우스요? 오, 아니에요. 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답니다. 마을에는 온갖 소문이 다 퍼지죠. 두 분이 말다툼하는 것을 보니 그건 마치 결혼 초기에나 일어날 법한 모습이더군요. 동거 관계에서 있을 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답니다. 결혼을 하면 확실히 다른 사람의 성미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들 하죠. 합법적인 결합이 없는 상태에선 서로 훨씬 더 조심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모든 것이 평화로운지를 계속 확인해야만 해요.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감히 싸움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싸움과 그리고 음…… 적절한 화해를 상당히 즐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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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p.
..여자가 편안한 긴 의자 위에 앉는다. 밖으로 나가 다시 시내를 살피며 길을 찾아갈 뜻이 더는 없다. 사방 벽을 주의 깊게 살펴본 뒤 여인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본다. 부운 발, 신발을 쳐다보며 요 며칠 걸어 다녔던 길을 생각해본다. 넓은 도시를 걸어 다니며 점점 더 외롭고 피곤했다. 이 방의 아름다움이 그녀를 감동시키지 못하지만 기운을 다시 차릴 기회를 준다.
..여인이 눈을 감고 내가 있건 말건 상관없이 긴 의자 위에 몸을 누인다. 눈을 감은 채 가지런히 누워 있다. 그렇게 그녀는 그 방을 살려내고, 내가 늘 조심스레 건넜던 그 문턱을 넘어와 완전히 방을 소유한다.

142p.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그 그늘은 구출이라기보다 패배였다. 생각해보면 바다는 늘 감수해야 할 혹은 넘어가야 할 야생의 요소, 열망하는 혹은 증오하는 요소다.

183p.
..이젠 더는 혼자 산책도 못해요, 아빤 더는 움직이지 못해요. 아빠는 바다가 절대 흔들리지 않기를 원했어요. 아빠는 모두와 다 잘 지내고, 방해를 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아쉬운 부탁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바다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빠는 그걸 내게 요구했어요. 아빠의 절약을 받아들이고, 아빠는 헌신적인 사람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집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달라고 요구했어요.

189p.
..결국 환경 곧 물리적 공간, 빛, 벽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이 맑은 하늘 아래 있는지 빗속에 있는지 여름날 맑은 물속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차 안인지 자동차 안인지, 해파리 떼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을 뚫고 날아가는 비행기 안인지는. 머물기보다 나는 늘 도착하기를, 아니면 다시 들어가기를, 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쌓다가 푸는 발밑의 작은 여행 가방, 책 한권을 넣어둔 싸구려 손가방.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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