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의 책 낮은산 너른들 12
하은경 지음, 권문희 그림 / 낮은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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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산이라는 저잣거리의 소매치기 아이가 허균대감을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

읽는 내내 어찌나 마음이 숨가빠지고 찡 하던지..

책 목차에서 "깨우칠 날이 올 터이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산이 훔쳤다고 생각하지만

백산을 꾸중하고 혼내지 않으면서도 정신을 들게 했던 말. 백 대의 매보다 더 정신을 들게 하지 않았을까.

서자가 차별받고 그 서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세상에서 허균의 사상과 그의 친구들은

자리가 없었다. 이 야기는 허균의 홍길동전이라는 이야기를 짓는 과정에  백산이라는 아이가 대감님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모티브를 주어 이야기가 막힐 때마다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백산아 이것은 네 책이다"라고 말씀해 주시던 멋진 허균 대감님.  변할것 같지 않던 백산의 마음변화가 마지막에 마음을 울린다. 비록 허균 대감은 역적으로 몰려 사라져 같지만, 마지막 챕터에서 다시만난 허 대감은 한사람이 사라졌다 하여도 그가 남긴 사상이나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얼마전 '책과 노니는 집'을 읽고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는데 이 책은 그 책과 이야기의 내용은 다르지만 희한하게 비슷하게도 마음을 먹먹하게한다.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 책을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읽고 뭔가 마음에 남겼으면 좋겠다. 역사적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들이대는 책이 아닌, 읽고 나면 대책 없이 감동주는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읽혔으면 한다. 옛날이야기처럼 술술 읽혀 쉽고, 어려운 말로 표현하지 않았으며 꼭 배경 지식(신분제도나 서자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듯, 홍길동전을 지은 사람이 허균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할까?)이 많지는 않아도 쉽게 읽힐 수 있을것 같다.

p174허대감이 바라던 세상이 그렇게 책 속에서 완성되었다. 백산이 미처 듣지 못햇던 마지막 대목은 참으로 행복한 이야기였다. 이제 홍길동전은 저잣거리를 오가는 숱한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어쩌면 후세로 멀리 더 멀리까지. 그러나 백산은 칼에라도 베인듯 가슴이 아파왔다. `대감마님은 참말 멍텅구리야!` 백산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서자도 아니면서 죽을 때까지 그들 편에 서있던 사람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p181 "그건..."말을 꺼내려니 생각만으로도 감슴이 벅차올랐다. 백산은 용이를 보고 씩 웃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용이를 뒤로하고 백산은 생각했다.
`그건 말이야...언젠가 박치의 나리를 만나면 자금을 대 줄 생각이야. 물론 나도 그들과 같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은 채 백산은 동무와 함께 밤길을 걸었다.

p183 작가의 말.
편한 길을 마다하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부와 지위와 명예, 모든것을 다 갖춘 사람이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일 또한 흔치 않다. 그가 결단을 내리기까지 겪었을 고독과 고뇌가 느껴져 한동안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허균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든것을 버렸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휴머니스트였다. 다행히 홍길동전이 오래도록 읽히고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문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가진사람들이 더 많이 갖고 싶어 탐욕을 부리는 세상이다. 바라건대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의 눈이 커져서 주위 친구들을 잘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난하고 약한 친구들, 따돌림 당하는 친구들을 어루만질 줄 아는 마음이 생겨난다면 참 좋겠다.
늘 그렇지만 많이 알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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