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와 나무군 봄볕어린이문학 24
최소희 지음, 김진미 그림 / 봄볕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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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이야길 통해서 잘못인지 모르고 행동했다고 해서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하마터면 이야기의 앞부분, 고라니가 무군이에게 진짜 단짝을 만나려면 전학온 아이의 점퍼를 숨기라고 한 것을 나쁜 일이라고 생각 안할 뻔했다. 나무군, 진구, 사냥꾼, 선우, 고라니(사슴의 가면?)을 통해 여러 가지 되돌아볼 거리를 준다.
진구처럼 잘못을 하고도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아이(대부분, 장난이었다가 주 특기이다)
나무군(잘못을 했을까봐 오히려 더 걱정하는 아이. 때로는 실수하기도 하지만, 진심어린 마음이 있기에 사람을 잃지 않는다.)
사슴&고라니(은헤를 갚기 위해 나쁜 일을 알려 주었지만, 그게 왜 잘못이냐고 한다. )
나무꾼(선녀를 잃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선녀를 만난 방법 자체가 잘 못된 것이다. )

지금의 어린이들은 옛날이야기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선녀와 나무꾼의 원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이 좋은데, ...그 이야길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옛날 이야기 중에는 그때는 그런 의미를 몰랐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잘못된 방법이나 가치관등 재평가 되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법을 안다면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한 시간 남짓 읽은 어린이 동화책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선녀가 길을 잃었지만, 다른 경로로 잘 달려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선녀와 아이들도 잃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벌을 받았다는 나무꾼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벌 일지도.

인상깊은 몇 구절을 소개한다.

8
옛날 옛적이 아니라
어제이거나 오늘이거나 내일인 요즘 어느 날,
깊고 깊은 산속이 아니라
앞으로 보면 높다란 아파트가 있고
뒤로 보면 널따란 찻길이 있으며
그 위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가 많은 어느 도시에
‘나무군’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다.

132
“그렇다 해도 고라니는, 아니 사슴은 나무군을 장가가게 해 주었잖아요. 선녀를 괴롭게 만들었다니 말도 안 돼요.”
“선녀에게 물어보지 않았잖아. 한 사람의 원치 않는 희생으로 만든 행복은 절대로 옳은 일이 될수 없어 자기가 한 짓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괴롭혔는지 모르고 오히려 도와줬다고 착각하는 게 진짜 문제야.”
“그러고 보니 선녀 마음이 어땠을지는 생각도 안 했어요. 하늘 나라 선녀님이 땅에서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148
“진구는 뉘우치고 반성하는 게 뭔지 몰라. 그러니 네가 그 마음을 가르쳐 주는 거야. 그리고 장난이라면서 또 친구를 괴롭히려 하면 나쁜 짓이라고 알려줘.
진구한테만 맡겨 놓으면 늘 하던 대로 할 거야 원래 그런 애라고 내버려 두면 괴롭히고 괴롭힘당하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아. 네가 옆에서 한마디씩 해 주면 차츰차츰
나아질 거야. ”

149
“우리 이모가 원래는 파스타 식당을 했는데요. 하도 장사가 안 돼서 칼국수로 종목을 바꿨거든요. 사냥꾼님도 전에는 호랑이, 곰, 사슴 같은 짐승을 사냥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짐승들이 흔하지 않은 데다 함부로 사냥을 못 하게 돼서 꼬리표 다는 일로 사냥감을 바꾼 거예요. 맞죠?“

152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일으키자고 생각했어. 낡고 해진 날개옷을 부여잡고 울고만 있기에는 나한테 너무 미안했어. 나는 잘못한게 없으니까.
돌이킬 수 없다면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수정합니다, 하고는 다른 길을 알려 주는 것처럼, 뜻하지 않게 경로를 벗어났으니까
다른 길로 가는 것뿐이야. 나는 지금 고속 도로를 벗어나 낯설고 험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어. 빠르고 화려하진 않지만 멈춰 서 있는 것보다는 나아.”
“그 시골길이 사냥꾼의 길이군요.”
“친구를 괴롭힌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다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세상 끝까지 쫓을 수 있는 일이지. 날개옷이 있었으면 더 잘했겠지만 날지 못하면
킥보들 타고 달리면 되는 거야.”
사냥꾼이 킥보드를 툭 쳐 보였다.
“맞아요. 요즘 킥보드가 얼마나 빠른데요. 그런데 사실 날개옷이 멀쩡했으면 사냥꾼 안 하고 선녀님 했겠지요.”
“오, 그랬겠네.”

155
“아까 고라니가 말한 것처럼 나무꾼은 꼬리표 달지 않아도 된요?사슴이 시킨 대로 해서 죄가 없나요?”
“그럴리가....아무리
사슴이 시켜도 나쁜 일이면 하지 말았어야지. 선녀 옷을 훔친 건 나무꾼이야. 선녀를 직접 괴롭힌 건 나무꾼이라고.”
“그럼 나무꾼도 꼬리표를 달고 사나요?”
“꼬리표는 아니지만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았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벌 같은 거.”
“아, 나무꾼은 땅에 내려왔다가 다시 하늘 나라로 올라가지 못했지요? 선녀와 아이들이 보고싶어서 아직도 하늘을 쳐다보며 울고 있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벌도 받았지.”
“다른 벌이라니, 어떤 벌이에요?”
“너 요즘 주변에서 나무꾼 본 적 있니?”
“나무꾼이요?요즘도 나무꾼이 있나요?”

“사람들에게 잊히는 건 참 슬픈 일이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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