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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우미옥 지음, 차상미 그림 / 사계절 / 2020년 10월
평점 :
처음 책을 손에 들었을때의 나는 여유롭지 못했다.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처음을 열다가 그냥 덮어 놓았다. 조금더 휘리릭 읽어지는 책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며칠이 흐르고 다시 책을 편다. 메모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차피 나는 아이가 아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어른이므로^^ 어른의 눈으로 책을 보기로 결심한다.
일단 5편 동화의 호흡이 좀 긴거 같다. 이야기가 긴 건 아닌데..그냥 깊은 호흡이 필요한 느낌.
내가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을 땐 한꺼번에 5편을 다 읽어주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여러가지 맛을 보기 보다는 한 번에 한 개의 맛을 깊게 느끼고 싶은 사탕.
5편의 단편들이 대체로 다 좋았지만 내 친구의 집과 인형 장례식이 참 좋았다.
내 친구의 집에서는 무슨 사회 공책 빌리러 가는게 이리도 힘든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들과 다시 함께가 된다는 설정에서 마음이 참 따뜻했다.
인형의 장례식에서는 이미 어른이 된 나도 애착이 있는 물건이 있기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낡고 현재 쓸모가 없다는건 알지만, 그 쓸모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휴대폰 때문에라는 이야기에서는 휴대폰을 주워서 바로 돌려주지 못해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준다고 하여 좋은 부모가 아닐거라는 생각. 또 가지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하는 아이의 심정도 되어본다. 아이가 휴대폰을 다시 잃어버린 아이의 서랍에 넣어 두어 다행이다.(어른마음^^)
이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가슴에 새 한 마리가 들어와 퍼덕이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개운치 못한 일을 했을때 들킬까 안들킬까 불안한 마음을 참 잘 표현한것 같다. 나도 이 퍼덕이는 마음을 힘들어한다.
멸치 인어는 다시 읽어봐야겠다. 조금만 더 내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기기에 이 책의 독자는 좀 어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100쪽 남짓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해보고, 느끼게 되어 참 좋다. 그리고 쉽게 빨리 읽히는 책도 좋지만..찬찬히 들여다 봐야하는 이 책도 참 좋다.
책 날개 작가의 소개를 읽으며, 내가 이렇게 느낀 이유를 새삼 생각해 본다.
"균형을 잃지 않고, 고요하고 깊은 곳을 바라보며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균형을 잃지 않고, 잠시 쉬어 푸른하늘과 흰구름을 응시해 볼 마음을 준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