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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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신문을 구독하고 뉴스를 챙겨보던

엄마 아빠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엄마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잠이 덜 깬 눈으로 TV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릴 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어려운 내용도,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밤새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강이라도 알아두는 재미도 있었고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든,

마음을 녹이고 따뜻하게 하는 정겨운 소식이든

감정을 빼고 늘 담백하게 전하는

앵커나 기자들을 보면서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득하게 앉아 TV를 볼 시간이 없어

신문에 큼직하게 인쇄된 헤드라인만

읽고 나가는 날도 있었지만

그렇게 방송, 언론사의 '말과 글'을

꾸준히 접한 경험은 어휘력이나 문장력 향상에

꽤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어디선가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어휘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고 알아듣기 쉽게

그러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글을 쓰는 앵커와 기자, 아나운서의 글 솜씨,

언론인들의 말 하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 호기심이 들던 찰나에


한겨레신문의 취재기자로 시작해

1,000여 명의 현직 언론인을 배출한

김창석 ㈜한겨레엔 부사장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은 일명 언론 고시라 불릴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로 입소문 난

언론사(신문, 방송) 입사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논술과 작문 전형에 대비하는

예비 언론인들을 위한

저널리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보통의 언론사는 필기시험을 통해 지원자의

문장력, 논리력, 논술 능력을 평가하기에

어떻게 해야 저널리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언론사 입사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를

담아내었다.


책에서는 저널리즘 글쓰기와 관련해

다음 세 가지의 핵심 요소를 강조하였다.


✔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 논증은 치밀해야 한다

✔ 자기 관점을 담아야 한다


전문적인 정보나 식견을 대중의 언어로

글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글에 짜임새가 있고 일목요연하게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완성도 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

내용과 형식, 접근법 등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통찰과 관점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저널리즘 글쓰기의 특성을 소개하였고


이 원칙을 기반으로

실전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한

읽기 - 쓰기 - 생각하기 세 단계에 거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독서노트를 활용해

어떻게, 어떤 종류를 선택해서 읽을지를 배우고,

이렇게 선택한 도서를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경험을 통해

제대로 '읽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고 말한다.


표현력 - 구성력 - 콘텐츠 등의 요소를

고루 키워나가는데 역점을 둔

'쓰기' 단계에서는 고쳐쓰기를 통해

글을 쓰는데 자신감을 붙이고

어휘를 선택하고 늘리는 팁을 소개하였다.


단순히 방법론이나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례 비교와

직접 첨삭한 글의 전후를 비교하여 보여주며

달라진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무엇이 잘 된 구성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속 섬세한 가르침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예비 언론인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글쓰기가 어려운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좀 더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일러주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 SNS에 글을 쓰거나 편지를 쓰고,

그 글을 다시 되돌아보면

늘 '매번 쓰는 표현'만 반복하고 있다거나

좁은 어휘력,

서론-본론-결론 식의 뻔한 구성으로

내가 쓴 글은 심심하고 '맛'이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속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거나 압축해서 표현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풀어놓아

내가 쓴 글을 보고도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싶을 때도 있고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 제목처럼

'별생각 없이' 써 내려가기 쉬운

습관적 글쓰기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의 의지와 생각을

담아낼 것인가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저자의 친절한 안내서는


글쓰기 자체가 가진 고유의 미덕,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팁을 전해주며

단순히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입시 계발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글을 쓰고 있고 쓰게 될 우리 모두에게

'나를 알리는' 수단으로서 글쓰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일러준 것 같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이라는 단어와 맞물려

'내가 상대의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내가 상대에게 하고자 하는 말과 글이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을 제대로 담았는지

먼저 되돌아보고 잘못된 말 습관, 글 습관을

고치게끔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대단한 정도는 아니어도 '글 좀 쓴다'라고

자부했던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아직 멀었구나'하는 반성의 시간과

동시에 앞으로는 조금 더 좋은 글쓰기,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언론사에서 일할 게 아니니까

'뭐 큰 도움이 되겠어'라고 시작했지만

책을 넘길수록 전문적이고 신뢰가 가는

'글쓰기 능력'이 나에게 가져올 변화는

業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고마운 인생 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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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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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있다.

'어빌리스'라 불리는 이 능력은

인간의 정신적인 힘과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 능력은 최 박사가 설계한 뉴컨밴드를 통해

물리적 힘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 능력을 활용해 아이들은 공중을 날거나,

뉴컨밴드 자체가 방패나 칼이 되어

타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어빌리스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인간 사이에서의 평범한 탄생이 아닌,

박사가 개발한 '움스크린'에서 만들어져

태어난 존재라는 점이다.

임부의 자궁을 본떠 만든 인공 자궁으로,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박사의 계획대로 특별한 능력을 더 발전시키고

어떤 '목적'을 위해 훈련되는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선우필,

뉴컨밴드와 이를 활용해 공중을 날 수 있는

멘사보드를 개발한 박사와 함께 일했고

어빌리스를 발견한 선우민 사범의 아들이다.


어빌리스라는 능력,

숨겨진 박사의 아이들에 대한 비밀은 모른 채

아빠의 제안에 따라 박사의 집에 방문했다가

박사의 '계획'에 합류하게 된다.


그의 유전자와 박사가 움스크린을 통해

탄생시킨 아이 리브를 통해

새로운 인류 구원의 열쇠를 쥔

가장 중요한 인물 '선우희'가 탄생하게 되고,


그때에 외계 생명체의 침투로 전쟁이 발생하며

인류와 박사가 만들어낸 벙커 아이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된다.


박사의 지시에 따라 벙커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존재 '선우희'가 탄생하고

자라날 때까지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인류는 외계 생명체의 지배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외계 생명체 '홀랜프'는 거대 도시를

살아남은 인류에게 제공하고,

여기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물자를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도

인간 사회의 계급은 더욱 심화되고,

홀랜프와 유사한 몸으로 변환한 새로운 인류

'페카터모리'가 상위 계급으로 인정받는다.


드디어 벙커 속의 긴 시간을 보낸 뒤

땅으로 올라온 벙커의 아이들과

특별한 존재 '선우희'는

이미 새로운 권력층이 된 페카터모리에게는

경계와 이단자의 존재로,

홀랜프에 순응하지 않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구원자이다.


과연 박사가 만들어낸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 어빌리스를 활용해

지구를 구원하고 홀랜프를 처단할 수 있을까?

리브와 선우희, 그리고 선우필은 어떻게 될까?


SF 영화에서 자주 마주할법한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인간과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로

존재할 수도 있을 외계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끈끈한 인간들 간의 결속을 보여주는

작품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움스크린이라는 인공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인간 아이들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예언자로 나타난 모습,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 결탁해 권력을 차지한

새로운 인류와 그에 맞서는 인간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등장이

낯선 소재임에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진행이었다.


부모 사이에서 평범하게 태어나 자란

인간 소년이 만들어져 태어난 소녀와

운명처럼 얽히는 전개는 자칫 밋밋할 수 있지만

그들이 움스크린을 통해 각자의 유전자로

'선우희'라는 결정체(아이)를 만들어내어

모종의 연결 관계를 갖게 된 것은

2권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후의 전개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까 궁금증을 유발했고,


벙커 속의 아이들이 '선우희'의 탄생과

어빌리스 능력의 향상을 위해 애써온 시간 동안

홀로 아버지를 잃고 갑작스레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선우필의 성장이 어떨지

기대감에 가득 차게 되었다.


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 순응하고 그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변환시켜가며 새로운 인류가 된

그들을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논점에서는 '저출생'의 해결책이자

박사가 만들어낸 움스크린으로 태어난

벙커 속의 아이들 역시 '인간'이 아닌데

과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이 아닌 자들의 싸움의 끝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 긴박감도

꽤나 큰 즐거움이었다.


박사가 남긴 글로 인해서 졸지에

인류를 구원하게 될 메시아가 된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이 아이들이

홀랜프, 그리고 페카터모리에게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박사의 계획 속에 만들어진

선우필과 리브의 아이 '선우희'가

인류의 구원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2권 메시아의 수호자를

얼른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숨겨진 '잠재력'을 통해

훈련을 받지 않고도 어빌리스를 발휘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선우필,

박사의 선택과 계획으로 '만들어져'

능력을 주입받고 발전시킨 벙커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전투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할 것 같다.


평소 SF나 공상과학 장르에 대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세계관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었는데

짜임새 있는 구성,

평범한 인간과 과학발전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과의 교감과 합작은

거부감 들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서였다.


역사와 종교, 과학과 기술, 사회와 권력이라는

굵직한 주제 아래 성장이라는 메시지로 풀어내어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성장소설로서도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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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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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침공한 외계생명체에 맞서는 예언속 구원자가 나타났다.
움스크린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인 벙커 속 아이들, 그리고 평범한 인간 선우필,
그둘 사이에서 태어난 인류구원의 열쇠 선우희.
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멸망으로 부터의 구원이 성공할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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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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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짐을 해결하기 위해 꼭 챙겨야 하는

아침, 점심, 저녁의 삼시 세끼와 달리

디저트는 식사 후에 먹는 후식으로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때로는 초콜릿처럼

'배고픔'과는 관련이 없지만

추가적인 즐거움과 기쁨,

식사의 완결을 의미하기에 느낌이 다르다.


오늘 디저트는 무얼 먹을까 하는 기대감,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씁쓸한 무언가를

입에 넣고 만끽하는 그 시간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주며,

지난한 일상이나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디저트 메뉴 가운데

초콜릿, 이스파한, 젤리, 박하사탕, 슈톨렌이라는

다섯 가지 디저트와 관련된 앤솔러지 소설,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각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형형색색의

다섯 작가의 세계관, 그리고 평범한 일상 밖의

소설적 상상력을 펼쳐 보였다.


디저트 = 달콤한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쓰고 떫기도,

또 맵고 짠 것도 있고,

알싸한 시원함 등 다양한 맛을 연상시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겼는데,


오늘의 디저트는 뭐로 할까? 고민을 하듯

입맛에 따라 감정에 따라 원하는 메뉴를 다룬

이야기를 펼쳐 읽다 보니

인생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만큼 짙게 맛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민트 초코 브라우니〉는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로,

곤경에 처한 한 작가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쓰기 공부방을 운영하던 중,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의 사상을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며 수강생이 줄어들자

누구보다 '정상적이고 건전한' 소설을 써서

자신을 증명하기로 결심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의 맛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호불호가 강한 민트 초코 같은 이 이야기는

똥으로 초콜릿을 싸는 작가라는

기이한 상상력의 틈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누구나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 〈세계의 절반〉은

우연한 기회에 물가에서 줍게 된

안구가 이마에 붙으면서

타인의 전생을 볼 수 있게 된

치과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의 짤막한 장면들,

주변 사람들의 전생이 자꾸만 보이며

알 수 없는 일상에서의 패턴은

참으로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렸고 이제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 민형.

보려 애쓰지 않아도 보이고,

쌓여가는 타인의 전생에는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

읽으면서도 참 어렵고 헷갈리지만


도시 이름이기도, 마카롱과 비슷한 모양의

이스파한이라는 디저트의 알 수 없는

정체성과 맞물려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 번째 이야기 〈모든 당신의 젤리〉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곰 모양 젤리와 관련된 '너'와 젤리의 이야기이다.


곰 모양 젤리를 먹던 중 하나의 젤리가

'너'에게 말을 걸어오며 시작하는데,

전생에 사람이었던 젤리가 생전 기억을 지닌 채

약 400여 개의 젤리에 기억을 나뉘어 갖게 되고

그중 하나인 오렌지 젤리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며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젤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의 보금자리는 물론 그의 목소리와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젤리가 가진 '전생'의 미안함을

사과하기 위해 도움을 주던 '너'는


젤리의 사과 대상을 마주하며

언제까지고 젤리를 도울 수 없고,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는

자신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곰 모양의 젤리이지만

색도 맛도 제각각인 것처럼,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제각기 다른 모습과 마음, 생각으로 살아간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떠나

각기의 '맛'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어떤 면에서는 젤리 곰이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네 번째 이야기인 〈박하사탕〉은

특별히 싸운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연락 없이

만나지도 않고 지낸 두 명의 친구가

함께 가까이 지내던 친구의 부고를 듣고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쩌면 오늘이 지나면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관계.

시간이 많이 지나 서운하고 미운 감정은 덜었지만

다시 가까이하기에는 망설임이 생기는

그간의 시간은 날씨처럼 차기만 하다.


화장터 근처 추모 공원에서 미묘한 산책을 하다

우연히 대강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후식으로 가지고 온 박하사탕을

서로 하나씩 나누고서는

혀 위에 사탕을 올리고 '녹기를 기다리며'

자연스레 서로의 손을 꽉 움켜쥐게 된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느끼면서 말이다.


갑작스러운 관계의 단절에서 나이를 먹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

갈등 아래에서도 끝까지 미워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나서서 먼저 화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 감정들까지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박하사탕의 맛처럼,

그러면서도 오래 잔상처럼

입에 마음에 남는 글이었다.



마지막 이야기 〈라이프 피버〉는

집을 떠나 해외에서 살다,

십 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엄마의 집.

나의 방이 에어비앤비로 쓰일 뿐,

가족들과의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는

변하지 않은 것 같이 날씨처럼 춥기만 하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선물로 들고 온

독일의 디저트 '슈톨렌'을 함께 먹으며

오랜만의 어색한 조우에 달콤함을 더한다.


마지막 슈톨렌은 행운의 상징이죠,

라는 빵집 주인의 말처럼

슈톨렌을 나눠먹으며 겉으로는 십 년 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지만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도 같은

이 미지근해진 온도는

아마도 슈톨렌 덕분인가 하는 피식하는

웃음을 짓게 하기도 했다.


디저트 이름을 하나씩 따고 있지만

대단히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기 보다

조금은 기이하고 현실성이 없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맛일까 짐작이 되지 않는 디저트를

처음 먹어보는 경험처럼,

때로는 익숙한 맛의 디저트가

상황이나 함께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 디저트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지듯


작가들이 표현하는 각 이야기들의

여러 가지 맛들을 입이 아닌 눈으로 맛보며

그 맛을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 또한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꼭 달콤한 것만이 디저트는 아니야,

라고 하나하나 직접 맛을 보여주듯

다양한 맛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마음을 이만큼 꽉 채워주었다.


또 어떤 맛의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특별한 앤솔러지,

각기 다른 배경과 이야기로

연관성이 하나도 없는 듯싶지만

읽고 나면 하나로 묶여 마음에 울림을 주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하루에 한 편씩, 오늘의 디저트를 고르듯

그렇게 다채로운 인생의 맛으로

참 즐겁고 맛있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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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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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의 식사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술을 먹기 위한 빌미가 필요한 사람인 마냥

'이 음식에는 이 술을 마셔야 하는데'하며

각종 메뉴에 어울리는 술을 읊어댄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어코 그 술을 주문하고 잔을 부딪치며

'그래, 이 맛이지'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 풍경이다.


여기에 술을 좋아하는 한 작가가 있다.

고주망태로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시는 행위나

알코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술과 그에 곁들이는 음식인 '안주'를 즐기며

그 맛과 멋을 맛있는 글로 써낼 줄 아는 사람이다.


부모님 연배보다는 조금 젊지만

이모 또래인 그녀의 글을 따라

술을 한 잔도 걸치지 못하는 내가

순댓국에 소주며, 먹어본 기억도 없는 홍어 회며

가죽나물이나 간짜장이나 감자탕까지

계절마다 '제철'을 맞이한 음식을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새 그의 글에

진탕 취해버리고 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독서였는데,


익숙한 음식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도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보는 눈을 통해,

글을 읽어내는 입을 통해 내 혀에 닿아

그 맛이 미뢰에 느껴지니

자연스레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며

시장해지는 참 맛깔난 글이었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누군가는 '단맛이 나고 짜기도 하고' 정도로

심플하고 단조롭게 표현한다면


그녀의 글 속 음식의 표현은

아직 맛이 들지 않는 여름의 끝자락임에도

당장에 무를 사다가 정성스레 손질하고

갈치와 함께 양념장을 넣고 끓여 내어

부드럽고 달큼한 그 무 조림을

내 밥숟가락 위에 올리고 싶게 만들 만큼

요리의 충동을 불러일으켰고,


언니와 애인과 세명이 찾던

팔보채 중짜에 간짜장 조합에

술잔을 기울이는 풍경은

내가 직접 그 음식을 먹은듯한 착각도,

그녀의 꾀죄죄한 모습에도 작가임을

알아보고 있었던 중국집 매니저가 있었음에도

'너무 맛있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수치심과 쾌감에 가까운 만족감이

공존한 경험은 웃음과 동시에

먹방을 보는듯한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했다.


삼시 세끼 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두 끼, 혹은 하루에 한 끼라도

누구든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려 한다.

그런 우리에게 때로는 바쁜 일상이

음식을 '즐기기'보다는 숙제 같은 느낌으로

그저 '적당히 해치우는' 존재가 되기도 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입에 넣는 음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을 되새겨 그 그리움까지 맛있게

끄집어내어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

정성스러운 그녀의 식사와 술자리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함께 살아가는 한 식구(食口)와

음식을 함께 맛보는 순간에 느껴지는

무한한 희열과 공감, 그리고 연대감


또 가장 소박한 것이지만

확실한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며

사람들을 결속하게 하는 요소인

음식에 대한 그녀의 조명은


그저 '때가 되었으니 먹는 거지' 싶은 마음으로

꺼져 들어간 매일의 식사와 음식에 대한 열망을

입맛을 다시 돌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틈만 나면 술 마시는 술꾼의 부끄럽지만

마음껏 술에 대한 애정을 표출한 듯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은,


사실은 무엇보다 소박한 하지만 꽉 찬

인생의 행복을 다룬 글로,

음식에 대한 예찬론이자 술꾼들의 '모국어'로

그 언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풋내기 술꾼들에게도 기분 좋은 자극이자

침을 삼키게 하는 진수성찬이 될 것 같다.


평상시에 '술은 별로'라며 손사래를 치고

'취해서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를 거야'라며

속단하던 나의 마음에

찬바람 나는 계절에 무가 나오면

무 조림에 소주 한잔 기울여 볼까 하는

작은 기대감이 샘솟게 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들이 20가지나 소개되어

그녀의 글을 따라 사계절의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술을 먹고 마시다 보면

일 년이 금방, 늘 사소한 행복으로

배와 마음을 모두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의미로 따스하고 반가운 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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