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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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마음을 담아둔 일기를 몰래 읽는 느낌.
쓰는 사람으로 때로는 불타오르고 때로는 멈추어 침전하던 매일을 따라가며
그럼에도 ‘쓰기‘에 가닿고자 하는 한 사람의 열정 덕분에 기록에 대한 열망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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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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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론에서는 각종 입시전문가나

교육가들의 입을 빌려

시험의 난이도를 이야기하고

입시전략에 대해 열띤 보도를 이어간다.


인생의 첫 단추이자,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인

대학입시를 시험 한 방에 결정짓다니

너무 도박 같은 느낌 아닌가 싶을 만큼

'수능시험'이 주는 압박감과 부담감은

대한민국에서 입시교육을 거친 누구에게나

이미 겪어본 경험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고사장을 나오면서부터 눈물을 쏟는 아이들,

혹은 예상보다 어려운 난이도로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마음 아픈 사연이

수없이 많은 교육과정의 변화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뉴스로 오르내린다.


수능을 본 지도 꽤 오래전 일,

이제 나와는 관련 없는 먼 나라 이야기

즈음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에서,

모두의 인생에서 수능과 대학은

여전히 그 영향력이 꼬리표나 낙인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에 따라

취업시장에서의 난이도가 달라지고,

학연이라는 결속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우리를 계속 괴롭히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수능시험에서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현행 입시제도를 뒤엎는 결정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 발표에 집중했고,


사교육의 대표이자

일명 일타 강사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유명 스타강사들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이 책은 이런 우리나라 공교육의 어두운 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승자 독식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아낸 책으로,

입시경쟁과 학교폭력, 사교육 열풍과

청소년 인권 같은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첨예하게 분석해 내고 날카롭게 꼬집은

'르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설이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둔

'허구의 이야기'이거늘,

14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각 단편들은

우리의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법한 이야기이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만큼

너무도 적나라했고 현실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들은 이야기한다.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학생 본인에게,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혹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우리의 사회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보아왔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구조의 부조리함과

오늘날의 씁쓸한 교육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능력으로 개발하도록 도와주고,

그런 가르침 아래 자라난 아이들이

배움을 업으로 삼아

즐겁고 행복하게 인생을 이어가는 것,

그러한 개인의 발전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발전된 사회를 만드는

행복한 핑크빛 세상이 아니라


잘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어도

부모가 밑받침을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

부모의 능력과 재산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


무엇이라 콕 집어 명명할 수는 없지만

잔뜩 뒤엉킨 '잘못된 세상' 안에서

우리는 이를 바로잡을 생각 없이

그 세상과 사회에 순응하며

그런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각자의 인간성을 억압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부조리함을 강요하고 있다.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잿빛 세상인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결국 우리는

모두가 피해자로 남는다.

누구도 마음 깊이 행복할 수 없기에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내어

오늘날의 교육 실태를

촘촘히 톺아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고,

반성해야만 하는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을 읽는 내내,

한창 고교학점제로 예민해져 있는

중학교 3학년생 조카와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 부부의 모습이

책 속의 아이들, 부모와 겹쳐 보였다.


분명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지만,


자식을 위해 불법으로 금지된

집중력 강화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권유하고,

작곡자를 꿈꾸는 자식에게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를 권하거나

자퇴를 말하는 부모의 행위도,

비뚤어져 보이지만

지금의 사회의 분위기상

어떤 면에서는 분명 '사랑'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도 없었다.


'요즘 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라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입시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한 달에 수백만 원의 돈을 쏟아내는 부모는

전국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언니, 그리고 아직은 미혼이지만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지금의 입시제도가 문제인지,

주입식 교육과 시험 만능주의가 원인인지,

학벌을 따지는 문화 때문인지,

부모들의 욕망 때문인지,

정권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교육정책이나

이를 악용해 돈을 벌려는 사교육 탓은 아닌지,

우리나라 어두운 교육 현실이 원인을

손으로 꼽아보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나온다.


책을 읽으며 갑갑해진 마음이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논점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하나하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이 질문들에 답을 찾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는 세상에서는

지금과 다른 교육의 미래가

펼쳐져야 한다는 굳은 의지와

그 필요성만큼은 명확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찾아내야 할 교육의 방향,

미래에 대한 문제 인식은 물론

이를 바로 마주하며 잘못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본 것을 같이 봐주시고,

함께 괴로워해주십시오."라는

작가들의 당부처럼

올바른 어른이자 부모가 되기 위해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에 당면했다.


언니에게도,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도,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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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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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뉴스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건 현장의 사연,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 영웅이나

가족을 대신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두려운 상황에서도 나만 생각하지 않고

이타심으로 위험 속으로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고 타인을 위해 손 뻗는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 앞에

안타까움과 존경 어린 마음,

그 희생으로 살아난 생존자의 앞날에 대한

축복까지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아파트 11층에 사는 자매 예정과 원.

나이차 나는 어린 동생을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켜서

함께 낮잠을 자던 중 발생한 화재.


윗집 할아버지가 던진 담배꽁초가

베란다를 통해 이들의 집에 들어와

쌓여있던 책과 잡지 등을 태우고는

그 불길이 번져 집 안으로 들어왔다.

각종 가구와 집기를 태운 뒤

불길은 더 거세게 커지게 되고,

자매는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고 만다.


더 이상 물러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언니는 욕실로 뛰어들어가

샤워기로 온몸과 이불을 적시고는

구조를 기다리다 더는 피할 곳이 없게 되자

베란다 창밖으로 젖은 이불에 싼

여섯 살짜리 동생을 던지고

본인은 불타오르는 집 안에서 삶을 마감한다.


화재현장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어쩌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주민들,

그 속에 있던 한 40대 가장은

언니 예경이 던진 이불 속 원을 받아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른쪽 다리가 박살 나고

긴 재활을 거쳤음에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장애를 얻게 된다.


그로 인해 트럭 운전 일을 하던

그의 생계와 가정은 망가지게 되고,

시간이 12년이 흐른 지금

떠난 언니의 나이만큼 자란 유원은

언니를 여전히 그리며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미워하면 안 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들이 바라는 모습에 맞춰 사느라

자신을 잃고 괴로워하는데…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감사함과

자신을 구한 누군가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말이다.


남은 사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와 따스한 바람이

그렇게 살아남은 생존자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차라리 나를 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을 만큼

고맙지만 밉고, 증오하는

모순 투성이의 마음이 존재할 거라는 건

예상치 못했던 마음이기도 하다.


여전히 자신을 12년 전 그 '이불 아기'로 보며

내가 나를 설명하고 소개하기도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직접 겪어 알기도 전에,


사건의 생존자로 딱하고 안쓰럽게,

때로는 '마음껏 나태하거나 나쁘지 못하게'

규정하는 시선 속에서 헤매는

10대 유원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마주하며

그 예상치 못했던 마음의 결을 읽고

'행복하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바람이 얼마나 폭력적인 시선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와

죽은 언니를 추억하는 친구 신아 언니,

남은 가족의 삶을 함께하는 엄마 아빠 등

다양한 인물과의 관계를

원의 시선에서 재조명해가며


과거의 사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밀한 상처와 윤리적 딜레마에서 힘겨워하는

그의 인생에 얹어진 무게감을

이제야 짐작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그저 평범하게,

똑같이 사랑받으며 자라나야 할

어린 시절부터

위로를 가장한 상처 어린 말과

선의 어린 표정과 시선에도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나날들은

스스로를 '나쁘고 비뚤어진 아이인가'

수없이 질문하게 했다.


자신을 구한 언니와 아저씨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힘든

10대 청소년의 여린 마음을 들여다보며

꼭 같지는 않지만

어린 날의 나를 달래는 시간을,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었던

수많은 사건들 속 생존자를 향해

쉽게 던졌던 불편한 시선들을

거두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존자에게

목숨을 얻은 '대가'로

생존자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기'를 외면한 채

죽은 자와의 관계에 의한 정체성만을

강요하곤 한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상실이라는 고통 앞에,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책임감 앞에

일찍이 철이 들고 쉬이 행복해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어린 한 소녀가


그 고정된 시선이 힘들다고

때로는 무겁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발걸음을 내디디며

용기 있게 날개를 펼쳐가는 이 이야기는


추천사의 말처럼

일상의 트라우마를 통과 중인 수많은 '나'들에게

새살을 돋게 하는 치유이자,

생에 가장 큰 용기를 내 진짜 나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우리 모두의 생존기이기도 했다.


비로소 새로 태어난 것 같다고

그제야 언니 덕분에 누리게 된 지금의 삶에

오롯이 고마움을 실감하고,

또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과 증오에 얽매여

어쩌지 못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진짜 원하는 삶'을 찾아낸 원의 모습을 통해

무거웠던 마음을 털어내고

가볍게 함께 날아오르는 짜릿함을 느꼈다.


아슬아슬 위태로워 보이는

원의 복잡한 감정들을 쫓아

함께 많이 울고 흔들렸으며,

갈등하고 증오하고 슬퍼한 순간들이었다.

한껏 울고 난 뒤 되려 속이 시원해지듯

그녀의 성장 앞에 마음이 맑아지고

한편에선 울컥, 애틋해진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건의 생존자들이,

원이 그러했듯 때로 고통스럽고 헤매더라도

각자의 방법으로 치유하고 위로받아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기를,

그들의 '생존'에 많은 말과 기대를 덧붙이지

않기를 다짐해 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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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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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아나바다' 운동을 기억하는지…

IMF라는 나라의 경제 불황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라는 슬로건 아래 온 나라에서

절약정신과 활동이 유행이었다.


지금이야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구질구질하고 남루해 보일 수 있기에

남들의 시선을 생각해 한번 쓰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플라스틱 음료수 병 하나도 다 마신 뒤 씻어

물병으로 재사용하던 그때가,

그게 하나도 창피하지 않고 당연하던 시간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며

그로 인한 기후 위기로 인해

불타는 여름, 얼어붙는 겨울을 마주하니

다시 '지구를 아끼고 보호하던'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야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 많이 드는 최근이었다.


때마침 그러한 마음이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단단한 결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20년 차 환경작가인 박경화 님이 쓴

생활 속 환경실천법을 담아낸 에세이로


한 물건을 오래 쓰는 즐거움,

나에게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나누는 재미,

직접 채소나 화분을 키우며

식물과 더불어 사는 초록색 삶,

지구를 위해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는 기쁨,

자동차 없이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걷는 삶 등


일상 속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라이프를 보여주며

'환경보호' 활동에 익숙지 않고

장바구니나 텀블러 사용 정도의

겉핥기 식 실천법만 얕게 알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궁상맞거나 구질구질하지 않으면서

자연에 가깝게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기쁨을 알려주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살림살이를

보다 '에코 하게' 다루는 습관과

거기에서 비롯된 마음 따뜻해지는 에피소드,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몽골 초원에

겨울옷을 기부하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동네 커뮤니티를 통해 나누며

새로운 주인을 찾아 물건의 '생명'을

연장하는 경험을 통해


내 소유를 줄이고 물자를 절약하는

환경보호의 일환이지만

결국에는 사람과의 소통과 애정에 기반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나눔'을 통해 '충만'해지는 작가의 매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반려 식물과 텃밭 이야기를 통해서는

'농촌'에 한정되어 있고 '농사꾼'만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녹색 삶이

도심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심적 힐링뿐 만 아니라

무언가를 성장시켜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연 그 자체가 주는

매력과 여유를 만끽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에너지 낭비에 대한 지적과

세상의 '빨리빨리' 속도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연의 속도에 맞춰

불편하지만 나만의 리듬으로,

자동차가 없어 여러 교통수단을 거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찬찬히 살아가는

작가의 에코 리듬이 담긴 글에서


멀게만 느껴지고 무섭고 우울하거나

암울한 미래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환경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한 걸음'이 우리 모두를 살릴 수 있고,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것 같아

마음이 되려 따뜻해진 것만 같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보다는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이

적어도 나와 가족의 변화를,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은 물론

나라와 지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몸소 환경실천법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을 엿보면서

'이런 건 나도 해볼 수 있겠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체크해가며

보다 환경에 가깝게 다가가는

초록색 삶을 꿈꾸게 되었다.


지구를 살린다는 것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이

뭔가 거대하고 비장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다만 작은 실천에만 머물지 않고

작심삼일로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시야를 넓히면서 한 단계씩

꾸준히 나아가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는

작가의 격려 어린 말에 힘을 얻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불편한 것도 많고 거부감이 많이 든다.

이렇게까지 내가 불편해하면서

지구를 보호하면 뭐 하나,

우리나라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도

땅덩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다 휩쓸어버리는 쓰레기가

지구를 더 오염시킬 걸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외면하던 지난날이다.


다만 내 손에 들린 텀블러와 에코백,

일부러 몇 개씩 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 가운데

그 필요를 충분히 찾아 활용하고,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그 쓰임을 만들어주는 행동 하나도

지구와 환경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여전히 나에게 노푸(NO샴푸)는 어렵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쓰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분야의 일이다.

하지만 계절마다 사들이던 옷 쇼핑을 멈추고,

세제를 한 펌프 덜 쓰고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를 뽑는 일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던,

혹은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던

환경실천법을 찾아서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한 걸음씩

에코한 하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길고도 먼 여정이 되겠지만

차근차근 나만의 발걸음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따스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어본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움직임이 되어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그런 삶이 다시 유행하길 기대해 본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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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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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출근 시간대에 붐비는 지하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시위로

열차가 지연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시위의 주된 메시지는 가려진 채,

그들의 시위행위로 인해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혹은 시위 과정에서

그들이 경찰을 가격해 놓고도

강경 진압을 이슈화한다는 기사가

인터넷의 메인을 차지하며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자기들 사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하도 많은 시간대 중에 일부러 출근시간을 골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은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가리고

'떼쓰기'와 '폭력성 짙은 이기적 행위'로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끔 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으며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니었기에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들 고생했겠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조차 그들이 왜 그렇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문장을 곱씹다가 문득,

과연 그들이 고집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 내용이 '사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

그게 침해받거나 혹은 보장되지 않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선을 요구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아

강경한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는데


장애인, 약자,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의

목소리라는 이유로

그것을 '사익'으로 치부하고

나조차 외면하고 방관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뒤늦은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지던 찰나,

우리가 생각하는 '공익'의 범주를 꼬집고

비틀어 다시 스스로 이를 톺아보게 하는

《불온한 공익》을 만나보게 되었다.


이 책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

하지만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기본권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과연 개인의 혹은

권력층이 아닌 일반 국민의,

개인의 기본권은 보호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법 앞에 모두가 공평하고,

동일하게 보호받는다는 믿음 아래 살고 있지만

우리가 실존하는 이 사회에서

국가가 나라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개인과 어떻게 갈등하고 있는지,

혹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때로는 변명하거나 근거 없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까발린

보고서이기도 하다.


2013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집회에

나갔다가 재판을 받기도 하고

스쿨 미투 정보공개 청구나

아파트 경비 노동자 갑질 사망사건,

삼성 노조 설립 투쟁 등

굵직한 '위험한 사익'으로 치부되는

사건들의 변호를 맡았던

공익변호사 류하경의 글로,


이 '위험한 사익'을 지켜내기 위한

현장에서 마주한 불온한 공익,

기꺼이 국가와 기득권 층이라는

단단한 바위에 부딪치는 계란이 되어 겪은

사익과 공익의 제대로 된 정의,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탄압되고 있는

개개인의 정당한 사익추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트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공익을 구성하는

요건에 관해 깊이 논의하거나

그 정의와 조건을 타협하기 위해

대화해 본 적이 없다.


국가가, 사회가 말하는 '공익'을

이만큼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군가 특정 집단의, 기득권 층의 사익이

사회적인 합의나 시민 편의, 다수의 행복이라는

정치적 언어를 사용해 둔갑하고 있다.


누군가는 쉽고 차분하게,

작은 목소리로 그저 '이야기만 해도'

지켜지고 보장되는 사익이거늘,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큰 소리를 외치고

자신을 불태우고 목숨을 내놓아도

겨우 그 이야기가 모두에게 닿거나

혹은 '떼쓰기'로 보이는 것이

과연 국가만의 잘못된 행동인가,

이를 받아들이고 접근하는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갈등 상황을 바라볼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떠나

그 싸움이 동일한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그 싸움이 이뤄지는 경기장이 모두에게 공평한지

살펴본 적이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 역시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먼저 뛰어들어

그들을 변호하고 감싸 안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언젠가 그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사익을 통해 투쟁하는 순간을

분명 마주할 것이기 때문에,

돈과 권력, 국가 등 수단이 많은 힘센 자들과

불공평한 싸움을 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법 제도와 정치가

힘과 수단이 부족한 사람들을 보조할 수 있게

언젠가의 나를 위해서라도 소수자와 약자의

이권 투쟁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싸우는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그래봤자

기득권 층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싸워보기도 전에, 그게 옳지 않다고

문제 인식을 하면서도 외면하고

'내가 아니니까' 목소리를 높여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나 한 명의 목소리는 힘이 없지만

이런 모두의 연대가 이루어지면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을 텐데,

그저 외면하고 방관했던 과거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단단한 심지가 있는 글이었다.


변호사라는 타이틀,

분명 돈이 되는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

수임료만 해도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이지만

'불온한 공익'으로 인해

아스라이 무너지고 있는 '위험한 사익'을

지지하기 위해 함께 나서 투쟁을 하는

그의 커다란 목소리에 마음이 울린다.


그저 '법'으로 이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권 투쟁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누군가의 사익을 보장하기 위해

반대편의 사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투쟁과 싸움의 현장에서도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대화하며

마음을 다해 임하는 시도 아래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며


끊임없이 부딪치며 마찰할 수밖에 없는

현 사회이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당장 답을 내릴 수 없어도 대화를 통해,

갈등 속에서도 쉽게 선동되거나 휘둘리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각자가

되기를 바라는 바람은

냉철하고 차가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누군가를 '변호'하는 직업의식을 떠나

따스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져

더 의미 있게 와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마주했던

뉴스 속 수많은 투쟁에 대해,

외면하고 방관하며 떼쓰기라 생각했던

행위에 대해 그저 미디어의 소식대로

머리와 마음속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문제를 찾아보고 귀 기울여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공익과 사익의 진짜 정의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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