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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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아나바다' 운동을 기억하는지…

IMF라는 나라의 경제 불황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라는 슬로건 아래 온 나라에서

절약정신과 활동이 유행이었다.


지금이야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구질구질하고 남루해 보일 수 있기에

남들의 시선을 생각해 한번 쓰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플라스틱 음료수 병 하나도 다 마신 뒤 씻어

물병으로 재사용하던 그때가,

그게 하나도 창피하지 않고 당연하던 시간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며

그로 인한 기후 위기로 인해

불타는 여름, 얼어붙는 겨울을 마주하니

다시 '지구를 아끼고 보호하던'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야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 많이 드는 최근이었다.


때마침 그러한 마음이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단단한 결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바로, 20년 차 환경작가인 박경화 님이 쓴

생활 속 환경실천법을 담아낸 에세이로


한 물건을 오래 쓰는 즐거움,

나에게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나누는 재미,

직접 채소나 화분을 키우며

식물과 더불어 사는 초록색 삶,

지구를 위해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는 기쁨,

자동차 없이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걷는 삶 등


일상 속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라이프를 보여주며

'환경보호' 활동에 익숙지 않고

장바구니나 텀블러 사용 정도의

겉핥기 식 실천법만 얕게 알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궁상맞거나 구질구질하지 않으면서

자연에 가깝게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기쁨을 알려주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살림살이를

보다 '에코 하게' 다루는 습관과

거기에서 비롯된 마음 따뜻해지는 에피소드,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몽골 초원에

겨울옷을 기부하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동네 커뮤니티를 통해 나누며

새로운 주인을 찾아 물건의 '생명'을

연장하는 경험을 통해


내 소유를 줄이고 물자를 절약하는

환경보호의 일환이지만

결국에는 사람과의 소통과 애정에 기반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나눔'을 통해 '충만'해지는 작가의 매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반려 식물과 텃밭 이야기를 통해서는

'농촌'에 한정되어 있고 '농사꾼'만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녹색 삶이

도심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심적 힐링뿐 만 아니라

무언가를 성장시켜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연 그 자체가 주는

매력과 여유를 만끽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에너지 낭비에 대한 지적과

세상의 '빨리빨리' 속도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연의 속도에 맞춰

불편하지만 나만의 리듬으로,

자동차가 없어 여러 교통수단을 거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찬찬히 살아가는

작가의 에코 리듬이 담긴 글에서


멀게만 느껴지고 무섭고 우울하거나

암울한 미래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환경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한 걸음'이 우리 모두를 살릴 수 있고,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것 같아

마음이 되려 따뜻해진 것만 같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보다는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이

적어도 나와 가족의 변화를,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은 물론

나라와 지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몸소 환경실천법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을 엿보면서

'이런 건 나도 해볼 수 있겠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체크해가며

보다 환경에 가깝게 다가가는

초록색 삶을 꿈꾸게 되었다.


지구를 살린다는 것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이

뭔가 거대하고 비장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다만 작은 실천에만 머물지 않고

작심삼일로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시야를 넓히면서 한 단계씩

꾸준히 나아가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는

작가의 격려 어린 말에 힘을 얻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불편한 것도 많고 거부감이 많이 든다.

이렇게까지 내가 불편해하면서

지구를 보호하면 뭐 하나,

우리나라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도

땅덩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다 휩쓸어버리는 쓰레기가

지구를 더 오염시킬 걸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외면하던 지난날이다.


다만 내 손에 들린 텀블러와 에코백,

일부러 몇 개씩 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 가운데

그 필요를 충분히 찾아 활용하고,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그 쓰임을 만들어주는 행동 하나도

지구와 환경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여전히 나에게 노푸(NO샴푸)는 어렵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쓰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분야의 일이다.

하지만 계절마다 사들이던 옷 쇼핑을 멈추고,

세제를 한 펌프 덜 쓰고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를 뽑는 일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던,

혹은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던

환경실천법을 찾아서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한 걸음씩

에코한 하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길고도 먼 여정이 되겠지만

차근차근 나만의 발걸음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따스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어본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움직임이 되어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그런 삶이 다시 유행하길 기대해 본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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