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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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이나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엄마에

각기 다른 아버지를 둔 아이 둘,

술이나 약에 취해있는 것이 일상이고

아이들의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그런 가정에 있는 고작 열세 살의 소녀는

딱 그럴 줄 알았다 싶을 만큼

또래 친구들처럼 순진하거나 얌전하지 않고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하며

자신들을 얕잡아보는 이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가게에서 자잘한 물건들을 훔치기도 하고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아

애써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여섯 살 어린 남동생 로빈은 물론,

때로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엄마를 챙기느라 바쁘다.


더치스 데이 래들리.


세상에 찌들었다. 약아빠지고 참 못됐다.

싹수가 노랗다. 저런 애들은 미래가 뻔하다.

이 소녀를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뻔한 환경에서 뻔하게 자라

누구도 곱게 볼 수 없는 그런 아이.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녀의 엄마 스타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동생을 돌보라는 부모님의 부탁에

대수롭지 않게 TV 앞에 동생을 앉혀두고는

남자친구와 나가 맥주 몇 캔을 들이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돌아갈까' 싶어 차에 탄 게 화근이었다.


언니를 기다리던 동생 시시 래들리는

집 앞 길목에 나와 서있었고,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한 스타를 태우고

운전대를 잡았던 빈센트 킹은

시시를 보지 못한 채 차로 그 아이를 치고 만다.


그대로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구급차를 불렀으면 좋았겠지만

10대였던 그들은 미숙했고 어렸기에

도망쳐버렸고 시시는 그렇게 죽음에 이른다.


동네 사람들에 의해 실종된 시시가 발견되고,

스타와 빈센트의 오랜 친구인 워크는

빈센트의 차량에 있는 흠집을 보고는

그의 짓임을 알게 되는데

그에게 자수를 권하거나 진실을 묻지 않고

경찰서에 이를 신고하게 된다.


그래서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고,

빈센트 킹은 감옥으로 끌려가며

충격을 받은 스타와 시시의 엄마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모두의 평온한 삶은 박살 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빈센트는 출소한다.

원래 살던 동네 케이프 헤이븐으로 돌아오고,

그 시간 동안 스타는 각기 다른 아버지를 둔

더치스와 로빈 남매를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다.

오랜 꿈이었던 경찰의 꿈을 이룬 워크는

스타의 가족을 아낌없이 돌보면서도

친구였던 빈센트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다시 한 동네에 모이게 된 이들 앞에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로빈의 생일을 앞두고 엄마를 대신해

동생의 생일 선물을 사러 더치스가 나간 새에

엄마인 스타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


사건 현장을 찾은 워크는

집 안에서 빈센트를 마주하게 되고,

빈센트는 다시 살해 혐의로 잡힌다.

하지만 범죄 도구인 총도 발견되지 않고,

석연치 않게 순순히 자신을 잡아가라는

빈센트를 보며 워크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중요한 목격자인

스타의 아들 로빈은 당시의 기억을 모두 잃고

충격에 빠져있을 뿐이다.


하나뿐인 보호자인 엄마 스타를 잃고,

지켜야 할 대상인 동생과 남은 더치스.

사실은 엄마의 죽음 이전에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실수'를 저질렀기에 불안한 마음과 동시에,

이모에 이어 엄마까지 해한 빈센트에 대한 복수심,

자신들에게만 가혹한 세상에 대한 증오로

'무법자'로 악의 마음이 자라나게 된다.


과연 이 열세 살 소녀는

끝까지 동생을 지킬 수 있을 것이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열세 살에 불과한 소녀이기 때문에

아직은 마냥 어리광을 부리거나

순수한 모습이어야 마땅하거늘

반짝반짝 빛나고 맑아야 할

한 소녀의 삶은 너무도 퍽퍽했다.


누군인지 모르는 아빠,

자신과 동생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엄마,

그 안에서 나는 아니더라도 동생만큼은

오롯이 행복하게 온전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쓰는 매일.


누가 봐도 손가락질할 만한

욕설이나 도둑질 같은 비행에도 불구하고,

혹은 여러 차례 그들을 휩쓸고 가서

하나씩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는 세상에

복수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소녀의 '생존'은 참 치열하기만 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와

그 사건의 진실을 알지도 못한 채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던 외할아버지의 농장으로

떠밀리듯 이동하게 된 더치스가

비틀린 마음으로 적응하지 못한 채

날선 모습을 보인 것조차

사실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들킬까,

혹은 이 따스함을 믿고 싶을까 봐

애써 차갑게 대한 게 아닐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동생을 통해 알게 된 사건이 일어난 날

마주한 한 사람의 이야기,

별 뜻 없이 한 행동이

되돌릴 수 없는 실수가 되어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게 된 소용돌이까지


진실이 무엇인가를 쫓다 보니

600페이지가 넘는 이 이야기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고,

이 사건의 진실이 이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새로운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뒤통수를 맞는 듯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빈센트가 처음 시시를

차로 치게 된 후 외면한 실수,

더치스가 엄마가 일하던 클럽에 찾아가

CCTV 테이프를 훔쳐 없애버린 실수 등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실수 앞에

우리가 한 걸음씩 어떻게 어디로

발을 내디딜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실수들로 인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인생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저 미워하는 마음에 멈춰있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각 등장인물의 하루하루가

먹먹하게만 느껴졌다.


휘몰아치듯 이어지는 사건 그리고 진실 아래

안락함에 빠져드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고통 속에서도 용기 있는 '무법자'이길 선택한

더치스의 치열한 삶,


그리고 그가 여전히 아이답고 행복하게

남은 시간들을 살아가길 바랐던 핼과

그 조차도 후회했던 한순간의 실수 등


각자의 입장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악惡으로 닿아있는 걸 보며

우리가 규정하는 선과 악, 복수와 용서조차

상대적인 해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에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삶,

남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태도는

모두에게 다르지 않아 애틋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간의 감정,

내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몸부림을 보며

단순히 진짜 범인이 누군지 쫓는

그 진실 너머의 마음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과연 마지막에 더치스가 행복했을까,

남은 삶이 평온했을까 궁금해졌다.

로빈의 모습을 보며 눈물짓던 더치스처럼

이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 마음에도

울컥하는 맺힘이 남았다.


다 읽은 후에도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훑으며

되새기고 곱씹는 작품이었다.

묵직하고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오래 마음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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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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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보는 힐링소설 카페 도도 시리즈,
누구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상처로 힘든 날이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카페 도도의 음식과 위로가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대리만족, 힘이 될 것 같아요- 너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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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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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언제쯤 따뜻해지려나,

조급해지던 마음이 무색하게

어느덧 아파트 단지 내 쭉 이어진 벚나무에서

만발한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다 보니

계절의 흐름과 변화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통해 알게 될 때가 많다.


추운 겨울이 끝나가나 싶으면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연한

연둣빛의 잎이 올라와 봄을 실감하게 하고

겨울 동안 '살아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바짝 메말랐던 장미 가지도

잎과 꽃을 피우며 생명력을 과시한다.


가을이면 일부러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을

빨강, 주황, 노랑빛으로 온 잎이 물들고,

다시 쌀쌀해지는 바람에 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나무는 묵묵히 겨울잠에 들어간다.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동물과 달리

살아있다는 것이 와닿지 않는 식물이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 질긴 생명력과 성장력은

어떤 생물보다 바쁜 움직임이다.


도시에서 한 발짝 벗어나 울창한 숲,

나무와 식물들이 살아가는 그 안으로 들어가면

치열한 우리의 삶도 차분하게 정리되고

말 없는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연이 주는 그 치유의 순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약속된 듯 반복되는

조화와 연결, 순환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어쩌면 유일무이하고 변하지 않는

어떤 가치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써 내려간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는

겨울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기까지

네 계절을 거치며 식물들과 부대낀

그녀의 숲속 시간,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물이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기에 좋은,

맑은 자연을 가지고 있는 메릴랜드 숲속에서

식물과 어우러진 생활을 통해 느낀

삶에 대한 사색, 그리고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생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식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과학의 범주이기에

우리가 숲에서 나무와 녹음, 꽃이나 열매 등을 마주하며

느낄 수 있는 감성적 접근과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학자로서 바라보는 자연과 식물의 생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자연을 마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식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메릴랜드 숲에서의 삶은

자연에 가까이 닿고 싶지만 빌딩 숲에서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리만족과 신비함을 일깨워 주었다.


계절에 따라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고 다시 아스라이 사라지는

식물의 모든 과정을 바라보며


저자는 자연의 모든 건 조화롭게 연결되어 순환하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듯싶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은 물론

다른 개체와 환경에도 영향을 주기에

'식물의 모든 과정은 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까지도 중요하다' 이야기한다.


또한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에도

학자다운 분석으로 접근해,

'당연한 것'으로만 느껴지던 식물의 변화를

새로운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벚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남는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싹을 틔울 영양분을 전달받는 난초,

물에 동동 뜨는 크랜베리가 열매 속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물을 따라가며 씨앗을 퍼뜨리는 것,

겨울이면 활엽수의 잎이 떨어져

햇빛이 낮은 곳까지 닿도록 해 광합성을 하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잎을 단단하고

도톰하며 뾰족하게 만드는 것.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식물들의 '계산한 움직임, 성장'을

학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며

대단히 신비하고 필연적인 자연의 위대함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

가지고 있던 편견을 무너뜨리는 식물들과

어우러지는 삶을 통해서

그녀는 그간 재능이 있는지 의심했던 과거의 시간,

그리고 여러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으로서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누군가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과

세상 사람에 대한 사랑을 깨우치는 삶으로

우리 모두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잔잔한 메시지는 그저 '식물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꽃이 피면 마냥 예쁘네,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구나,

이제 잎이 다 떨어졌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식물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깊숙이 들여다보며 곱씹어 보니

새삼스럽고 마냥 신비하기만 하다.


시들어 버린 화분을 죄의식 없이 내다 버리고,

날씨의 변화에 따라 수확량이 줄고

재배가 위태로워진 작물들을 보며

그저 '값이 많이 올랐네' 정도만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이 미안해질 정도이다.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있고,

하나하나 연결되어 순환하고 있는

자연의 섭리를 제대로 마주하고 나니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내는 매일,

모든 계절이 이제는 쉬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마음먹고 나가야 숲을 마주할 수 있지만

길거리에 자라나는 가로수 하나,

단지 앞 뜰에 피어난 식물들까지

저마다의 애씀과 몫으로

자연에 최선을 다하는 그 '삶'을 생각하며


풀 한 포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연의 한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나 역시 다른 개체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며

열심히 성숙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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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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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빳빳하고 깨끗한 새 책도 좋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빛바래고

누군가의 손길이 많이 닿은 헌책에도

또 그만의 매력이 있다.


유독 너덜거릴 정도로 책장이 일어난 책은

얼마나 인기 있는 책이었는지 알 수 있고,

때로 어떤 문장 아래에 그어진 밑줄을 보면서는

'나도 이 부분 좋았는데…' 고개를 끄덕이거나

누군가 접어둔 페이지를 보며

'왜 접어두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여 일부러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이나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아

새 책을 살 엄두가 나지 않을 때에,

혹은 아주 깨끗하지는 않아도

되려 편안하게 책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헌책 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도서관을 방불케하는 엄청난 장서를 가진

일반 서점은 아니지만

오히려 아무 때나 들어가 책장을 뒤적이며

보물처럼 숨어있는 책들을 찾아낼 수 있는

헌책방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때로 '여행지'같은 장소가 된다.


헌책방 하면 유명한 거리가 있다.

일본 도쿄의 세계 최대 헌책방 거리인

진보초 거리로,

오랜 시간 동안 자리한 고서점 들은

현대 서적이 아닌 오래된 서적만을 취급하고

인근에 출판사가 몰려있기도 해서

그야말로 '문학 거리'이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다카시마 헌책방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진다.


항상 실제 존재하는 거리나 식당을 배경으로

우리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정적인 감성과 감동을 전하는

작가 하라다 히카의 신작 《헌책 식당》이다.


책은 도쿄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며 혼자 살던

오빠 지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책방을 이어받아 운영하게 된

산고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서점이지만

오빠가 몇십 년을 운영해왔기에

하루아침에 '그냥 닫아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열은 산고,

하지만 아는 것이 없어 온통 난감할 뿐이다.


하지만 서점을 열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웃 가게에서는 서점 앞까지 청소해 주며

정을 베풀어주었고,

그녀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오빠의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며 도움을 건넨다.


그래서 '일단은 운영해 보자' 마음먹고

서점 운영을 시작한 첫날,

큰오빠의 손녀인 미미코가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건네 함께 영업을 시작한다.


입시 고민으로 작은할아버지를 찾아

조언을 듣기 위해 들렀던 헌책방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미미코는

'서점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살펴보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서점을 찾았지만,

고모할머니인 산고를 도와 가게 운영을 하며

진보초 헌책방 거리의 매력에 푹 빠진다.


낯설었던 것도 잠시,

둘이 교대로 밖에 나가 점심을 사 먹고 오거나

식당에서 간식을 포장해와

끼니를 해결하곤 했는데

우연하게 책방을 찾은 손님에게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나누고 책을 소개하며

어설펐던 그녀들의 서점 운영은 익숙해진다.


무언가에서 도망치듯 오비히로를 떠나

도쿄에 오게 된 산고,

자신의 몫은 아니지만 '헌책방'에

유독 정을 두고 있는 미미코는


책을 사랑하고 헌책방 주인을 존경했던

이웃 출판사, 철도 서적 전문 서점,

근처 카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 책방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행 코스로 많이 들르는

진보초 헌책방 거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하라다 히카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마음에 작은 위안과 감동을 주는 스토리로

여행하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며 청소를 하고, 가게를 열고,

구하기 힘든 오래된 책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익도 얼마 남기지 않고 내어주는 마음,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나 상처를 씻어주는

맛있는 음식들을 보며

시각적으로도 미각으로도 자극을 받았다.


작은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은

3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게누키스시,

진보초 거리의 최고 명물인 비프 카레,

북카페의 카레빵이나

튀긴 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 야키소바,

대단한 문호들이 사랑했던 맥주까지

다양한 메뉴가 소개되면서

뱃속 허기는 물론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고 달래주는 작가만의 시선 덕분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오빠와 작은할아버지를 대신해

어떻게든 책방을 운영하려는

산고와 미미코의 노력,

그리고 각자의 고민에 빠진 두 주인공이

고민을 해결하고 진심을 깨닫는 과정은

세상을 떠난 헌책방 주인이 남긴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카시마 헌책방을 찾는 손님은

책과 이 서점에 익숙한 이웃들은 물론,

책에 별로 익숙하지 않거나

때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다.


각기 직업도 취향도 사고방식도 달라

손님들을 지켜보는 산고와 미미코는

'이 손님에게는 무엇을 추천할까'

골똘히 궁리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마음을 읽는 눈'을 키워갔을 것.


책방 일을 좋아하지만

논문에는 진척이 없는 국문과 대학원생인

미미코 역시 이렇게 손님들을 마주하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깨닫게 되고,


어떤 감정에서 자신이 없어

도망치듯 도쿄행을 결심한 산고 역시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된다.


각자의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는

손님들을 도와가면서 두 주인공은

책방 일의 보람과 소중함을 느끼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성장'을 이룬다.


상냥하며 따스한 손길로

손님을 위한 책을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내미는 그들의 진심,

그로 인해 회복하고 한걸음 나아가는

손님들의 모습을 통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서로가 맞닿아 끈끈하고 섬세하게 연결된,

'함께'의 삶 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야기가 담긴 책,

그 책을 통해 어떤 하나의 '연결고리'가 된

산고와 미미코의 엔딩이

사실은 책방 주인 지로가 바라던,

부탁하고자 했던 유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따스한 음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 소설을 찾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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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50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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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토네이도 소용도리 2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유튜브 채널이

두 달여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기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었다.


해당 채널은

'Dad, how do I?(아빠, 어떻게 하죠?)'라는 이름으로

넥타이 매는 법, 면도하는 법, 타이어 교체법,

셔츠 다림질하는 법 등

사소하지만 한 번쯤은 아빠로부터 배워야만

알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소개한다.


이 채널을 만든 롭 케니는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머니,

7명의 형제자매와 불우한 유년기를 보내며

아버지의 커다란 빈자리를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29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딸과 아들을 성인으로 키워낸 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중요한 일들에 대해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 아래

기초적일 수 있지만 유용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어낸 영상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고,

누군가에게 '도움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 처음'이기에 겪는 좌충우돌이 있다.

결혼, 직장 생활, 육아, 인간관계 등

다양한 이슈와 사건들 앞에

때로는 난감해지고 후회하기도 하며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롭 케니의 유튜브 채널처럼,

인생을 먼저 살아온

1,000여 명의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통해 얻은

그들이 전하는 인생 전반에 대한 조언을

총망라해 담아낸 책이 있다.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가 써 내려간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똑같이 고민했고 이를 극복해낸

현자들이 전하는 해답을 전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방향을 찾게 도와주는

행복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삶의 조각이며,

그 조각들이 맞춰져 온전한 삶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그 삶을 희망차고 행복하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오늘 이곳에서 가능한 행복해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메시지이다.


책은 결혼생활, 육아, 나이 듦,

후회 없는 삶, 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등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인생과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조언을 건넨다.


첫 번째는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이다.


현자들은 비슷한 태도관과 가치를 가진 사람,

사랑도 중요하지만

깊은 우정을 느끼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결혼 후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반반씩 공평해야 한다는 태도를 버리고,

내가 얻은 것보다 더 많이 주려고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대화하고, 결혼관에 충실하고

그 개념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

보다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직장 생활에 대한 내용이다.


직업을 고를 때는 수입만 고려하지 말고

일에 대한 목표의식과 열정, 즐거움 같은

내적인 보상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


'평생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끈기 있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며,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은 직업이라도

그 경험을 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성공하고 싶다면 인간관계 기술을 연마하고,

상사의 지시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말고

관심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율성'이

직업만족도를 좌우한다.


세 번째는 육아에 대해 다룬다.


계획된 좋은 시간뿐만 아니라

흘러가는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를 가깝게 만들기에

때로 희생이 필요하더라도 가능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

편애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를 아이들이 알아서는 안 되며,

훈육할 때는 애정 어린 방식,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자녀와의 관계는 아이들이 자라

독립한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관계의 균열을 피하고

'평생의 관점'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

나중에 나를 닮은 부모가 된다.

건강한 아이가 건강한 부모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조언한다.


네 번째는 두려운 '나이 듦'에 대한 조언이다.


보통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노년의 삶은 기회이자 모험,

성숙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며

나이를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라고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산 현자들은 말한다.


다만, 흡연· 나쁜 식습관 · 운동 부족 같은

좋지 않은 생활습관은

남은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고통받게 할 수 있으니

몸을 아끼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걱정하느라

불안해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대신 그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비해

계획을 잘 세워둘 것,


중년 이후에 찾아올 사회적 고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인간관계를 만들어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제안은

마냥 두렵게만 느껴지는 '노후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섯 번째는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게 될 일은

크건 작건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기에

항상 공명정대하게 행동할 것,


새로운 기회나 도전할 일이 생겼을 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


할 수 있는 한, 필요하다면

다른 일을 포기하더라도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을 것,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배우자를 선택할 것,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진심은 살아있을 때,

지금 바로 표현하라 제안한다.


마지막은 현자들이 세상을 살아오며

30대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몇십 년은 더 있었을 텐데 생각한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 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삶은 아주 짧기에

중요한 일들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며

행복은 완벽하게 준비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어려움과 고통이 삶을 뒤흔들 때도

행복한 삶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라 말한다.


걱정은 귀중한 삶을 낭비하게 만드니

걱정을 줄이고 오늘 하루에만 집중에

단순한 일상의 즐거움에 적응하고 음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우리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오며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울고 웃으며

그렇기에 더 빨리 인생의 참된 지혜를 얻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하는 이 메시지들은

그 어떤 문화유산 못지않게 꼭 물려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며

낙담하며 웅크리고 있을 때

말없이 등을 쓸어주고 다독이던

할머니의 손길처럼

인생의 발걸음에 방향을 일러주는

이 문장들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단단한 힘이 될 것 같다.


한 번만 읽고 넘어가지 않고

인생의 고비가 힘듦이 찾아올 때마다

그들이 전하는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

곁에 두고 자주 찾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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