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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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가 불황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인 1인이 일 년에 읽는 종이책이 채 1권도 되지 않는다니

서점은 물론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나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나 처우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잔잔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표현으로 힐링을 안겨주는

하라다 히카의 신작 소설로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서점이나

서점원들이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게 되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도서관의 야식》이라는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꼭 출판업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

속앓이를 하거나 고민을 가진 직장인들이나

상처 받은 마음을 녹여내지 못하고 자신감과 목표를 잃어버린 채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가질만한 이야기이다.


오후 7시에 시작해 자정까지만 문을 열고,

일반적인 책들이 놓여있는 도서관과는 달리

작고한 유명 작가들이 소장하고 있던 책들이 놓여있는

'밤의 도서관'이 이 책의 배경이다.

이곳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들어가야 하며,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책의 박물관 같은 곳으로

미스터리한 비밀이 숨어있는 듯하다.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과의 괴리에 의기소침해진 전직 책방 직원 오토하,

예전만큼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자신이

이 일을 해도 될까 고민을 떠안고 있는 베테랑 사서 마사코,

책에 대한 열의도 없고 오직 처우만으로 이곳을 선택했기에

책을 사랑하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의 온도 차이에

어쩐지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미나미,

냉철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이며 가끔 알 수 없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도서관을 관리하는 매니저 사사이.


도서관 사람들은 '오너'의 제안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정작 오너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고 화상면접을 통해

변조된 듯한 오너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지만 홀린 듯이 밤의 도서관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은 생각할 시간이 많은 이 특별한 직장에서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책 속에 등장하는 요리를

야식으로 맛보며 잔잔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편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도서관 오너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

매일 밤 도서관에 방문하는 할머니,

유명 작가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 등

무언가 숨겨진 듯한 비밀은 더욱 흥미를 자극하게 되는데……


책 속 등장인물을 따라

그들의 마음과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그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주변의 눈초리와 현실과의 괴리에 몸과 마음이 지친 모습,

혹은 분명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예전만큼 열정이 솟아나지 않아 방황하고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질되는 '좋아하는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타인과 현실의 눈에 맞춘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다양한 사회적 시선들에 맞서 내 마음속 이야기와 감정에

귀 기울이며 성장해나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때로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힐링을 안겨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무감정의 사람들에게도

무언가를 열정 있게 쫓아 추진하는 도서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공통점 하나에 마음 한편에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 이야기 나누는 밤을 보내는 시간 속 마주하는 사건을 통해

아픈 상처를 씻고 성장해 나가며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오롯이 바라보게 된 등장인물들의 성장은

일의 종류는 다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고민에 빠진 요즘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책 속 음식과 맛 표현으로 마음속 알 수 없는 허기를 달래기도,

좋아하는 마음도 일하는 마음도 하염없이 가라앉아 작아지는 밤에

의심을 달래고 토닥여 다시 달릴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켜주는 독서였다.


퍽퍽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따금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밤,

따끈하고 정성스러운 음식과 잔잔한 배경 속

자신의 '좋아함'을 쫓아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

밤의 도서관 사람들을 통해 잠시 작은 휴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슴에 스며드는 이야기, 야식 한 접시로 마음이 배불러진다.

실제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밤의 도서관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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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이지수 지음 / 낮은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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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스터 션샤인' 이라는 드라마에서

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비겁하기로 소문난 아버지를 둔 덕에

열정 없이 사는 '시시한 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김희성 역할을 맡은

변요한 배우의 대사 하나가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원하면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그의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무엇도 가지려고 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리고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존재의 이유와 쓸모만을 찾느라 바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손에 넣어도

만족하고 기쁜 것은 잠깐,

그 환희의 순간은 찰나이고

금세 시들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용해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


이 책은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라는

생존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시간을 견디고 만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사치의 목록을 엮어 만든 이야기이다.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있으면 좋으니까 굳이 구입하는 것.

그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것을

사치품이라 명명하며

작가의 서랍 속에 담겨 있는

작고, 오래되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작가에게 미지근한 행복과 평온함,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사치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무용하지만 커다란 가치가 있는

물건, 찰나에는 무엇이 있나

되돌아보며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 포근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리 내 일상이 퍽퍽하고

또 때로는 타인과 비교하며 느껴지는

남루함에 작아지는 날이라도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없게 하는,

한 시절의 나를 지켜주는,

일상에 윤기를 더해주는 작은 사치들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매일,

타인과의 비교로 작아지고 위축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게는 책갈피나 핸드크림,

프라이팬과 피아노 레슨처럼

물건과 행위는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이별을 통해

느끼게 되는 행복과 작별의 순간 등


책 속의 따뜻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부터

묵직하고 뭉클한 에피소드들은

작가만의 작은 사치를 넘어서

우리의 마음에도 작고 안온한 행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무용하지만 충분한 행복을 안겨주는

목록을 따라 읽어 내려가며,


가끔 마음이 지칠 때마다

햇볕에 보송하게 말려 따끈해진

이불의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거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직장인 시절

금요일 퇴근 후 불을 꺼두고 방에서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리며 기분을 털어냈던

잊고 있던 나만의 작은 사치를 떠올랐다.


고된 하루를 건너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결국에는 어떤 쓸모나 존재 이유가 있는

값비싼 물건이나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나조차도 있는 줄도 모른 채

잊고 살아가던 소소한 것일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오늘 하루의 생활 중 단 한 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준 듯하다.


충분히 스스로, 그리고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고 기쁘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않고

타인이 가진 것에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크게 생각하는 삶으로

가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

소소한 일상의 조각 속에서도

분명하게 확실한 행복을 안겨주는

나만의 '사치'를 찾음으로써

때로 고된 하루일지라도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겠다는 기대는

다가올 인생의 수많은 나날들에

단단한 믿음과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무용한 것들,

혹은 나만의 작은 사치들을 잘 그러모아

순간순간 기쁨을 만끽하며

그런 매일이 쌓여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과 비교하며 작아지고 위축되는 사람에게

잊고 있던 주머니 속, 서랍 속

행복을 일깨워 주는 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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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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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설사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았으면

하는 약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들 만큼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

긍정적이길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누군가 뒤에서 내 이야기를 좋지 않게 하는

소위 험담을 듣게 된다면

괜스레 시무룩해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왜 상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궁금해지고,

그 생각을 바꾸게끔 하고 싶어

행동거지에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참나, 진짜 어이없네.

나라고 자기를 좋게 보는 줄 아나.'

생각하면서도 그 말에 내심 신경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 알 바 아니야'라고 머리로는 말하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거나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사실은 어려웠음을

이렇게나마 소심하게 고백한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평온해질까,

이런 말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기 위한 법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

타인의 평판에 휘둘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인생 조언을 건넨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이다.


소노 아야코는 소설가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의 에세이를 더 많이 접해왔는데,

나이가 든 할머니가 건네는 따끔하게

뼈 때리는 조언들이

오히려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

이번에도 그런 조언들이 나의 복잡한 마음을

조금은 편안해지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그녀는 좋은 사람 노릇은 피곤하다며,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다 보면

남들 눈에는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더라도

정작 그 안에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가짜 나'만 남게 되는 법이라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굳건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과

타인을 원망하지 않으면서 진정 편안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인간관계에서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좋고 멋진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요즘의 사회에서


무난하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려다

속이 문드러지는 경우는 허다하다고,

수많은 비교로 상처받으며

삶을 만끽하지 못하느니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라는 명쾌한 접근이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한다는 말이

나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의지를 갖는 것에서

편안함이 시작된다는 것으로


인간관계에 그리고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느라 위축된 지금의 나에게

꽤나 따스하고 직설적인 조언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편안함'은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게 가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원래 '악하다'라는 성악설을 염두에 두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기대감이 크지 않기에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

그녀의 논리이다.


당연히 '모두가 좋은 사람,

나에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면

무리 없고 편안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이 경우 배신이나 험담 앞에

당황하거나 아연실색하게 되니

애초부터 성악설을 따르게 되면

의심은 대부분 기우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유지하기 어렵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평판은 유지하기 쉽다.

늘 좋은 사람으로 노력하다가

한번 화를 내면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마냥 나쁘게만 보이는 사람이 한번 마음을 열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쟤가 그래 보여도 사람은 좋아' 평을 받으니

늘 잘해주는 것보다 한번 잘해주는 것이

되려 좋은 평판을 받는 것도 같고 말이다.


이처럼 평판이라는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유지하기 쉬우니

그렇다고 나쁘게 굴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또 인간 내면 깊숙이 스며있는

위선이나 무례, 어리석음, 자신이 옳다며

타인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이중성 등을 미리 이해하고 나면

일일이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는

가르침도 전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치에 맞지 않으면 거절하고,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넘기고,

평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삶.


이런 마음속 기대를 내려놓음과

약간의 힘을 빼는 관계를 대하는 기술은

인생을 이미 이만큼 살아낸 선배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자

현명한 삶의 지혜로 느껴져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에게

애써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노력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든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100% 좋은 사람일 수 없기에,

각기 다른 마음을 모두 맞출 수 없으니

'적당히' 나의 기준점을 정해놓고,

너무 애쓰지 않는 인간관계로 삶을 임할 때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위안이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마음속을 떠나지 않던

나를 향한 날 선 나쁜 말들이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냥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좋게 보아주는 사람들 곁에서,

혹은 조금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관계에서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애쓰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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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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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의무적으로 매일 일기를 쓰거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이라면 응당 매일 일기를 쓰고

일주일에 한번, 혹은 방학이 끝난 후

선생님께 매일의 일상과 기분을 써낸

일기를 검사받는 일이 보편적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엇비슷한 매일,

어린이들에게는 크게 감정의 동요가 없기에

일기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아서,

매일 일기를 쓰는 일은 특별한 의미보다는

귀찮은 숙제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일기를 쓸 때보다 설레고

또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검사를 위해 일기장을 제출하고 나면

선생님이 틀린 맞춤법을 교정해 주거나

인상적인 일기가 씐 날에는

짤막한 답변을 달아주곤 했는데,


온통 연필로 쓴 글씨라 때로는 번지기도 하고

아직 여물지 않은 울퉁불퉁 큼직한

어린이의 글씨와 달리 곧은 글씨체로

빨간색이나 파란색 볼펜으로 써 내려간

선생님의 글씨를 보는 그 순간이다.


때로는 글씨체를 칭찬하기도,

어떤 날에는 좀 더 예쁜 글씨를 쓰라는 지적이

있는 날도 있었지만


친구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빚거나

집에서 일어난 일들 속 나의 행동이나 생각을

헤아려주고 현자처럼 답을 주는

선생님의 글이 좋아서 일기를 더 열심히

부지런하게 기록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일기라는 게 참 그렇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기도 하며

필자이자 유일한 독자 역시 나이기에

'누가 이걸 읽는다'는 전제를 두고 쓰지 않지만

이렇듯 어떤 면에서는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


아마도 작가가 그런 마음으로

이 일기들을 써 내려간 것이 아닐까,

어린 날 내 일기를 보고 답변을 써주던

선생님의 감상이 궁금해 설레던

그때가 오버랩 되었다.


스무 살에 등단한 작가,

그것도 '시'를 쓰는 사람이라니

그의 일기 속에는 어떤 일상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상대가 허락해 준 일기장을

몰래 펼쳐읽는 수줍음과 설렘으로

이 책을 펼쳤다.


특히나 '쓰기 일기'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고, 때로는 멈추었으며,

어떤 날에는 괴로워

끝끝내 혼자서만 읽으려고

잠가두었던 마음을 펼쳐낸,

'쓰는 사람의 마음'을 포장 없이

그렇지만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이 일기들은


'글쓰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 쓰기에 몰두하며 보낸 그의 매일을 쫓아

이리저리 그의 시간들을 유영하며

누군가의 쓰고 읽는 일에 이만큼 가까이 닿아

한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된 느낌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시인들이 쓴 시를 통해서

'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글을 읽은 것만으로도

공감과 연대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잘 모르지만

쓰기에 몰두하고 고민하고 헤매는

그의 일기를 통해 적어도

서윤후라는 '쓰는 사람',

그리고 그가 '쓰는 마음'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편지는 내 손을 떠나 상대에게 건네는 순간

아무리 내가 쓴 글이어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지만,

일기는 오롯이 내 손안에 남아

휘발되거나 다른 이에게 가닿지 않고

그대로 침전해 그것이 나를 설명하고,

나 자체가 된다.


그렇기에 쓰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시에 흠씬 두들겨 맞고도 계속해서

시에게 포옹을 하고,

계속해서 써나간 작가의 일상과

그의 가장 안쪽을 내보인 이 일기는

쓰고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일상을

그렇게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더기같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가는 매일을

이름을 붙여 명명하고 특별한 날로

변모시키는 사소한 기록들이,

내가 멈춰서 오래 곱씹고 보관할 수 있는

마음속 작은 웅덩이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기와 기록, 쓰기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기도 했다.


스무 살부터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임에도

멋지게 완성된 글만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둠 속에 수없이 무너지고,

언젠가는 밝게 타오르는 순간까지

쓰기를 업으로 삼고, 쓰는 삶을 살며

부딪쳐온 수많은 감정들을 통해


상처가 상처를 지나는 이야기,

상처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지

그 질문이 다른 상처에게로 닿아

대답을 흉터로 짊어지는

문학을 바라보는 그만의 특별한 시선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인간적이고 가깝게 느껴졌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만의 어둠,

숨기고 싶은 어둠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어둠 하나쯤

켜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쓰기에 관한 고백이자


어둠 속에서 어둠을 밀어내도록 도와준

쓰는 일에 대한 조명이기도,

그가 쓰기를 통해 받고, 보내고, 말해주고 싶은

많은 마음들을 녹여낸

혼신의 힘을 다한 심심한 독백을 읽어 내려가며


대단한 시작이 아니더라도

나 역시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내 몫의 문장과 쓰기를 통해

나의 일상과 매일을 기록해 본다면

그가 그랬듯 나 역시 어딘가에 가닿고,

또 나 자신에게 제대로 다가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꽤나 열정적이어서 무척이나 뜨겁고,

때로는 무겁고 씁쓸했으며

어둠 속에서 침전하는 그의 마음들이

마냥 이해하고 읽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일기에 답장으로 짤막한 문장을 덧붙여주던

선생님의 마음처럼,

혼자 그의 일기에 이런저런 넋두리를 붙여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서였다.




※ 본 포스팅은 샘터 물방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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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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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마음을 담아둔 일기를 몰래 읽는 느낌.
쓰는 사람으로 때로는 불타오르고 때로는 멈추어 침전하던 매일을 따라가며
그럼에도 ‘쓰기‘에 가닿고자 하는 한 사람의 열정 덕분에 기록에 대한 열망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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