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이지수 지음 / 낮은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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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스터 션샤인' 이라는 드라마에서

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비겁하기로 소문난 아버지를 둔 덕에

열정 없이 사는 '시시한 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김희성 역할을 맡은

변요한 배우의 대사 하나가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원하면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그의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무엇도 가지려고 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리고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존재의 이유와 쓸모만을 찾느라 바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손에 넣어도

만족하고 기쁜 것은 잠깐,

그 환희의 순간은 찰나이고

금세 시들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용해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


이 책은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라는

생존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어떤 시간을 견디고 만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사치의 목록을 엮어 만든 이야기이다.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있으면 좋으니까 굳이 구입하는 것.

그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것을

사치품이라 명명하며

작가의 서랍 속에 담겨 있는

작고, 오래되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작가에게 미지근한 행복과 평온함,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사치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무용하지만 커다란 가치가 있는

물건, 찰나에는 무엇이 있나

되돌아보며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 포근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리 내 일상이 퍽퍽하고

또 때로는 타인과 비교하며 느껴지는

남루함에 작아지는 날이라도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없게 하는,

한 시절의 나를 지켜주는,

일상에 윤기를 더해주는 작은 사치들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매일,

타인과의 비교로 작아지고 위축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게는 책갈피나 핸드크림,

프라이팬과 피아노 레슨처럼

물건과 행위는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이별을 통해

느끼게 되는 행복과 작별의 순간 등


책 속의 따뜻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부터

묵직하고 뭉클한 에피소드들은

작가만의 작은 사치를 넘어서

우리의 마음에도 작고 안온한 행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무용하지만 충분한 행복을 안겨주는

목록을 따라 읽어 내려가며,


가끔 마음이 지칠 때마다

햇볕에 보송하게 말려 따끈해진

이불의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거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직장인 시절

금요일 퇴근 후 불을 꺼두고 방에서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리며 기분을 털어냈던

잊고 있던 나만의 작은 사치를 떠올랐다.


고된 하루를 건너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결국에는 어떤 쓸모나 존재 이유가 있는

값비싼 물건이나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나조차도 있는 줄도 모른 채

잊고 살아가던 소소한 것일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오늘 하루의 생활 중 단 한 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준 듯하다.


충분히 스스로, 그리고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고 기쁘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않고

타인이 가진 것에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크게 생각하는 삶으로

가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

소소한 일상의 조각 속에서도

분명하게 확실한 행복을 안겨주는

나만의 '사치'를 찾음으로써

때로 고된 하루일지라도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겠다는 기대는

다가올 인생의 수많은 나날들에

단단한 믿음과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무용한 것들,

혹은 나만의 작은 사치들을 잘 그러모아

순간순간 기쁨을 만끽하며

그런 매일이 쌓여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과 비교하며 작아지고 위축되는 사람에게

잊고 있던 주머니 속, 서랍 속

행복을 일깨워 주는 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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