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
김진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후 네시에 네가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
이 문장뿐 아니라 어린 왕자 속 명대사들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혹은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게
순수함을 일깨워 주며 회자되었다.
여섯 살 남짓의 금발머리를 한 작은 남자아이,
조종사를 깨워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거나
모자처럼 보이는 그림을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라 일컫는 모습은
나에게도 흐릿하지만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존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어린 왕자 이야기.
조금은 엉뚱한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고
때로 떼쓰는 어린 아이 같은 그는
내 눈에는 마냥 착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명확한 기승전결이나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진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분명 동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만 했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를
해설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책을 다시 펼치며
'어른이 된다는 것'의 본질을 성찰한
김진하의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나이나 사회적 역할에 매여
숫자와 계산으로 세상을 보고,
관계를 기능과 역할로 환원하며
상상력을 잃은 어른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성숙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 역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어른이 되어 비로소 이해되었다고 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추억의 동화를 다시 읽다보면
책의 제목인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언제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는가?'로 변모한다.
책은 어린 왕자와 그가 여행한 소행성들,
여우와 장미꽃, 바오밥 나무와 조종사 등
책 속의 에피소드를 풀이하고 있지만
원문 소개, 원작자의 관계나 결핍,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상황을
함께 맞물려 해설하면서
단순히 이것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소설임을 일깨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장미꽃과의 사랑, 여우와의 길들임,
조종사와의 교감만을 기억했지만,
다시 읽으며 사랑의 불안정성,
권력과 허영, 탐욕의 가치,
길들임이 말하는 책임,
그리고 어린 왕자의 죽음을 통해서
성숙의 과정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읽었었던가' 싶을 만큼
익숙했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며,
지금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책은 진정한 성숙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감각과 호기심을 찾는 것이야말로
어른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
관계는 효율이나 이익이 아니라
책임과 유대를 통해 깊어지고,
그때 비로소 '나만의 한송이 장미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어린이에 대한 동화 같던 이야기가
책의 후반부를 갈수록
어린 왕자의 죽음, 조종사의 상실감을 다루며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묵직한 소설로 변모한다.
지구를 떠나 작은 별로 돌아간다 말하며
자신이 남긴 껍데기에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어린 왕자의 말은
더 이상 그를 어린이로 두지 않는다.
여러 소행성을 돌고, 지구를 거쳐
자신만의 작은 별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를 통해
성숙은 목표가 아닌 여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마음으로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며,
같은 문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 경험은
지금의 나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불안정한 나날들이 이어지지만,
다시 어린이가 되는 용기를 가지고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동화에 이렇게나 인생과 사랑,
삶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었나 싶다.
이 책의 메시지를 발판삼아
매일을 다시 어린이가 되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