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인생 수업 - 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성기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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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태어나 죽기까지 누구든 인생을 단 한 번만 산다.

그렇기에 아무리 뛰어난 지성이라도

삶을 들여다보면 헤매는 건 매한가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역시 그러했다.


98년의 삶 동안

그는 수학, 철학, 교육을 넘나들며

학문의 정점에 섰지만,

자유연애를 즐기며 네 번의 결혼,

노년의 반전시위까지 굴곡진 삶을 살았다.

혁신적인 주장으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류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한 인생을 사는

행복한 사상가였다.


그의 인생관은 단순하다.

사랑은 배우고 익혀야 하며,

행복은 손을 뻗어 따야 하고,

지식은 공동체를 위해 쓰여야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삶의 진리가 담겨 있다.


많은 것을 쫓느라 사랑을 놓치고,

먼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현대인들에게

러셀의 삶은 충만한 행복을 보여주는 길잡이가 된다.


《러셀의 인생 수업》은

그의 인생을 사랑·지식·교육·불행·행복

총 다섯 주제, 24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완벽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행복을 추구한 러셀의 철학은

흔들리고 불안한 우리에게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불완전함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용기를 준다.


그는 '불행에는 원인이 있고,

행복에는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완벽하지 않음에도 진실하게 살며

행복을 추구한 그의 인생은

지금 행복하지 못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뛰어난 지성인도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러셀은 네 번의 결혼과 늦은 나이에 얻은 자녀 등

사랑에서 서툴렀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깊이 탐구했다.

그의 사랑관은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파격적이었지만,

굉장히 주체적이면서도 자유를 존중하는

깨어 있는 시선을 담고 있다.


사랑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그의 말은

관계에 서툰 나에게도 성숙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철학자로 알려진 러셀이지만

그는 수학, 역사, 종교,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열정을 쏟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지식과 글쓰기에 깊이 관여했고,

참된 지식은 끊임없는 의심과

비판적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지식을 단순한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라는 그의 태도는

지식과 행복을 새롭게 연결해 보게 했다.


또한 그는 불행의 원인을

자기 몰입과 두려움, 비교와 시기에서 찾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 4시간 노동 같은

제안을 내놓기도 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지만

오늘날 주 4일제 논의와 맞닿아 겹쳐 보이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혜안에

새삼 감탄하게 되기도 했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행복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한 울림이 되리라 생각한다.


행복은 특별한 사람만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러셀은 불행을 직시하고도

행복의 방법을 실천하며 살아갔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실했던 그의 삶은

사랑과 지식, 교육을 통해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위로와 동시에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동기부여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불완전함을

걱정하기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태도로

행복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사랑, 결혼, 자녀교육, 인간관계 등

인생의 수많은 고비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펼치고 싶다.


행복하지 않은 매일 속에서

삶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거나

경쟁과 비교 속에서

불안과 불행을 크게 느끼는 사람,

삶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시대를 초월한 통찰을 담은

《러셀의 인생 수업》을 통해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행복을 모색하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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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만 깨지지 않는 - 어린이처럼 모든 순간을 사는 법
박상아 지음 / 부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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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같지만

이따금 조카가 하는 한마디 말에

맞아, 하는 공감과 통찰을 느낄 때가 있다.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이 있을 때,

혹은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서운함도

조카에게 털어놓으면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내어주기에

종종 일부러 아이에게 묻고 답을 찾기도 한다.


가정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

가족 혹은 친구가 세계의 전부이지만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세상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아이들의 시선을 마주할 때면

세상에 찌들 대로 찌든 어른이 되어버린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그 맑은 에너지에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탄탄한 서사를 가진 어른들의 책 못지않게

단순한 교훈이나 메시지를 담은

아이들의 동화책에서 오히려 큰 위로를 얻듯이

어쩌면 조금 느리고 어설픈

푹 익지 않은 어린이의 마음을 통해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투명하지만 깨지지 않는》은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담아낸 에세이로,

'어린이처럼 모든 순간을 사는 법'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과 다정한 마음을 통해

어른들이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고

삶을 더 용기 있고 따뜻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처럼

저마다의 개성과 생각으로 바쁜

어린이들의 매일을 조명한다.


각자의 알록달록한 반짝임으로

서로 함께 부대끼고 어울려 살아가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 속에는

깊은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어

피식 미소 짓게 만들었다.


물론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서툴며,

느린 속도에 더디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조급함 없이 온 마음을 다해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또한, 작은 것에도 감동하며

자유롭게 상상을 펼쳐내는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일상을 통해

조금은 더 따뜻한 세상,

잃어버린 마음속 퍼즐 한 조각을

찾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발표를 할 때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어렵지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때로는 헤매는 친구를 위해

부러 속도를 맞추는 아이들의 맑은 마음.


나 하나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른들의 오해와 달리 아이들은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보다

'쟤도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지' 하는

둥글고 어진 마음을 가졌다.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지나가듯 말한 것을 기억했다가 챙겨주거나

부모님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취향을 닮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어른보다 더 큰마음을 돌려주는,

풋풋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사연들은

아이처럼 사는 마음을 꿈꾸게 한다.


어른은 성숙하고 아이들은 미숙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오히려 어른들은 비겁하기도

또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작가는 되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소통과 공감의 감정,

평등과 존중을 다시 배웠으며


타인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까지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대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서는

어른 사회의 경쟁과 차별 같은 부끄러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런 감정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최선과 완벽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마음을 다하는' 아이들의 최선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책은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설교도,

뻔한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 애들'을 어여삐 여기지 못하고

하나같이 영악하고 약았다며

혀를 내두르던 나에게도

잊고 있던 다정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니

분명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있었는데,

그 마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열고 아이처럼 돌아가

놀고 사랑하며 멈추지 않고 뛰어들 때

그 단단한 경험, 다정한 마음과 용기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 책이 주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처럼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즐기는 순수한 마음,

두려움 앞에서 멈추지 않고

또 계산하지 않고 마음을 따라가는 용기.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나눔과 다정한 배려.

완벽을 향한 압박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는 최선의 의미까지


귀엽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어느덧 어른들이 잃어버린

삶의 본질을 되찾게 하는 거울이 되어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잊고 지냈던 다정함과 용기, 순수함을

책을 통해 다시 배우며

더 단단하고 따뜻한 삶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반복되는 매일, 삭막한 요즘은

우리를 번아웃과 우울로 이끌지만

계산하지 않고 온 마음을 내어주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지친 일상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살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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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만큼 내가 된다 - 매일의 순간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일에 대하여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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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하루가 참 길었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금세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나가 버린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어릴 때는 작은 순간들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자주 찾기에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

그것들을 기억하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체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어른들의 삶은 매일이 엇비슷하고

특별한 사건이나 기억해야 할만한

가치나 마음을 두지 않기에

어제와 오늘,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

회상했을 때 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머릿속에서 지우게 되어

금방 흐른 것처럼 느낀다고 말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그러하듯

매일을 즐겁게, 또 의미를 부여해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을까 싶다.


어릴 때 숙제로 매일 쓰던 일기장 속엔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온 일,

친구와 다퉈 눈물을 쏟거나

길에서 나비나 개미를 마주한 것까지도

별것 아닌 일들로 빼곡하게 담겨있다.


대수롭지 않을법한 그 일들이

되돌아봤을 때 의미 있는 기억이자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되어

나의 한 시절이 되었다.


그렇다면 '기록'이 나의 시간을 붙잡아주고,

미처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나를

더 자세히 알게 해주는 게 아닐까?


기록에 대한 열망은 항상 갖고 있지만

쓰면서도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내게


《기록이라는 세계》라는 책으로

기록의 즐거움과 나를 확장하는 법을 일깨워 준

작가 기록친구리니가

이번에는 신간 《쓰는 만큼 내가 된다》에서

매일의 순간을 모아 흐릿한 나를

선명하게 마주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전작처럼

자신만의 기록 팁을 담고 있지만

단순히 '기록법'에 대한 소개나 추천보다는

꼭 완벽하거나 잘 정리된,

의미 있는 기록이 아닐지라도

무언가 쓰기 시작함으로써 가까워진

나와의 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을 모으고,

내가 마주한 타인의 친절을 수집하고,

어떤 날에는 싫은 것들에 대해,

또 어떤 날에는 할까 말까 망설이는

고민을 한 줄씩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세상에 휩쓸려 나다움을 잃고

적당히 매일을 반복하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부여잡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꼭 작가처럼 잘 써낸 기록이 아닐지라도

나만의 스타일, 취향을 밝혀가며

조금씩 조금씩 선명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 것이다.


나 역시 매일 블로그에 일상을 남기고,

여러 권의 다이어리에 일정과

식단, 소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는 누군가의 예쁘고 잘 정돈된 기록을 보며

'나도 한번 시작해 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쌓인 기록을 되돌아볼 때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조차 잘 알지 못했던 나를

새롭게 알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록의 힘을 인지하고 나니

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그 사람의 역사를 담아낸 기록이

얼마나 의미 있는 과정인지를

새삼스레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지우면 쉽게 사라지는 온라인 SNS의 글과 달리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기록은

그대로 흔적으로 남기 때문에

처음에는 감정을 담아내는 게 어려웠다.

내 일기, 기록임에도 거짓말을 하듯

좋은 내용만 쓰려 애쓰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기화펜으로 감정을 쏟아내며

그 글씨가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마음속 후련함을 느끼거나

때로는 피하고 싶은 감정들을 써보는 시도는

물론 전혀 예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나답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강의와 북토크에서 만난

독자들의 사연과 고민은

내가 가진 못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나만 기록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과 공감의 마음은 물론

이를 헤아려주고 다독여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 일러주는

작가의 잔잔한 응원 덕분에

더욱 단단하고 분명한 나를 발견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글씨를 쓴다는 것,

나의 생각이나 마음을 기록하는 것.

작게는 그날 먹은 식단이나 걸음 수,

마신 물의 용량을 쓰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보잘것없는 한 글자가

'나를 위해 적은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더 선명한 '나'로 닿아가는 길임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오롯이 만끽할 것을,

기록을 통해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감각할 수 있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늘 흐지부지되는 기록을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단단하게,

계속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마주하고,

아무거나 상관없다며 스스로의 취향을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가의 기록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쓰는 만큼 내가 되는 경험을

꼭 만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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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의 비밀
오가와 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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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매일의 풍경에서 벗어나

훌쩍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의 일상,

그곳에서만의 루틴이 생기게 된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도

낯선 풍경 속에서 조금은 차분하게

그곳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되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이 분위기에 한껏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살아온 곳과 다른 계절, 풍경,

다른 날씨를 온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며 차곡차곡 쌓이는 날들 속에

더없이 알찬 경험과 행복이 쌓인다.


인생 후반전을 코앞에 두고

남편, 반려견과 함께 떠난 낯설고 먼 타국,

베를린에서 보낸 일 년의 일상을 담은

오가와 이토의 에세이 《완두콩의 비밀》.

2017년의 일기를 엮은

전작 《두둥실 천국 같은》에 이어

2018년 그녀가 써 내려간 일기들을 엮었다.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어린아이의 매일처럼 좌충우돌투성이다.

하지만 아이가 발걸음을 떼고

부모에게서 한마디씩 말과 단어를 배우듯

라디오를 들으며 독일어를 배우고,

또 동네를 산책하며 새로운 이웃을 사귀거나

추운 겨울에 이불 속에서 반려견과 꼭 끌어안아

온기를 나누는 소소한 매일의 일상,

때로는 떠나온 고국과 음식을 그리워하며

추억 어린 음식을 만들어 먹는 하루는

특별하지 않지만 잔잔한 행복을 안겨준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행복하고 '어쩐지' 즐거운

작가의 매일을 따라가다 보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독일 베를린의 생활이

그녀의 것을 넘어 나의 경험이 되는 기분이었다.


어떤 날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물에서 둥실둥실 몸을 띄운 채

우주에 내던져진듯한 느낌을 만끽한다.

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재료로

몇 가지는 부족하지만 그리운 맛을 찾거나

된장을 만들고 나누며 정을 나눈다.


한 번씩 남편이나 작가 당사자가

집을 비우고 일본에 다녀올 때면

반려견 유리네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며

다시 만났을 때 마주하는

가족과의 사랑, 단단한 안정감까지

평범하지만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하루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사실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신경 쓰거나

무언가 이뤄내고자 하는 성취를 덜어내고

그냥 하루하루의 작은 즐거움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부터

이듬해를 앞둔 12월까지

1년 사계절, 계절의 변화를 따라

꽉 채워 그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작가의 일상을 통해

잊고 있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들여다보면 모두의 삶에

이만큼 가득한 행복이 있다고,

작가처럼 삶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바라볼 때

일상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조이풀하게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스르륵 녹여주었다.


다정하게 매일을 바라보는,

또 특별하지 않은 하루들을 어여삐 여기며

어느 날에는 주름 없이 잘 삶아진

완두콩에 행복을 느끼는 인생.

누구에게나 걱정과 불안은 있겠지만

거기에 침잠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저 오늘을 살아내자는 마음이 잔잔한 감동,

롤 모델 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유히 흘러가는 매일을 애정하는 마음을

일러주는 책 속의 문장들을 잘 새겨

나의 하루를, 일상을,

슈퍼 조이풀하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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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
김진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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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후 네시에 네가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

이 문장뿐 아니라 어린 왕자 속 명대사들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혹은 동심을 잃은 어른들에게

순수함을 일깨워 주며 회자되었다.


여섯 살 남짓의 금발머리를 한 작은 남자아이,

조종사를 깨워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거나

모자처럼 보이는 그림을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라 일컫는 모습은

나에게도 흐릿하지만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존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어린 왕자 이야기.

조금은 엉뚱한 듯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고

때로 떼쓰는 어린 아이 같은 그는

내 눈에는 마냥 착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명확한 기승전결이나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진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분명 동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만 했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를

해설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책을 다시 펼치며

'어른이 된다는 것'의 본질을 성찰한

김진하의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나이나 사회적 역할에 매여

숫자와 계산으로 세상을 보고,

관계를 기능과 역할로 환원하며

상상력을 잃은 어른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성숙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 역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어른이 되어 비로소 이해되었다고 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추억의 동화를 다시 읽다보면

책의 제목인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언제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는가?'로 변모한다.


책은 어린 왕자와 그가 여행한 소행성들,

여우와 장미꽃, 바오밥 나무와 조종사 등

책 속의 에피소드를 풀이하고 있지만

원문 소개, 원작자의 관계나 결핍,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상황을

함께 맞물려 해설하면서

단순히 이것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소설임을 일깨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장미꽃과의 사랑, 여우와의 길들임,

조종사와의 교감만을 기억했지만,

다시 읽으며 사랑의 불안정성,

권력과 허영, 탐욕의 가치,

길들임이 말하는 책임,

그리고 어린 왕자의 죽음을 통해서

성숙의 과정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읽었었던가' 싶을 만큼

익숙했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며,

지금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책은 진정한 성숙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감각과 호기심을 찾는 것이야말로

어른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


관계는 효율이나 이익이 아니라

책임과 유대를 통해 깊어지고,

그때 비로소 '나만의 한송이 장미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어린이에 대한 동화 같던 이야기가

책의 후반부를 갈수록

어린 왕자의 죽음, 조종사의 상실감을 다루며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묵직한 소설로 변모한다.


지구를 떠나 작은 별로 돌아간다 말하며

자신이 남긴 껍데기에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어린 왕자의 말은

더 이상 그를 어린이로 두지 않는다.


여러 소행성을 돌고, 지구를 거쳐

자신만의 작은 별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를 통해

성숙은 목표가 아닌 여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마음으로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며,

같은 문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 경험은

지금의 나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불안정한 나날들이 이어지지만,

다시 어린이가 되는 용기를 가지고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동화에 이렇게나 인생과 사랑,

삶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었나 싶다.

이 책의 메시지를 발판삼아

매일을 다시 어린이가 되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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