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지음, 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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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송에서 나온

"우리는 필요한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얼핏 필요를 기반으로 한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치약이나 두루마리 휴지 같은 품목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소유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충동구매에 가까운 것이 많다.


가제노타미가 쓴 《저소비 생활》은

이런 측면에서 소비를 재정비한다.

무조건 돈을 적게 쓰는 극단적인 절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절약을 통해

내가 가진 소비욕에 잠식당하지 않고

참으며 견디지 않고도 소비를 자연스레 줄이는

마음 편한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말한다.


한 달에 70만 원으로 생활하는 작가의 삶이

궁상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돈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충만한 행복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저소비 생활은

극단적인 절약인 짠테크나

물건을 줄여 최소한의 것으로 지내는

미니멀리즘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저소비 생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가는 작업'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

쌓인 물건을 줄이고 내가 정말 원하는

고유한 취향에 집중하면

굳이 많은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트렌드를 휩쓸던

욜로(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를 지나

경기불황과 현실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안티 플렉스의 시대가 도래하며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요노(You Only Need One) 소비와

일맥상통하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소비를 위해 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는 것은

그저 '돈'을 줄일 뿐 행복감을 주지 못하지만,


카페를 좋아하는 마음의 본질로 들어가

매장의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나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혹은 집이 아닌 공간으로 외출해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인지

그 '욕구'를 제대로 마주하게 되면


꼭 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거나,

혹은 텀블러에 담은 인스턴트커피로

공원이나 도서관에서 마시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저소비 생활의 핵심이자

행복한 삶을 사는 첫걸음이라는 것.


무언가 물건을 사고 소비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그것은 순간적이고 휘발성 있는 감정일 뿐

시간을 더해갈수록 작은 소비에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소비가 행복을 보증한다면

우리는 이미 매우 행복한 상태여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에

그동안 이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이어왔던건 아닐까.


매달 나에게 꼭 필요한 금액을 산출한 뒤

저축을 먼저 할 것인가,

혹은 소비금액을 정할 것인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른 뒤

주차별 소비계획을 세우며

내 생활의 프레임을 먼저 만든 뒤 살아간다면


꼭 극단적인 소비의 자제 없이도,

애써 인내하지 않더라도

과소비 충동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으며

그것이 몸도 마음도 편한 지름길이라 말한다.


그동안 '크게 낭비하지 않는데'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해왔던 많은 소비가 사실은

기분전환을 위한 것이나

불필요한 것이 많았다는 자각은

나름 절약한다 생각했던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싸고 좋다는 이유로

몇 개씩 미리 사두었던 화장품이나 생필품 역시

저소비 생활을 방해하는 습관이었음을,

비싸지 않아서 고민없이 결제하던 소비도

쌓이고 쌓이면 낭비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매달 카드결제일이 다가오면

새삼 '내가 이렇게 많이 썼었나?' 놀라면서도

어떤 식으로 소비를 줄여야 할지,

혹은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진짜 욕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소비를 개선한다면

돈의 절약을 넘어 보다 행복한 삶에

가닿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이 책을 통한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돈을 쓰지 말자는 식의

극단적 소비 억제가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돌아보고,

그 안에서 충분히 생활하면서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마다

그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돈을 쓰는,

소비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소비를 줄이면 불행하다 느끼지 않을까,

돈을 너무 안 쓰면 쪼잔해 보이지 않을까,

절약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 어린 시선을 가졌던 저소비 생활이었지만

소비가 줄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늘어난다는

충만한 기쁨에 대한 기대가

되려 설레는 기분이 든다.


연말을 맞아 한 해를 회고하며

내년에는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는 삶을 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많은 이들에게

소비와 돈에 얽매이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한 매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저소비 생활을 추천하고 싶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내가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스스로 계속 물음을 던지는

건강한 삶을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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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개인이 되자 - 내향인의 번아웃 해결책
진민영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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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성격유형검사.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성격을 분석해 주는

일종의 심리 테스트로,

한창 유행할 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이 검사를 하느라 난리였다.

16가지 타입으로 구분되는 성격의 특징으로

서로의 성격 타입을 짐작해 보거나

이와 관련된 마케팅이 펼쳐질 정도였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인기였다.


'내향형 사람은 정말 이런가요?'

'계획형은 여행 갈 때 이것까지 계획을 세우나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서로의 성향에 물음표를 던지며

자신과 다른 모습에, 혹은 같은 모습에

신기함과 공감을 느꼈다.


나는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 INFJ 타입으로

내향형 - 직관적 - 감정적 - 계획형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수줍음이 많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겪었기에

결과를 해석한 내용을 보면서 나 역시

'딱 내 얘기가 맞는 것 같아' 공감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을 마음으로 삼키고,

타인에게 맞추느라 쉽게 지치는

내향인으로 살아온 시간을 되짚으며

이런 시간 속에서 쉽게 번아웃에 빠지는

다른 내향인들은 어떻게 매일을 극복할까

궁금증이 생겼다.


내 생각이나 의견을 내비치기보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먼저 묻고

웬만하면 그에 맞추기에

겉으로는 무난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감정적인 어려움이나 갈등,

속앓이를 할 때가 많기에

누군가 속시원히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니멀리스트이자 내향인인 작가 진민영이 쓴

《행복한 개인이 되자》는

내향인이 흔히 겪는 고민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고,

그에 대한 성찰과 자신만의 답변을 담아내었다.


내향인이 겪을 수 있는 번아웃

자존감, 본질, 공허감, 관계, 불안과 초조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접근하는데,

삶을 단순화하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내향인의 감정과 고민을 세밀하게 짚어주며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통해 작가는 타인에게 맞추느라

자신의 행복을 제대로 좇지 못하는 내향인에게

'행복은 타인의 비교나

외부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에게 맞추느라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불필요한 소유와 관계를 줄이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할 때

삶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간소한 삶의 힘'을 일깨워 준다.


외부의 인정이 아닌 자기 존중이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된다는 것,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내향인에게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낼 줄 아는

관계의 균형을 강조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

그것이 불안과 초조를 다루는 방법임을

깨닫게 해주는 작가의 다정한 문장은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 성찰과 단순한 삶,

그리고 자기 존중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닿아가게 도와준다.


항상 겉으로는 둥글둥글 무난한 사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내 마음이 편치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던 지난날이었다.


그러느라 때로는 상처받고,

혹은 내가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도

나를 우선시하기보다는 타인을 생각하느라

나는 뒷전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쩌면 매일을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의 행복에서는 너무 멀어지지 않았나

후회가 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남과 비교하거나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행복의 출발점임을 알려주는 작가의 말은

자존감의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한때는 혼자 움켜쥐고 있는 관계가

힘에 부칠 때가 있어도

'넓은 인간관계가 좋은 거지' 싶었는데,

불필요한 관계를 줄일 때

오히려 삶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조언은

나 역시 이미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이라

더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인생이 누군가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늘 나 혼자 괴로움과 공허감, 불안을 느낀다면

이 또한 건강하지 않은 관계이기에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번아웃'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마주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을 떨쳐내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자는

작가의 삶의 태도는

그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에

닿아있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의 매일에도

꼭 필요한 마음이라 느껴졌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공감의 마음,

삶을 단순화하고 본질에 집중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과 가벼움은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자

진짜 꿈꾸던 행복에 가까웠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가

결국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작가가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충분한 믿음을 주었다.


나의 인생, 나의 행복을 찾는 데에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마음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했던 지난날이었다.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먼저 나를 존중하는 작은 시도가

번아웃을 해결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앞으로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타인과의 관계, 불안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같은 고민을 안고 인생을 살아가며

나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열심히 애쓴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이 성실한 답변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내향인들의 마음에

따뜻한 공감과 위로, 힘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내향인에게

'행복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작은 시도가

번아웃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읽기에 서툰 내향인에게도,

그런 내향인을 이해하기 힘든 외향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와 같은 혹은 나와 너무나 다른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기에

꼭 필요한 시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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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 내가 살아가는 두 세계
이가라시 다이 지음, 서지원 옮김 / 타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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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 중에서

"아기들은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미묘한 방법으로 적응하게 됩니다"

라는 내용을 보았다.


한 청각장애인 엄마는 아기를 낳고

처음에는 아기가 우는지 안 우는지 보느라

밤새 뜬눈으로 지켜보았는데,

나중에는 아기가 우는 대신

잠자는 엄마를 쿡쿡 찌르더라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엄마를 둔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혼자 일어나 엄마에게 걸어가

무릎까지 기어올라온 후에야

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의 아이들은

이처럼 조금씩 부모의 장애에 적응해 나간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당연하고도 익숙한 모습이지만,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데도

우리는 이를 '비정상' 혹은 '이상함'으로

오해하며 편견을 가지는 건 아닐까.


이 책 《코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가 쓴 두 세계의 이야기다.

장애를 가진 부모와 살아오며 겪은 사회의 편견,

가족관계가 남긴 상처,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


들리지 않는 부모님의 세계가

처음부터 그에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첫 번째 언어가 수어라는 것을 이해하고

먼저 배우려 했을 정도로

그는 부모의 장애를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 인간관계가 넓어지면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어가 어눌한 어머니의 말이 이상하다며

웃는 친구를 보며

그는 화를 낼 수도, 같이 웃을 수도 없었다.

그 반응은 손끝에 박힌 가시처럼 남았고,

장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 속에서

그는 부모에게 상처를 주며

일렁이는 사춘기를 보냈다.


그 시절 그는 문제의 원인을 부모에게 돌리며

감정을 쏟아냈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어머니는

차별의 피해자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그런 행동을 당연하듯 받아들이며

오히려 미안하다 말했다.


코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몇 번이나 먹먹한 숨을 토했다.

왜 엄마한테 저렇게까지 말할까 이해되지 않다가도,

우리 역시도 일상 속에서

"엄마 아빠는 이런 걸 잘 모르니까"라며

무시하거나 탓을 하며

상처를 주지 않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미 내뱉은 말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부모에게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꿈꾸며 다른 도시로 떠났지만,

그제야 비로소 부모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부모처럼 들리지 않는 고객을 마주하고,

자신과 같은 코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용기를 얻은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소속감은

그에게 새로운 감각을 깨닫게 했다.

그제야 어머니에게 안겼던 상처를 마주하고,

죄책감과 후회를 글로 풀어내며

세상에 알리기로 한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늦게라도 반성하며

어머니의 아픔을 헤아리는 그의 모습에

'잘했어, 괜찮아.'라는 마음의 소리가 절로 났다.


장애를 지닌 가족이라 특이해 보일지 모르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상처를 보듬는 모습은

오히려 지극히 평범할 뿐.

이 책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오해의 테두리를 지우는 기회를 주었다.


자기 잘못을 마주하고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하는 그의 진심은,

차갑고 편견 어린 사회보다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난다.


코다의 고충과 장애 가족이 감내해야만 하는

사회적 상처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장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지나,

그는 가족과 함께 장애를 넘어 하나가 되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짧은 생각과 편견을 반성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진짜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든다.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이에게는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방법을,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이나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우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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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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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과연 나는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보낼까.


살아있는 동안 전하지 못한 감사와 후회,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할 걸 하는 애틋한 마음,

혹은 묻고 싶었던 질문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들에게 오랜 빚처럼 남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판타지이지만

죽음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 앞에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기대는

그 어떤 것도 지불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그런 발상에서 시작한 판타지로,

전작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통해

상실감에 젖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로와 힐링을 주었던

작가 무라세 다케시의 신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상실감에 젖은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국 이야기는

떠난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마음에 울림을 준다.


각자의 이유로 사랑하는 최애 아티스트,

인생의 커다란 은인, 할머니,

반려견과 연인의 죽음을 맞이한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후회,

애틋함에 빠진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천국으로 간 이가

완전히 떠나기 전 49일 안에

편지를 보낼 수 있고,

또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아오조라 우체국'의 존재를 알게 된다.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우체국을 찾았지만,

그만큼 커다란 값을 지불해야 하는

선택지 앞에서 그들은 과연

상대방을 향한 편지를 보낼 것인가?


편지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진솔하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


꾹꾹 눌러쓴 손 글씨에 담은 마음에

상대방이 답장을 해줄 때면

더없이 큰 기쁨과 감동이 찾아오기에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이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나도 이런 우체국에 들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들게 했다.


하지만 쉽게 편지를 보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비용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기에

이들은 현실의 벽 앞에 망설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기꺼이 마지막 마음을 전하려는

각 등장인물의 간절함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겨

순식간에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죽음과 이별이라는 아픈 감정을 다루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인 시선으로

좋은 작별에 닿아가는 마지막 소통,

편지를 통해 끝나지 않는 사랑을 체감하며

진심을 순수하게 드러내는 사연 아래

이별 이후에도 이어지는 타인과의 관계,

진정한 소통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슬픔과 후회로 힘들었던 시간이 꽤 길었기에

이별은 마냥 슬픈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죽음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마음을 전할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별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했고


남겨진 이들이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각자가 감정을 정리하고 치유하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붙잡게 되는

희망에 대한 기대,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 있을 때 전하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곁에 있는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또 늘 진심을 전해야 한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누군가와 이별해 본 사람들에게도,

아직 그런 작별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마음속에 오랜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우체국을 찾는다면

어떤 편지를 쓸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크게 감정 이입이 되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함께한 시간이 짧아 더 애틋했던

가족과의 이별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렇기에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이와

편지를 나누며 제대로 된 '맺음'을

할 수 있는 책 속 등장인물들이

참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각각의 이야기가 개개인의 사연 같지만

조금씩 그 관계가 연결되어 있고,

또 '굿 럭 인형'을 통해

서로에게 힘과 희망을 전달하는 모습이


나의 치유와 회복을 넘어

이별 후 남겨진 또 다른 타인을 향한

따스함으로 이어지는 '연대'로,

보이지 않지만 '함께'라는 힘으로 살아가는

삶의 긍정,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의 경험을

다루는 이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이별,

소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며

현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는 용기를 북돋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메시지가 더욱 깊게 와닿을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에게

후회로 얼룩진 비싼 값의 편지 대신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전할 수 있을 때 듬뿍 마음을 담아

수시로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오랜만에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따뜻한 판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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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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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몇 년 전 가족여행으로 포항에 들렀을 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적산가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완전한 한옥도 아닌,

근대적인 느낌을 더한 일본식 목조 건물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묵직한 분위기를 풍겼다.

텅 빈 공간임에도 누군가의 시선이 남아있는 듯

위축되는 기분을 주었고,

오래된 집에 깃든 기운이

우리를 지켜보는 듯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유재영 장편소설 《호스트 : 환영의 집》은

바로 그런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한다.

청림호 옆 숲에 둘러싸인 오래된 집에서

1945년, 1995년, 2025년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K-고딕 하우스 호러다.


평소 공포 장르를 즐기지 않는 나조차

시대의 어둠과 쇠락,

폐쇄적인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줄거리는 간결하지만 강렬하다.

규호는 큰아버지로부터 적산가옥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어린 시절 이 집에서 겪었던

끔찍한 기억 때문에 망설였지만,

직장에서의 징계와 감봉,

병을 앓는 딸의 병원비로 인해

결국 이 집을 새로운 희망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사 직후부터

가족은 괴이한 현상에 휘말린다.

규호의 트라우마와 아내 수현에게 있던

과거의 상처가 겹쳐지면서

집은 점점 눅눅하고 음울한 기운을 드러낸다.


그러던 중 수현은 집 안에서

과거 이 집에서 살았던 인물 '나오'가 남긴

편지와 일기, 실험기록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집의 비밀과 환영의 실체에 다가간다.


이야기는 단순히 귀신의 출몰을 그리지 않는다.

시대를 오가며 억압과 해방,

기억과 공포가 교차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집은 세대를 넘어

공포를 전승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환영들은 단순히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마치 집의 진짜 주인이라 주장하거나,

규호와 수현의 삶에

자신들이 가진 과거의 상처를 비추며

반복을 막으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은 마냥 무섭기만 한

호러가 아니라,

상처와 기억을 직면하게 만드는

서늘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수현이 발견한 나오의 기록은

단순한 단서가 아니라,

인간의 집착과 잔인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비뚤어진 실험을 강행하는 모습은

수현이 읽는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했다.

직접적으로 잔혹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지만,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끼워지는 전개,

이야기의 반전은 소름을 돋게 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결국 이 이야기는

공포는 외부의 괴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억눌러온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거를 회피하면

그것이 환영의 형태로 돌아와

우리를 괴롭히지만,

이를 직면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해방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이라는 역사적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시대의 상흔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규호와 수현의 개인적인 트라우마 역시

겉으로는 얼핏 사라진 듯 보이지만,

억눌린 기억은 또 다른 형태로 되살아나며

그들에게 공포를 주었듯이 말이다.


책의 마지막 반전은

이야기가 정리되는 듯하다가

다시 반복되는 환영으로 마무리 된다.

이는 예상치 못했던 강한 충격이기도 했는데,

내가 느꼈듯이 다른 독자 역시도

'환영'이라는 단어가 가진 두 가지 의미

- 오는 이를 반갑게 맞이함,

눈앞에 없는 것을 있는 듯 보게함 - 처럼,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맥락 없이 단순히 두려움만을 주는 이야기보다,

서사와 그 안에 담긴 주제를 따라가는

호러·공포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작가의 정교하게 계산된 문장과 구조는

읽으며 느껴지는 공포를 넘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길 것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만족감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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