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파랑 - 성우 남도형, 목소리로 세상을 물들이다
남도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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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을 보면
만화 주제가가 나올 때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내주는 성우의 이름이
함께 나오곤 했다.

남자 등장인물은 남자 성우가,
여자 등장인물은 여자 성우가 할 것이라
으레 생각해왔었는데
보다 보니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성우가 있고
한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한 성우가
여러 명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이 사람,
무려 만 22세라는 나이로
KBS 최연소 공채 성우에 합격해
미키마우스나 원피스 캐릭터는 물론
세계 1위 유튜버로 유명한 미스터 비스트의
한국어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성우계 '아이돌'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성우라는 직업만 가진 것이 아니라
4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MC와 쇼 호스트, 강연자 등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직군에서
본인의 능력을 뽐내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본인의 직업인 성우를 '말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
그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직업'이라 설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자신이 서야 할 무대를 스스로 확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성우테이너 남도형의
인생과 성장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최연소 성우에서 대표 성우테이너가 되기까지
그가 그간의 삶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기에
이렇게 성공의 자리에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생겨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성우로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 만 아니라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확장시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낸 그의 인생에
어떤 비밀이 담겨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책의 초반, 그의 성우 데뷔기는 여타의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는 않게 보였던게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에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가
오디션을 준비하고 공채에 합격하게 된 것은
직업의 종류만 다를 뿐 사회 초년생 누구나가
직장을 구하며 겪을법한 일이었는데

일을 구하기 위해 음성 샘플 USB를 들고 다니거나
떨어졌던 작품들을 찾아보며
연기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노력,
반년도 넘게 이명으로 고생한 슬럼프나
계속 이어지는 오디션 낙방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의 흔들림을
미워하거나 한심하게 보기보다는
안달하지 않고 이 또한
'반드시 겪어야 할 일과 시간'이라며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자신만의 성장 방식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괜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내 성장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열정의 마음을 동경 그 자체로 멈추지 않고
맹렬하게 그 감정을 좇으며
그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덕업 일치의 선순환을
맞이한 그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에서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 마음이 얼마나 삶에 커다란 동력이 되는지
그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삶을 좋아하는 일과 사람으로 가득 채우는
즐거움을 설명하며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재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직업을 떠나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좋은 자극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성우로서 발돋움을 시작해
다양한 일로 세계를 무한 확장해온 지금에 이르는
자신의 인생을 본인이 좋아하는 색인
'파랑'에 빗대어 표현했다.

하지만 파랑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어떤 대상을 좋아할 때 그걸 좋아하는 이유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특별한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사라지거나 바뀌는 순간
그 대상을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삶의 모든 영역에
이 '파랑을 대하는 태도'를 적용해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무한한 애정을 쏟고 매 순간 진심을 다하며
매일을 쌓은 끝에 지금의 남도형이 된 것이다.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그의 시간,
아픈 만큼 성장했고 기쁜 만큼 행복했던
순간들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충분히 아파하고 만끽한 그의 태도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나의 삶에도 용기와 결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나서 보니
그에게서 책 제목처럼
참으로 맑고도 청량한 파랑 빛이 비친다.

파도치는 바다의 풍경만으로도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듯
그의 파란색 인생을 읽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일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도
시원한 환기가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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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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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난 이후에는 누구도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누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할 것이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죽음 이후를 다루기도 했는데
저승과 이승의 길목, 저승사자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이승에 대한 기억을 지울지 혹은 간직할지를 결정한 후
담담하게 길을 떠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삶이란 말 자체가 '살아있음'을 의미하는데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이 두 단어를 엮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죽음 이후엔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이다.
그는 이 세상에 두려운 게 없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에게 회사는 정교한 기계였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동료가 아닌 부품이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면 됐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 없이 해고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소대로 실수를 범한 직원과 면담을 했다.
직원의 실수로 인해 회사가 입을 뻔한 손실을
빠짐없이 나열하며 해고를 통보했고,
새 부품처럼 그 자리를 새 직원으로 대체하면
회사가 다시 순조롭게 돌아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새 직원이 출근하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똑똑히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이틀 뒤 월리스는 갑작스레 사망했고,
눈 뜨고 나니 자신의 장례식장인 것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었기에
분명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월리스의 장례식에는 조문객이 달랑 다섯 명뿐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운데,
누구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는 매우 충격적이고 못마땅했다.

조문객 중 네 명은 그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지독한 이혼 소송 끝에 헤어진 전처 와
월리스의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 전부.
그들은 월리스의 죽음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빨리 이 장례식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시큰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의 조문객은 처음 보는 여자로,
잡담만 늘어놓는 조문객들에게 성을 내는
'죽은' 월리스를 보며 혀를 찼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몸을 벌벌 떠는 월리스에게
그녀는 자신을 사신 메이라고 소개하며,
그를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카론의 나루터’라는 찻집으로 데려간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이 이상하고 묘한 찻집이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도 당최 믿기 힘들기만 하다.
찻집 안으로 들어가니 정체 모를 할아버지 유령과 강아지 유령이 그를 맞이한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저는 당신을 저승으로 안내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에요.
궁금한 게 많으시겠지만 우선, 차 한잔하실래요?”

어떤 준비도 예상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면 어떤 기분에 사로잡힐까?
심지어 누구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면
과연 나는 잘 살아낸 걸까 하고 후회와 복잡한 감정 속
씁쓸함과 외로움에 분노할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월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와 흥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저 이 찻집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다시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빠져 무작정 뛰쳐나간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걸려있는 갈고리가 강하게 옥죄고,
그의 몸은 점점 흩어져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당황스러워하는 그를 사공 휴고와 사신 메이가
다시 찻집으로 이끌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바꿀 수 없는 죽음 앞에 그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정말 죽음 이후에 사람은 그저 마침표를 찍고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인가?

그저 성공만을 쫓으며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
진정한 삶의 가치는 생각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월리스는
찻집을 운영하는 사공 휴고와 메이,
그곳에서 만난 유령들과의 생활 속에서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변화를 가지게 된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 깊은 깨달음을 얻고
그제야 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죽었으니 이제 끝인 것만 같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깨닫지 못했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찻집 사람들에게 배우며
그는 하루하루 변화하고
죽어서야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며 성장한다.

또한, 그를 믿고 이끌어주는 휴고와의 공감을 통해
살아 있는 삶이 끝난 이후에도 사랑은 이어지고,
그 사랑을 붙잡고 있는다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가득한 판타지는
그저 두렵고 슬프게만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절망과 슬픔뿐 아니라 희망과 사랑이 함께하기에
사랑하는 존재나 자신의 존재가
소멸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어야겠다는
다정한 다독임이 가득했다.

각자의 사정과 아픔이 있는 결핍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에서도
누군가에게 오롯이 사랑받고 신뢰받는
따스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떠나보낸 가족들이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마음에 한자락 안심이 된다.

마냥 눈물로 떠올리게 되었던 죽음 이후의 삶에
두려움은 조금 덜어내고 따스한 치유를 얻게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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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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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의 인원수나
메신저나 SNS의 친구 수,
혹은 경조사에 찾아주는 지인의 수나
화환의 개수가 그 사람의 '인성'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척도처럼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매일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때마다 연말이나 새해, 명절이나 생일 같은
경조사마다 안부 인사를 전하며
'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시간들이 많았다.

정말 애정 넘치는 마음으로 챙기는 연락도 있었지만
반쯤은 의무감이나 숙제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하면 다 나에게 되돌아온다'라는
계산적인 마음도 약간은 깔려있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둥글게 사는 게 좋은 거라며
누군가와 두루두루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인간관계의 암묵적인 공식이 참 부담이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고 서로 따스운 관계가 있고
애써서 때때마다 안부를 주고받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형식적인 관계일 뿐
마음 깊이 나와 이 사람이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짜 관계가 아닐 때도 꽤 많았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갱신하는 연락처 속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내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가짜 관계들을 남겨두며 위안을 받는 날도 있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 원장의 신간인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는
나처럼 가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나를 위한 관계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주도적 인간관계를 맺는 솔루션을 담은 책이다.

책이 출간되기 전 미리 받아본 가제본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계속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진짜 관계의
특징을 생각해 보는 나에 대한 탐구 시간을 가졌으며,
나를 망치는 가짜 관계와 아픈 과거를 끊어내며
인간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받아본 정식 출간본에서는
문제인식 - 탐구 - 선택과 집중 단계를 거친 이후
이해와 포용, 자기주도적 관계의 단계를 통해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의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까지
가짜 관계의 상처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한창 애쓰며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를 되짚어보면
늘 연락하는 것은 내 쪽이었고,
상대방은 그저 내 연락에 적당히 답을 하며
나에게 먼저 손 내민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 진심을 헤아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탄탄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사실은 나 역시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었을 뿐
진심을 담아내지 않았을뿐더러
오직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관계였기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결론이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애썼던 마음은
결국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함이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관계의 중심에는
내 감정이 우선시 되기보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나를 위한 진짜 관계가 되지 못했고,
또 상대방에게 이끌리며 이어져왔던 것 같다.

'늘 애쓰는데 왜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가득한 마음은
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허탈함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끔 했고,
그랬기에 되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사람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수동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이끌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아래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상대방을 어떻게 맞출지만 생각했던
좁은 시야에서 '굳이 이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해지며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 혼자 애쓰는 관계는 내가 손을 놓으면 끝난다는 것,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낸다고 해서
나의 세상이 끝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무조건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맞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포인트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나와 타인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더 이상 타인을 바꾸거나
내가 타인에게 맞추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나다움 삶과 자기주도적인 관계 속에서는
가짜 관계는 자연스레 정리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진짜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끌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용기 있고 주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혼자 남게 될까 봐, 나를 외면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이어왔던 인간관계에
새로운 시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 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제부터라도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
책의 조언처럼 단단한 주관을 가지고 행동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만을 곁에 둘 수 있는
진짜 관계로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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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 -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켜낸 25명 마음 치유 기록
윤주은 지음 / 문예춘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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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이치에 어그러진 생각' 혹은

'병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객관적으로 불합리한

그릇된 주관적 신념'을 말한다.


간단히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망상이라는 말에는

망상장애가 떠오르며 치매나 조현병 같은

정신병적인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말들을 생각해 보자.


안 될까봐, 욕먹을까봐, 비난받을까봐,

아플까봐, 버림받을까봐


아마 이 말들에 해당하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여기저기 동그라미를 잔뜩 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들의 감정을 느꼈다면

당신에게 '망상'이 자리하고 있고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는 것이라고

독서 치유 상담사이자 문학 박사인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게 될까봐'로 고민하거나 고통받는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나이 든 노인까지 누구나 가진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까봐'의 시작은

점점 자신을 망상으로 몰고 가 결국에는

상상 속에서 파국으로 가는 결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고통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생성자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만든 생각으로, 내가 만든 이야기로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습관처럼 '~까봐'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불안으로 내몰게 된 우리,

이 이야기들은 나 스스로가 만든 이야기니까

내가 그 이야기를 깨부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에는 독서 치유 상담사로서 만나온

25명의 마음치유 기록을 담아

헛된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담았다.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불안한지 물으면

막상 대답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그들이 쉽게 자신의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까봐의 감정을 담은

일명 '까봐 카드'를 만들어낸 것이 시작,


이 카드를 펼쳐놓고

자신의 감정과 동일한 카드를 선별해가며

내담자들은 스스로 가진 불안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 불안의 실상을 마주하고 나니

정작 그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거짓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해결책을 내어놓게 된 것이다.


내가 가진 불안이라는 감정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원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역동은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그 불안이 치유되는 사례들을 읽고 나니

'내가 가진 불안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과 내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가운데 두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한창 입시를 준비하다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보다는

기대했던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것에

죄책감이 더 크게 들었고

그 실망한 마음을 만회하고

남아있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행복했느냐고,

내 뜻이었는지, 만족스러웠는지 묻는다면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래서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숨겨져있던

불안의 감정들을 제대로 마주하게 해주어

더 마음 깊이 와닿았다.


나에게 그랬듯,

크든 작든 불안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주도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꼭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내가 가진 '불안'에서 시작된

망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받아들임'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지금-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까봐'하는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미래는 '오직 모를 뿐' 단정 짓지 말자 하고,

망상 이야기를 스스로 생성하지 않는

실천을 강조하는 이 책의 치유 방법은

어렵지 않게 시도해 볼 만하다.


요즘은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 건강이 참 중요하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려 애쓰는

요즘의 현대사회이니 만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분명

약간씩이라도 누구나 마음에 '~까봐'하는

불안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튼튼한 마음으로 자기주도적인,

그리고 불안하지 않고 안(安) 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부터 내 마음속에 담긴 불안을

평안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익숙하고 쉬이 빠지게 되는 ~까봐에서 벗어나

진짜 내 마음이 이야기하고 원하고,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인생을 사는 내일이

기대가 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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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교실 -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려면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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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 시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이 노래 가사처럼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존중받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부모님도 네, 하며 바로 수긍하고
교육방식이나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있어
혹여 체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믿고 '신뢰'하며 선생님의 뜻에 맡기며 말이다.

그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학생이라는 말 대신 '금쪽이'가
학부모라는 말 대신 '맘충', '괴물 학부모'라는 표현이,
이런 학부모들의 지나친 민원과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의 태도 앞에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체감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그때,
죄 없는 한 선생님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일명 '서이초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큰 이슈가 된 이 일을 계기로
사회와 구성원인 우리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쓴
현직 초등학교 교사 송은주 선생님이 써 내려간
나 자신과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교실 증언으로

교사, 학부모, 학교, 공교육, 학생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학교라는 교육현장을 바라보고,
작금의 흔들리는 교실을 다시 일으켜
희생 없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1장 교사의 시선에서는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악성 민원의 실체를 파헤친다.
교육법, 민원시스템, 사회적 인식 등
그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교사들의 비슷한 죽음을 막기 위해
교실과 가정에서 지켜져야 할 선을 제시했다.

2장 학부모의 시선에서는 폐쇄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학교와 교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학부모의 현실을 드러내었다.
교사이지만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이기도 한
저자는 학부모-교사 간의 소통이
어떤 지점에서 어긋나는지 짚어내며,
고여있던 양쪽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3장은 학교의 시선을 담았다.
'늘봄학교'와 '챗봇 민원 시스템' 등
학교의 운영방식과 교육 정책에 책임이 있는
교장, 장학사, 교육부 리더의 역할에
뼈 있는 질문을 던지고,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로서 학교 실정에 맞는
정책과 교육 시스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4장 공교육의 시선에서는 사교육과 대안학교
사이에서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낸 부모이기도 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공교육이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였다.

책을 읽으며 독특했던 포인트는
하나씩 각기의 장으로 구분된 다른 시선들과는 달리
학생의 시선은 따로 분리하지 않고
각 장 사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있다는 점이었는데,

이 인터뷰를 읽는 스스로가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의 말을 통해 직접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초중고 공립학교, 대안학교, 교대 학생들의
학교에 관한 순수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생각과
교사나 학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잘 지켜진다고 생각하는지,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오직 단 하나, 학생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막연하게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서이초 사건을 보며 지금의 교권 추락이나
공교육 붕괴 문제의 원인은 그저 내 아이만 중요하고
내 말만 맞다고 믿는 '학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지금의 현실과
교육의 한계를 제대로 마주하면서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 얽히고설킨
이 문제들이 단순히 하나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 희생을 막기 위해
무조건 학생 인권을 고려하지 않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권'과 '교육' 그리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각 이해당사자가 제대로 이해할 때,
또 교사에게 집중된 많은 업무량이나
제도적인 한계를 더 윗선인 학교나 장학사,
교육감 등의 차원에서 개선해나간다면

때로는 흔들리고 미숙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고,
이 안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학생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시 일어서는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에서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기도 했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이지만
이 문제의 해결에 100%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데도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을지
써 내려간 글 만으로도 그 진정성이 와닿았다.

우리 사회와 각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든 그려보려 애쓴 흔적이 가득한 그 외침 아래
그저 내가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위한' 방향을 좇아
열심히 여기저기 두드리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의 공교육은 다시, 더욱 굳건히 일어설 수 있다'라는
책의 마지막 말처럼 결국에는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서야 이런 깨달음과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교실을 지켜내는 발걸음에 힘을 보태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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