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일어서는 교실 -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려면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4월
평점 :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 시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이 노래 가사처럼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존중받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부모님도 네, 하며 바로 수긍하고
교육방식이나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있어
혹여 체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믿고 '신뢰'하며 선생님의 뜻에 맡기며 말이다.
그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학생이라는 말 대신 '금쪽이'가
학부모라는 말 대신 '맘충', '괴물 학부모'라는 표현이,
이런 학부모들의 지나친 민원과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의 태도 앞에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문제를 체감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그때,
죄 없는 한 선생님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일명 '서이초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큰 이슈가 된 이 일을 계기로
사회와 구성원인 우리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쓴
현직 초등학교 교사 송은주 선생님이 써 내려간
나 자신과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교실 증언으로
교사, 학부모, 학교, 공교육, 학생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학교라는 교육현장을 바라보고,
작금의 흔들리는 교실을 다시 일으켜
희생 없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1장 교사의 시선에서는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악성 민원의 실체를 파헤친다.
교육법, 민원시스템, 사회적 인식 등
그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교사들의 비슷한 죽음을 막기 위해
교실과 가정에서 지켜져야 할 선을 제시했다.
2장 학부모의 시선에서는 폐쇄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학교와 교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학부모의 현실을 드러내었다.
교사이지만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이기도 한
저자는 학부모-교사 간의 소통이
어떤 지점에서 어긋나는지 짚어내며,
고여있던 양쪽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3장은 학교의 시선을 담았다.
'늘봄학교'와 '챗봇 민원 시스템' 등
학교의 운영방식과 교육 정책에 책임이 있는
교장, 장학사, 교육부 리더의 역할에
뼈 있는 질문을 던지고,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로서 학교 실정에 맞는
정책과 교육 시스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4장 공교육의 시선에서는 사교육과 대안학교
사이에서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낸 부모이기도 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공교육이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였다.
책을 읽으며 독특했던 포인트는
하나씩 각기의 장으로 구분된 다른 시선들과는 달리
학생의 시선은 따로 분리하지 않고
각 장 사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있다는 점이었는데,
이 인터뷰를 읽는 스스로가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의 말을 통해 직접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초중고 공립학교, 대안학교, 교대 학생들의
학교에 관한 순수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생각과
교사나 학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잘 지켜진다고 생각하는지,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오직 단 하나, 학생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막연하게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서이초 사건을 보며 지금의 교권 추락이나
공교육 붕괴 문제의 원인은 그저 내 아이만 중요하고
내 말만 맞다고 믿는 '학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지금의 현실과
교육의 한계를 제대로 마주하면서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 얽히고설킨
이 문제들이 단순히 하나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 희생을 막기 위해
무조건 학생 인권을 고려하지 않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권'과 '교육' 그리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각 이해당사자가 제대로 이해할 때,
또 교사에게 집중된 많은 업무량이나
제도적인 한계를 더 윗선인 학교나 장학사,
교육감 등의 차원에서 개선해나간다면
때로는 흔들리고 미숙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고,
이 안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학생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시 일어서는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에서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기도 했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이지만
이 문제의 해결에 100%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데도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을지
써 내려간 글 만으로도 그 진정성이 와닿았다.
우리 사회와 각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든 그려보려 애쓴 흔적이 가득한 그 외침 아래
그저 내가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위한' 방향을 좇아
열심히 여기저기 두드리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의 공교육은 다시, 더욱 굳건히 일어설 수 있다'라는
책의 마지막 말처럼 결국에는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생긴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서야 이런 깨달음과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교실을 지켜내는 발걸음에 힘을 보태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