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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1월
평점 :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설사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았으면
하는 약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들 만큼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
긍정적이길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누군가 뒤에서 내 이야기를 좋지 않게 하는
소위 험담을 듣게 된다면
괜스레 시무룩해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왜 상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궁금해지고,
그 생각을 바꾸게끔 하고 싶어
행동거지에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참나, 진짜 어이없네.
나라고 자기를 좋게 보는 줄 아나.'
생각하면서도 그 말에 내심 신경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 알 바 아니야'라고 머리로는 말하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거나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사실은 어려웠음을
이렇게나마 소심하게 고백한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평온해질까,
이런 말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기 위한 법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
타인의 평판에 휘둘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인생 조언을 건넨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이다.
소노 아야코는 소설가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의 에세이를 더 많이 접해왔는데,
나이가 든 할머니가 건네는 따끔하게
뼈 때리는 조언들이
오히려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
이번에도 그런 조언들이 나의 복잡한 마음을
조금은 편안해지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그녀는 좋은 사람 노릇은 피곤하다며,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다 보면
남들 눈에는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더라도
정작 그 안에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가짜 나'만 남게 되는 법이라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굳건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과
타인을 원망하지 않으면서 진정 편안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인간관계에서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좋고 멋진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요즘의 사회에서
무난하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려다
속이 문드러지는 경우는 허다하다고,
수많은 비교로 상처받으며
삶을 만끽하지 못하느니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라는 명쾌한 접근이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한다는 말이
나쁜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의지를 갖는 것에서
편안함이 시작된다는 것으로
인간관계에 그리고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느라 위축된 지금의 나에게
꽤나 따스하고 직설적인 조언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편안함'은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게 가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원래 '악하다'라는 성악설을 염두에 두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기대감이 크지 않기에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
그녀의 논리이다.
당연히 '모두가 좋은 사람,
나에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면
무리 없고 편안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이 경우 배신이나 험담 앞에
당황하거나 아연실색하게 되니
애초부터 성악설을 따르게 되면
의심은 대부분 기우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유지하기 어렵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평판은 유지하기 쉽다.
늘 좋은 사람으로 노력하다가
한번 화를 내면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마냥 나쁘게만 보이는 사람이 한번 마음을 열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쟤가 그래 보여도 사람은 좋아' 평을 받으니
늘 잘해주는 것보다 한번 잘해주는 것이
되려 좋은 평판을 받는 것도 같고 말이다.
이처럼 평판이라는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유지하기 쉬우니
그렇다고 나쁘게 굴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또 인간 내면 깊숙이 스며있는
위선이나 무례, 어리석음, 자신이 옳다며
타인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이중성 등을 미리 이해하고 나면
일일이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는
가르침도 전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치에 맞지 않으면 거절하고,
미움받아도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넘기고,
평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삶.
이런 마음속 기대를 내려놓음과
약간의 힘을 빼는 관계를 대하는 기술은
인생을 이미 이만큼 살아낸 선배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자
현명한 삶의 지혜로 느껴져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에게
애써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노력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든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100% 좋은 사람일 수 없기에,
각기 다른 마음을 모두 맞출 수 없으니
'적당히' 나의 기준점을 정해놓고,
너무 애쓰지 않는 인간관계로 삶을 임할 때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위안이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마음속을 떠나지 않던
나를 향한 날 선 나쁜 말들이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냥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좋게 보아주는 사람들 곁에서,
혹은 조금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인간관계에서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애쓰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