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30년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5060 마음 성장
김녹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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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속된 말로 '나이가 깡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생기 넘치고 물오른 젊음 앞에
그 어떤 美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든다는 것은
어쩌면 '익어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음에도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혹은 엑스트라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을 받아
'나이 먹는 것'을 인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누군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건넸을 때,
어렸을 때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었다.
좀 더 성숙해 보이고 싶어서,
혹은 어리면 얕잡아볼까 싶어서
때로는 말끝을 흐리기도 했지만
대체로 나이를 말하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30대가 되면서
슬슬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말끝을 흐리게 되었다.

너무 나이가 많으면 감이 뒤처지거나
상대방이 먼저 불편하게 느낄까 봐,
아직은 '주인공'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이를 말하지 않고 되레
'제가 몇 살로 보이나요?'라는 질문으로
답을 외면하기도 했고 말이다.

나이가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님에도
'젊다'는 것이 권력처럼 느껴지는 요즘,
틀딱이나 꼰대처럼 나이 많은 것이
더 이상 미덕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완연한 성인이 되었고,
이제야 겨우 내 앞가림을 하면서
'조금' 세상을 알 것 같은데
벌써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고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은 100세 시대를 향해 가는데,
그 절반밖에 되지 않은 50대가 되면
벌써 '인생이 다 끝났다'라 말하기도 하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배제되어
여전히 '현역'이고 싶은 마음에도
슬 은퇴를 해야만 하는 부모님 세대를 보며
이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5-60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에 새롭게 나이 드는 방법,
5-60대의 마음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예전에만 해도 만으로 60세,
환갑을 맞이해도 '오래 살았다'는 의미로
축하를 건네기도 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은 단 시간 동안에
엄청나게 늘어났다.

하지만 보편적인 직장의 정년은 65세,
평균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요즘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도 2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너무 일찍
'성장의 출입문'을 닫고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수능 보는 백발의 수험생이나
은퇴를 한 이후 새로운 꿈을 찾아
공부를 하고 직업을 바꾸는 중, 노년의
삶이 뉴스를 통해 소개되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5-60대는 치열하게
경제활동과 육아로 불사르던
인생의 시간을 지나
그저 남은 시간은 '쇠퇴'의 시간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인 시선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막상 '지금 와서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하고 성장이나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5-60대 스스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책을 쓴 김녹두 작가는,
30년 정신과 전문의로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과
그들이 겪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 등을
치료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시대 중·노년이 가져야 할
'마음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책을 따라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생각들,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부딪칠 수 있는
부모-자녀, 부부, 주변인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면서 인생의 후반기,
쇠퇴만이 남은 것이라 생각되는
이 시기에도 얼마든지 변화하고
성장해서 '더 좋은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5-60대에게는 자녀의 독립,
혹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자연스레 떠맡게 되는 황혼육아나
배우자의 질병으로 인한 간병,
혹은 늙어가는 신체나
죽음으로 인해 반려인을 떠나보낸 후
적적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당연한 인생사'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이 듦을
바라볼 것인가 시선을 확장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로잡을 때,
그리고 지혜와 감정을 성장시켜
인생의 마지막 성장인 '죽음'을 대하는
시선의 변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내가 다다르기에 먼 미래이지만,
이제 60대 중반이 되어
나라에서 인정하는 '노령인구'에
들어가는 부모님을 위해
이 시기에 접어든 부모님의 마음이나
고민, 그들의 삶에 얹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먼 미래의 나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초라하고 고독하며,
젊은 날의 노동과 육아로 고달픔이 남은
쓸쓸한 노년의 삶이라고만 생각해
'나이 듦'이 두렵다고 여기며 외면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과
또 중, 노년층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은 환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젊을 때에는 인생의 시간이 참 빨라
잠시 멈춰 지금을 곱씹기 어렵다.
즐겁고 좋은 순간이 많기도 하고,
아직 치열한 현실 속에서
내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그리고 나이 들어 늙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갑작스레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할 때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는
힘들고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렇게 미리 '마음성장'의 방법,
나이 듦의 의미와 새로운 성장점을 찾아
새롭게 나이 드는 길로 나아가야겠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꼭 한번 읽어보시고 나서,
아직 늦지 않은 '성장'을 스스로 찾으실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갱년기를 맞이하거나,
정년퇴임, 은퇴로 힘들어하는 부모님께

연말을 맞아 선물하면 좋을 책일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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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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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저출생이 문제라고들 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고,
해마다 원아모집을 할 때면 대기번호를 받으며
아이들이 넘치던 어린이집, 유치원은
줄지어 폐원하거나 요양센터로 바뀌어
다가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립과 전쟁 등
많은 위기를 겪었음에도 짧은 시간 안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발전으로
어느덧 경제 선진국으로 손꼽힐 만큼 성장했다.
IMF로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을 비롯한
적극적인 행동은 나라를 구하고 지켜냈다.

이제야 좀 살만한 세상이 되었나 싶은 작금,
분명 행복해야 할 우리는 되려 힘들기만 하다.
흔들리는 나라와 정치,
더 이상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년층,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출생률로
이 추세로 가다가는 나라 자체가 소멸될 수 있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나라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과 같은 행위.

90년대만 해도 20대 중반이면
남녀 할 것 없이 대체로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둘 정도 낳아 키우며 사는 것이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이었다.

점점 늦어지는 초혼 연령과 출산연령으로
서구화되는 문화의 영향인가 싶던 것도 잠깐,
이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고
하나 둘 사라지는 기이한 변화.

왜 우리는 스스로 소멸을 선택했는지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그 초점을 '정치'에 맞춰 파헤치는 책
《압축 소멸 사회》를 만날 수 있었다.


나 역시 30대이지만 여전히 미혼이고,
예전에는 '꼭 해야지' 생각했던 결혼에 대해
지금은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이다.

너무 먹고살기 힘든 지금의 물가,
집값은 물론이거니와 엄청난 교육비
그리고 집안일을 감당해가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오롯이 제 몫을 하는
한 사람으로 키워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어떻게든 다 하게 되어있어'라지만
두 명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한다는 전제를 하더라도
몇 년 벌어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수시로 오르는 집값에 전세 구하기도 힘드니
대출은 기본이라 이자만 해도 꽤 크니
여기에 출산을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가는 사이버 머니
라는 말들처럼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아이를 낳고 그 퍽퍽함과 막막함을
대물림하지 못하겠는 마음을
어찌 '자기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임'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왜 저출생이라는 문제가 도래했으며,
지금의 정부가, 정책이, 정치가 말하는
해결책이 젊은 층에게 와닿지 않고 있는지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쫓다 보니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정치 소멸'의 문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이 왜 이리 고달픈지도 모른 체,
그냥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자기들끼리 물고 뜯기 바쁜 정치는
내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에 원인이 있고 해결책이 있다니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시선이었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나 정치를 펼치지 않고
그들의 싸움과 게임 같은 완력 다툼인 정치,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문제라고만 여기며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외면하던
우리에게는 문제가 없는가 하고
자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연 지금의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달라질까 해답을 찾는 과정 속
결국 정치 복원 그리고 이들이 올바른 정치를
해나갈 수 있도록 채찍질할 수 있는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 아래
훗날의 세대들을 위해 무언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과 책임감이 비로소 느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나라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이를 해제하기 위해
폐쇄된 국회로 뛰어든 국회의원들,
그들을 막는 계엄군과 경찰을 위해
시민들이 맨몸으로 국회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들을 이끌고,
혹은 해외에서도 이 정치 소멸을 막고
'다시 만난 세계'를 마주하기 위해
여의도로 국회로 추운 날 발걸음을 더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가결되기까지
연예인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음료와 음식을 선결제 하며 응원하는 등
여태껏 없었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각자의 힘을 더해낸 이 노력들이
가장 큰 힘을 내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고
희망이 없는 정치와 나라임에도
다시 한번 이를 바꿔보고자 '행동'한
시민들 덕분에 소멸 위기의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위기를 넘어 재기할 힘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더 나은 나라, 더 좋은 사회는
누가 대신 만들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 스스로 소멸하는 대한민국을 멈추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라는
책 속의 제언처럼 시민 스스로 이끌어낸
이 결과를 바탕 삼아 앞으로 더 큰 목소리로
정치를 복원하고 올바른 성장과 정책으로
스스로 소멸을 선택했던 우리가
삶을 선택하고 계속해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그저 '색'을 논하며 편가르기에 바빴던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또 경각심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깨우치게 해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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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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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착하고 옳으며,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악하고 좀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보통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당당하게 내보이기 쉽지만

무언가를 싫어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쉬이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좋아하는 마음보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마음속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에

타인과 세상을 재고 따지며

옹졸하고 좀스럽게 굴고 있지만

겉으로는 짐짓 시치미를 떼면서 말이다.


여기 대담하게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나만 알고 싶은 '싫음'의 감정을 꺼내

옹졸하고 좀스러운 그 감정을 입 밖으로,

그것도 글로 써낸 사람이 있다.


균질하고 온화한 사랑을 미덕으로 여기며

긍정적인 감정만이 옳게 포장되는 세상에

나의 지질한 싫음의 이야기를 꺼내며

사실 그 싫음의 감정이 '짙은 애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임을 이야기하는

작가 임지은의 신간 산문집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이다.


이 책은 무언가 이유 없이 싫어지는 날,

그런 '미운' 생각을 가진 내가

초라하고 없어 보여 마냥 작아질 때

내 마음속 미움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군가를 어여삐, 따스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의 행동에서도

밉살스럽고 싫은 감정을 느낄 때

그런 마음을 느끼는 스스로가 나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안에 사랑이 이만큼 담겨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위안이기도 하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작가인 '나'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2부에서는 나를 둘러싼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작가 개인의 감정이지만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움켜쥘 수 있는 마음을 일깨워 준다.


집에서 키우게 된 개 '호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개들을 흉보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싫음'을 내비치는 행위,

즉 사랑과 미움은 다른 감정이 아니라

사실은 이만큼 가까이 닿아있음을

알게 된 작가의 경험을 소개하고,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그가 롤 모델로 삼는 친구를 소개하고

그를 통해 동생에게 위로를 부탁하는 한편,

그 이유로 친구를 존경한다는 동생의 말에는

서운함을 내비친 자신의 독점욕과 집착 어린

감정을 거리낌 없이 오픈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옭아매려 했던 자신의 감정을 통해

짙은 애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미움,

차별을 포함한 사랑과 관심에 대해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노라 고백한다.


작가는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미움이 스스로를 지질하고 옹졸하게 만들어

그런 자신이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좋은 것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그리고 자기 안의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곰곰이 들여다보며

위선을 떨거나 감정을 숨기고 포장하지 않고

미움에서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을 발견해냈다.


너무 중요한 것이 생김으로써

나쁜 마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나쁜 마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럼에도 사람은 미움이 스스로에게 향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까지.


그런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 용기 있게

미워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한걸음 나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에서

어떻게 내 '미움'의 감정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동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도

누군가를, 무언가를 싫어하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양 숨기기 급급했는데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사실은 그 마음조차도 애정과 닿아있으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거라는 다독거림이


'이유 없이 싫은 감정'을 가진 나를

마주하는 불편한 마음을 달래주고

부담을 내려놓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미움'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 나니

타인,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는 마음만큼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나쁜 것,

부정적인 감정은 품지 말고 버리고

털어내야만 하는 것,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면

긍정적이고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바라봐야만 한다는 세상에

싫어하는 것을 용기 있게 내세운

그녀의 글이 수많은 '미움'들을

양지로 꺼내 되려 솔직한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다.


타인이 나를 규정하는 시선에

누군가 나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을 견딜 수 없거나,

혹은 긍정적이지 않고 미움이 많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간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나 또한 내 안에 담긴 미움을 들여다보며

조금은 마음의 부담이 줄고 가벼워졌다.

미움받고 싶지 않아 신경 쓰이던 마음이

용기 있게 무언가를 미워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만큼 성장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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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임지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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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나

가슴 한구석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박혀있는

추억 어린 시간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처음 떠났던 여행이라던가

남몰래 주고받았던 비밀 편지,

혹은 교환일기 같은 것들.

그때에는 세상의 전부인 양 소중했지만

시간의 흐름 아래 손아귀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붙들지 못하고 그저 추억으로만 남았다.


어쩔 수 없었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지나 이제 와서야 그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때로 그립고 미안해지는 마음은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에 대한 추억을

더욱 애틋하게만 만든다.


여기에 두 명의 청춘이 있다.

어린 시절 불치병으로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식당을 운영하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소년 신야.


참관수업에 꼭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엄마로 인해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없다'라며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공허함을 가진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둥 떠있는 느낌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운영하는 식당에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밥' 이벤트를 진행하는 신야의 아빠.

그로 인해 신야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어린이 밥을 먹는 같은 학교 친구들을 보며

애써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 가운데

신야가 마음을 열고 인사를 나누는 이가 있다.

어렸을 때는 같이 어울려 놀기도 했던

소녀 유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학교에서는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 유카이기에

따로 알은체를 하거나 대화하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로 여름방학에 신야와 유카 둘이

학급신문을 만드는 일을 맡게 되며

오랜 시간 서먹했던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신야처럼

유카에게도 아픈 사정이 있다.

재혼한 엄마로 인해 가족이 된 의붓아버지,

그리고 그가 데려온 동생까지.


엄마와 재혼한 이후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는 게 대부분이며

술에 취해 때로는 손찌검을 하기도 하는

의붓아버지로 인해

유카는 신야네 아빠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어린이 밥을 먹는 순간,

그리고 신야와 함께 학급신문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안도감을 느끼고

그 시간들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어느 날 유카에게 손찌검을 하는

의붓아버지의 횡포는 신야에게 들키고 만다.

그렇게 해서 도망치듯 단둘이

뜻밖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전형적인 일본 청춘물의 한 장면처럼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의 풍경 속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두 아이의 모습은

처음에는 '뻔한 진행인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사랑으로 이어지겠지,

그러면서도 여행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이어지던 찰나


단순히 이성적인 애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여행을 통해 서로의 아픔과 마음을 헤아리며

이를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며

여행이 끝나고 나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만나볼 수 있어

애틋하고 찬란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죽음을 일찍이 겪은

신야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

가정사로 인해 집안에서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유카의 두려움이 한데 묶여

각자의 이유로 눈물을 참고 있는 두 아이들이

서로를 위로 삼아 기댄 이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잘 살아내고 싶은'

그리고 '삶이 아름다운 이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상황은 다르지만 신야와 유카가

여행을 통해 서로를 향한 공감과 우정,

여기에 애절한 긴장감을 더해가며

각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이 일탈 같은 여행은,

단 하루뿐이었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기억될만한 추억'이 되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성장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아이들이 그 사건을 계기로

더 가까워지거나 특별한 발전이 있지 않았지만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구심점이 된 것은 분명하기에

'치유'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선택이

용기 있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신야와 유카의 이야기와 맞물려

레스토랑 겸 카페를 운영하며

'어린이 밥' 이벤트를 진행하는

마스터와 유리코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에도

가게 앞마당의 벚나무 덕분에

다친 곳 없이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그들 삶의 기반이자 업인 가게가 무너져

걱정에 빠지게 된다.


가뜩이나 무너져 약한 상태의 가게로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그들은 이대로 다시 가게를 일으킬 수 없게 될까 봐

눈물 지으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마스터의 아버지로부터 대를 이어온

이 가게는 물론, 가게를 찾아와 끼니를 해결하는

어린이 밥을 먹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져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수리를 망설이던 그때

이들에게 돕고 싶다며 무료로 수리를 해준다는

한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어린이 밥' 이벤트와

레스토랑에서 파는 메뉴,

이를 요리하는 손놀림은 '뭐지' 싶은 기시감에

몇 번이나 앞으로 다시 돌아가

연결고리를 찾게 하는 흥미진진함도 있었다.


이야기 끝에서야 마주하게 되는 진실,

그리고 비밀 앞에 어쩐지 눈앞이 뿌옇게

목구멍이 뜨겁게 차오르는 건

지난날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진 모두에게

같은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짧게 끝나버린 인연,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 잊히지 않는 맛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아름답게 버무려내어 만들어 낸

진한 한 그릇의 요리 같은 이 이야기는


타인과의 애틋한 결속,

그리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남은 온기,

추억과 우정, 사랑은 물론

살아오며 생채기 난 마음을 달래주고,

지난날의 잊고 있던 추억을 되짚게 하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각기 다른 두 이야기가 만나며

비로소 이해가 가는 전체의 흐름은

반전처럼 느껴져 더 짜릿했고,

그 추억의 힘으로 성장한 각자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생의 묘미를 맛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애틋하고 그리운 것이라 치부했던 추억에

인생이 담겨있고 충분한 힘이 있음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결국에는 다시 닿아

아름다운 삶으로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지나친 시간들에 다시 한번 손 뻗어볼

용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모리사와 아키오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에

겨울을 사는 지금, 청량한 여름 바다에 닿아

뜨겁고 강렬한 햇빛 아래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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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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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가 불황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성인 1인이 일 년에 읽는 종이책이 채 1권도 되지 않는다니

서점은 물론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나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나 처우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잔잔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표현으로 힐링을 안겨주는

하라다 히카의 신작 소설로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서점이나

서점원들이 일을 그만두게 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게 되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도서관의 야식》이라는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꼭 출판업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

속앓이를 하거나 고민을 가진 직장인들이나

상처 받은 마음을 녹여내지 못하고 자신감과 목표를 잃어버린 채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가질만한 이야기이다.


오후 7시에 시작해 자정까지만 문을 열고,

일반적인 책들이 놓여있는 도서관과는 달리

작고한 유명 작가들이 소장하고 있던 책들이 놓여있는

'밤의 도서관'이 이 책의 배경이다.

이곳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들어가야 하며,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책의 박물관 같은 곳으로

미스터리한 비밀이 숨어있는 듯하다.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과의 괴리에 의기소침해진 전직 책방 직원 오토하,

예전만큼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자신이

이 일을 해도 될까 고민을 떠안고 있는 베테랑 사서 마사코,

책에 대한 열의도 없고 오직 처우만으로 이곳을 선택했기에

책을 사랑하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의 온도 차이에

어쩐지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미나미,

냉철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이며 가끔 알 수 없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도서관을 관리하는 매니저 사사이.


도서관 사람들은 '오너'의 제안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정작 오너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고 화상면접을 통해

변조된 듯한 오너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지만 홀린 듯이 밤의 도서관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은 생각할 시간이 많은 이 특별한 직장에서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책 속에 등장하는 요리를

야식으로 맛보며 잔잔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편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도서관 오너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

매일 밤 도서관에 방문하는 할머니,

유명 작가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 등

무언가 숨겨진 듯한 비밀은 더욱 흥미를 자극하게 되는데……


책 속 등장인물을 따라

그들의 마음과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그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주변의 눈초리와 현실과의 괴리에 몸과 마음이 지친 모습,

혹은 분명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예전만큼 열정이 솟아나지 않아 방황하고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질되는 '좋아하는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타인과 현실의 눈에 맞춘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다양한 사회적 시선들에 맞서 내 마음속 이야기와 감정에

귀 기울이며 성장해나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때로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힐링을 안겨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무감정의 사람들에게도

무언가를 열정 있게 쫓아 추진하는 도서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공통점 하나에 마음 한편에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 이야기 나누는 밤을 보내는 시간 속 마주하는 사건을 통해

아픈 상처를 씻고 성장해 나가며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오롯이 바라보게 된 등장인물들의 성장은

일의 종류는 다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의

고민에 빠진 요즘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책 속 음식과 맛 표현으로 마음속 알 수 없는 허기를 달래기도,

좋아하는 마음도 일하는 마음도 하염없이 가라앉아 작아지는 밤에

의심을 달래고 토닥여 다시 달릴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켜주는 독서였다.


퍽퍽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따금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밤,

따끈하고 정성스러운 음식과 잔잔한 배경 속

자신의 '좋아함'을 쫓아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

밤의 도서관 사람들을 통해 잠시 작은 휴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슴에 스며드는 이야기, 야식 한 접시로 마음이 배불러진다.

실제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밤의 도서관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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