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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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착하고 옳으며,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악하고 좀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보통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당당하게 내보이기 쉽지만

무언가를 싫어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쉬이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좋아하는 마음보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마음속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에

타인과 세상을 재고 따지며

옹졸하고 좀스럽게 굴고 있지만

겉으로는 짐짓 시치미를 떼면서 말이다.


여기 대담하게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나만 알고 싶은 '싫음'의 감정을 꺼내

옹졸하고 좀스러운 그 감정을 입 밖으로,

그것도 글로 써낸 사람이 있다.


균질하고 온화한 사랑을 미덕으로 여기며

긍정적인 감정만이 옳게 포장되는 세상에

나의 지질한 싫음의 이야기를 꺼내며

사실 그 싫음의 감정이 '짙은 애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임을 이야기하는

작가 임지은의 신간 산문집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이다.


이 책은 무언가 이유 없이 싫어지는 날,

그런 '미운' 생각을 가진 내가

초라하고 없어 보여 마냥 작아질 때

내 마음속 미움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군가를 어여삐, 따스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의 행동에서도

밉살스럽고 싫은 감정을 느낄 때

그런 마음을 느끼는 스스로가 나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안에 사랑이 이만큼 담겨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위안이기도 하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작가인 '나'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2부에서는 나를 둘러싼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작가 개인의 감정이지만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움켜쥘 수 있는 마음을 일깨워 준다.


집에서 키우게 된 개 '호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개들을 흉보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싫음'을 내비치는 행위,

즉 사랑과 미움은 다른 감정이 아니라

사실은 이만큼 가까이 닿아있음을

알게 된 작가의 경험을 소개하고,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그가 롤 모델로 삼는 친구를 소개하고

그를 통해 동생에게 위로를 부탁하는 한편,

그 이유로 친구를 존경한다는 동생의 말에는

서운함을 내비친 자신의 독점욕과 집착 어린

감정을 거리낌 없이 오픈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옭아매려 했던 자신의 감정을 통해

짙은 애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미움,

차별을 포함한 사랑과 관심에 대해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노라 고백한다.


작가는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미움이 스스로를 지질하고 옹졸하게 만들어

그런 자신이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좋은 것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그리고 자기 안의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곰곰이 들여다보며

위선을 떨거나 감정을 숨기고 포장하지 않고

미움에서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을 발견해냈다.


너무 중요한 것이 생김으로써

나쁜 마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나쁜 마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럼에도 사람은 미움이 스스로에게 향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까지.


그런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 용기 있게

미워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한걸음 나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에서

어떻게 내 '미움'의 감정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동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도

누군가를, 무언가를 싫어하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양 숨기기 급급했는데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사실은 그 마음조차도 애정과 닿아있으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거라는 다독거림이


'이유 없이 싫은 감정'을 가진 나를

마주하는 불편한 마음을 달래주고

부담을 내려놓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미움'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 나니

타인,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는 마음만큼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나쁜 것,

부정적인 감정은 품지 말고 버리고

털어내야만 하는 것,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면

긍정적이고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바라봐야만 한다는 세상에

싫어하는 것을 용기 있게 내세운

그녀의 글이 수많은 '미움'들을

양지로 꺼내 되려 솔직한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다.


타인이 나를 규정하는 시선에

누군가 나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을 견딜 수 없거나,

혹은 긍정적이지 않고 미움이 많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간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나 또한 내 안에 담긴 미움을 들여다보며

조금은 마음의 부담이 줄고 가벼워졌다.

미움받고 싶지 않아 신경 쓰이던 마음이

용기 있게 무언가를 미워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만큼 성장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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