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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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아이를 부르는 말은 '고아',

남편을 잃은 아내를 이르는 말은 '과부'.

하지만 자식을 먼저 앞세운 부모는

그 슬픔을 이로 표현할 말이 없어서

어떤 말로도 부르지 못한다고 했다.


어떤 죽음이든 사연 없는 집,

아프거나 슬프지 않은 건 없다지만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앞세운

그 고통과 슬픔만큼은

감히 짐작하지 못할 아픔이다.


부모가 자식을 두고 세상을 떠나면

자식에게는 슬픔과 애틋함으로,

그리고 그리움으로 남지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은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 양

그 누구도 탓하거나 마냥 그리워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만 되는 것 같다.


앞날이 창창한 의대생,

스물다섯이라는 예쁘고 고울 나이에

하나뿐인 외동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박완서 작가는 글쓰기를 멈추고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도무지 마음을 잡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이해인 수녀님은

분도 수녀원의 언덕방으로 이끌었고

딸의 집에서 언덕방으로,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무너지고, 또 신과 결판을 내던

박완서 작가는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붙잡고

집필활동과 여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아들을 잃고

작가가 언덕방에서 보낸 일상,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까지의

시간들을 담아낸 기록으로,


그저 한 사람의 일기를 넘어서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눈으로 바라본

무너진 나의 세상,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고통을

모두 담아낸 처절한 삶의 탐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으로부터 11 년 전,

나 역시 아까운 가족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일로 인해

우리 가족도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시간을 겪었더랬다.


작가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고통에 대한 절규로 힘들었던 지난날은,

매해 이맘때가 되면 울적한 마음

그리고 애틋한 그리움으로

여전히 아프게만 만든다.


이럴 때 작가의 아픔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어쩌면 그때의 슬픔을 다시 살리는듯해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시 '삶'을 이어간 작가의 글에

무언가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펼쳐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고 든, 어떤 이유로든 가족을 잃게 되면

어째서인지 그 원인이랄까

원망의 대상을 찾게만 된다.


작가에게는 그토록 열심히 믿었던 신이

그 대상이 되었고,

우리 역시 '신이 있다면 이럴 리가 없다'라며

죄 없는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신을 욕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보냈다.


자꾸 생각한다고 해서 시간이 돌려지는 것도,

떠난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원인이 나에게,

죄가 있는 나 때문에 벌로 내려진 걸까 봐

애써 신을 탓하곤 했었는데


수없이 무너졌다가 정신줄을 붙잡고,

그 와중에 신을 원망했던

작가의 몸부림은 체면이며 사회적 지위

그 모든 것을 떠나 원초적으로

그저 한 사람의 엄마로서 분노했던

인간 박완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수없이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

분명 애써 마음을 전했을 것인데도

그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진심이었을 텐데도 값싼 동정처럼,

그 이면에는 '나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고 안도했겠지,

남아있는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다짐했겠지

그런 비뚤어진 생각을 갖기도 했었고,

살기 위해 음식을 입에 넣었지만

'더 이상 좋을 일이 뭐가 있다고'

살아가야 할 남은 날들이

불필요하게 길게만 느껴졌던 날이었다.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하필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라는

마음은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듯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지던 질문 역시

작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이 공감되었던 대목이었는데,


언덕 집에서 만난 한 수녀님의

'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 되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그러했듯


그럼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면

그래도 된다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 역시 내 입장에서의

이기적인 마음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고로 나에게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는

조금은 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누르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참척의 고통은 영원히 이어질 것 같지만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시간도

결국에는 흐르기 마련이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그래서 살 수 있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작가도 어느덧 언덕방의 일상 속에서

때로는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을 통해

잠깐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배고픔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수치심에 창피하기도 했지만

점점 다시 '삶'에 가까워지는,

원래의 일상을 되찾아가는

자연스러운 회복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순간을 꼽아보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도 가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을 느낄 때라는 점이다.


그런 자신의 수치감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밥이 되어라'라는 말을 읽으며

자신에게 사실은 '밥'으로 찾아온

하느님을 마주했다는 인정을 한

작가의 솔직함은 인간적이기도,

다시 세상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어

다행스러운 포인트였다.


산 사람은 살게 되어 있다고,

결국에는 사람은 삶을 이어간다.

우리 가족 역시 11년의 시간을 보냈고

때로 그 아이를 생각하며

여전히 슬프며 아프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리의 매일은 즐겁고 행복하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마음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은 없다.

작가 역시 다시 세상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마음을 부끄럽지만

구태여 숨기지는 않겠노라 고백했다.


이렇게 그를 다시 삶으로 이끌어

밥이 되게 하고 글을 쓰게 한

언덕 집에서의 시간처럼,

붙잡고 싶어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와 우리 가족 역시 다시 살아냈고,

지금도 매일을 보낸다.


책을 펼치며 다시금 고통의 시간을

곱씹어 생각하긴 했지만,

애틋함과 그리움은 남기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마음은 많이 가라앉아

제법 흐릿해진 것 같다.


신에게 당신이 존재한다면

한 말씀만 해보라며 으름장을 놓던 작가가

배고픔을 느끼며 비빔밥을 맛나게 먹고

다시 글을 쓰며 일상을 찾았듯,

이 글들이 누군가에겐 '밥'이 되어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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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공식 - 금수저도 인플루언서도 아닌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스콧 갤러웨이 지음, 김현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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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흔히들 '돈이 돈을 번다'라고 말한다.

그저 열심히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며 우스갯소리처럼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소리도 한다.


그렇다면 원래 돈을 많이 가진 금수저,

혹은 유명세로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은

인플루언서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방법을 알 수 있다면

매일을 쳇바퀴 돌 듯 살아가며

'언젠가의 희망찬 내일'을 꿈꾸는 우리도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기대에 부푼다.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돈은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가장 확실한 실행 원칙을 제안한다.


보유한 주식이나 코인의 오르내림에 따라

쉽게 돈을 쓰고 실망하는 요즘 세대에게

돈을 버는데 집착하지 않고,

돈을 추적하고 관리하고 아끼는 것에

집착하는 부자들의 삶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부의 공식'을 소개함으로써,

돈과 인생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즉, 유명하지 않은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이웃이 어떻게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벌고, 수십억 원의 자산을 쌓는지

그의 공식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덧 부자가 되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진작 알았으면 그 동네에 미리

땅이라도 사두는 건데… 싶을 만큼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고 신도시 개발로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거기에 연봉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암담한 잿빛으로 그리고,

조금이라도 만회해 볼까 하는 마음에

주식투자로 겨우 얼마간의 수익을 얻거나

그마저도 마이너스가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런 투자들을 통해서

고작 치킨 몇 마리, 혹은 여행자금 정도의

푼돈을 손에 쥘 생각을 한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는 말한다.


슬프지만 작금의 현실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

하나는 상속이며 두 번째는 이 책에 소개된

부의 공식뿐이라는 것.


수익률을 재투자해 복리의 힘을 누리고,

금욕적인 삶을 살면서

꾸준히 시간의 힘을 믿는 것.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삶의 진리이자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인 것 같지만

막상 그 길을 알면서도 고되고 오래 걸리기에

우리는 쉬이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로 맨손으로 시작해

진짜 부자가 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낸

이 부의 공식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부의 공식은

'부 = 집중력 + (금욕 × 시간 × 분산)'으로

각 장은 각각 금욕, 집중력, 시간, 분산의

주제에 따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금욕.

우리는 튼튼한 도덕적 기반을 개발하고

꾸준히 자기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 말한다.

돈에 관한 확고한 개념을 키우는 것은

부자가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선택을 안내하고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다.

단순히 수도승 같은 삶을 살거나

모든 욕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면서 금욕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행동과 의도를 일치시키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격을 갈고닦으며

보상을 추구하되, 그 보상에 의존하지 않는

그런 태도가 금욕의 기본이 되겠다.


두 번째는 집중력이다.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면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집중력 없이는

이를 유지할 수 없다 말한다.

너무도 뻔한 자기 계발서의 말 같지만,

변수 없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바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하고, 숙달될 때까지 반복하며


노력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단순히 열정만을 쫓지 않을 것,

그리고 이 집중을 언제 멈추고

그만둬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세 번째는 시간이다.

저금의 금리를 계산할 때도

얼핏 짧은 기간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리'가 엄청난 이율을

가져오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복리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소액일지라도 매달 하는

저축의 중요성을 짚어주었다.

저축은 일종의 근육이기 때문에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훈련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이것이 즉 시간의 힘을 나타낸다고 말이다.


얼핏 빠른 해결책이 좀 더 효율적인 것 같지만

그것은 되려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강이 협곡을 형성하듯, 우리는 현재 우리가 하는

희생으로부터 결국 혜택을 보게 될

미래의 자신에 관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른 어떤 자산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돈에 집착하는

시간이 쌓이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보다 부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것이란

기대가 느껴졌다.


마지막 네 번째는 분산이다.

앞선 장에서 현재의 소득을 극대화하는데

시간을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장에서는 장기적인 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분산하라 제안한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으로,

돈을 '시간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여기며

인생의 적기에 집을 매수하고

세금과 수수료에 주의하다 보면


각각의 공식에 따라 바뀐 우리의 행동과 태도가

가장 성공률이 높은 '부자가 되는 길'로

이끌 것이라는 단순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자기 계발서,

혹은 자산관리나 재테크 관련 조언을 들으면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

뜬구름처럼 먼 이상을 제시하는 듯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의 넉넉지 않았던 어린 시절,

그 안에서 깨닫고 부딪치게 된 현실과

궁극적으로 '부의 동기'가 무엇인지

왜 경제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지의

원론적인 부분에서부터 생각을 되짚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부'의 형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가 부자가 된 이후에

그토록 오랫동안 쫓아온 성공과 노력이

의미를 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단순히 커다란 집을 소유하거나

비싼 옷이나 사치품을 가졌을 때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라는 에필로그는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잘하는 일 중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낼 만한 것을 찾고 전력을 다하자며,

지출을 줄여 밑천을 만든 다음

내가 자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하고,

우리를 둘러싼 알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산을 분산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

생각보다 빨리 흐르는 시간을 인식한다면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부'라는 최종 목적지에

더 일찍 도착하게 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순간에 있게 할 것이라는 것.

이것이 인생의 전부라는 메시지가

오래 울림에 남았다.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우리가 '부'를 꿈꾸는 것이라는 이 내용은


원하는 것을 전부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가진 것을 '원하는 것'이

행복 그 자체임을,

너무 바쁘게 사는 나머지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혹은 원하는지를

제대로 돌아볼 겨를이 없는 우리에게


어떤 행복을 원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

내가 꿈꾸는 부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마주하고 이를 설계하고

실행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공식'이라는 말 때문에

부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소양이나

투자방법 같은 부분만 생각했지만

재테크에 대한 기본 철학과

우리가 쫓아야 할 올바른 방향을 짚어주는

그의 따스한 경험담은

단순한 투자 가이드, 자신관리 조언을 넘어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마냥 '부자'를 꿈꾸는 요즘의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부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탄탄한 노하우를 제대로 알려주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 초년생이나 '밥벌이'에 바빠

인생에 당장의 행복에 충실하지 못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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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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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얼마 전,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구보다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그리고 아이들이 누구보다 신뢰하는

선생님이 일으킨 이 범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 조현병 있었던 거 아니야?'


이처럼 조현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리에게는 각종 잔혹한 범죄를 떠올린다.

망상과 환청, 와해된 언어나 정서적 둔감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불안요소로 인식하고,

또 실제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범죄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어쩌면 '조현병 = 우리를 해하는 존재'라는

낙인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조현병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질병이며 아픈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섭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고,

그래서 꼭 조현병이 아니라더라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외면한 것이다.


이따금 지하철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마주치곤 한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에

지하철을 탔을 테지만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자리에 앉고 싶다'는 자신의 감정만을 생각해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밀치거나

본인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몸을 기대어 서있기 쉬운) 기둥 근처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그 자리에 서려 움직이고 행동하는

그들을 보면서 '가족들은 뭐 하고

이렇게 이 사람들을 혼자 두지?'하는

생각을 하며 불편한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그들에게 타인을 밀치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는 충분한 설명을 할 생각도 안 하고,

혹은 '아픈 것'이기에 이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눈을 찌푸릴 뿐,

그들과 마주해 공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시선과 자리를 피하며 혹시 모를

불필요한 접촉이나 갈등에서 벗어나는 게

고작해야 내가 한 행동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시선 아래에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와 일상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외면당하며 배척당한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그들이 외면받고

혹은 일상에서 격리된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나 역시

'그건 아니지만…'하고 말끝을 흐릴 것 같다.


이 책은 13살에 조현병을 진단받아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총 18년 동안

조현병을 앓는 나무씨를 키워낸

엄마와 그 가족과, 그들이 마주한 사회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조현병은 위험해, 하며 나와는 관련 없다고

그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외면하며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생각이 틀렸음을,

이 역시 우리 사회가 함께 끌어안고

가져가야 할 문제임을 인식시켜주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처음 아이가 발병을 하게 된 이후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고생스럽고 힘들었던

'조현병 환자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나름의 '일상'을 찾아가는 과정,

사회에서 부딪치고 내쳐지면서도

다시 두드리고 시도하는 모습을 통해

아프지만 용기 있게 일어서 자신과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용기에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고


이렇게 애쓰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와 우리들, 나의 시선이 너무 비뚤어지고

매몰차지는 않았나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모습과 행동에,

그것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마주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불편한 우리들의 마음 때문에

그들은 사지로 그리고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자 했던 것 자체가

참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그 차가운 시선과

본인이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곁에서

오롯이 한 사람으로 서고, 생활하고,

함께하고자 애쓰는 시도를

이제는 마냥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정신질환에 대해서 이것이 유전인가

혹은 가정 내에서 육아의 과정에서 오는

어떤 결핍이나 문제가 원인이 되지 않나,

그렇기에 이것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보다는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속한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또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 받을 권리가 있기에

이들의 삶 역시 사회와 우리가 안고 가야 할

과제임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따라 나무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마냥 무섭고 두렵게만 생각했던,

잠재적 흉악범죄자라 치부하며 외면했던

조현병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충분한 돌봄이 필요한 질병,

그렇지만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그들을

이제는 날선 차가운 시선으로,

마냥 쯔쯧 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글들이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물론

수많은 편견, 고정관념으로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나무씨'들을 보며 무작정 피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때로는 따스한 시선으로

도움을 건네고 눈을 맞추며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조각난 세계이지만

꿋꿋하고 단단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매일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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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 서른아홉 - 요즘 여성들이 쓰는 뉴노멀 트렌드코리아 리서치 시리즈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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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미래의창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나간 한 해를 곱씹으면서

다가올 한 해의 트렌드를 예측해

마케팅이나 경영 전반에 활용하기 좋아

연말이면 도서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트렌드코리아》


다가올 한 해의, 우리나라의 경제와

마케팅, 생활 등 다양한 측면을 예측하는

트렌드코리아 팀에서 유독 주목하는

연령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스물하나에서 서른아홉까지의

2030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


트렌드코리아의 대표저자 김난도는

2030여성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트렌드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고,

사람들의 새로운 취향이

의미 있는 다수를 이룰 때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라 부른다.

트렌드는 경제와 문화를 바꾸고,

이는 다시 사람을 바꾸기에

결국 트렌드란 사람의 변화다.'


그런 관점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다른 연령대의 행위를 유도하는

2030 여성들의 삶은

다른 연령, 성별과는 다르다.


나 역시 2030 세대에 포함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연령대와는 다른,

가깝게는 몇 살 차이 나지 않지만

다른 인생 시간을 살고 있는 언니와 비교해도

'청개구리'나 '비정상'처럼 보이는

나의 삶에 물음표를 던졌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여전히 미혼이며,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고도

각자의 몸과 마음을 챙기며 즐겁게 산다.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를 쫓아,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각자의 속도와 취향을 찾아가며

'나다운 모습'으로 인생의 시간을 살아갈 뿐

그게 이상하다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2030 여성들에 대해

현실 속에서는 대부분 반가운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참 별나다."로 치부되는 기성세대의 시선,

출산을 거부하면서도

살림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거나

시위 현장으로 뛰어나가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덕질을 하고 깊이 빠져드는 이들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쉽다.


이런 이들의, 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면서

그런 생각의 위에는 어떤 환경이 있는지,

왜 이런 생각을 갖고 이런 삶을

영위하게 되었는지 마음을 열고

마주한 2030 여성에 대한 리포트는

단순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파악이나

흐름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나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우리 세대, 여성의 욕구와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마주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 독서이기도 했다.


개인의 차별성을 존중하는

개별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오히려 가장 난감한 존재가 '내'가 된 요즘이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은 얼핏 희망적이고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존중하지만,

나만의 꿈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역설적으로 '자기 파악'이라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나 자신을 찾는 것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이기에

어쩌면 그런 인생의 어려운 큰 과제를 앞두고

오늘의 운세나 명상으로,

때로는 스트레스 관리를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열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예쁘게 보이는 '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혹은 암묵적인 사회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난 모습이라 하더라도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

'내가 꿈꾸는 모습'이라는 구현하며

노력하고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은

단순히 유행어처럼 내뱉는

'내 추구미는 이거야'라는 말 아래 담긴

진정한 자기애, 자기 파악의 현상까지

살펴볼 수 있는 포인트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의 영역인

연애(사랑)와 결혼, 출산에 대해서도

요즘은 참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나처럼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며

가족과의 테두리 안에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만족하며

'애쓰는 관계'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도,


혹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거나

혹은 식은 올리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선한 형태의 가족도 등장하고 있다.


출산에 있어서도 심각한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 누군가는 난임으로 인해

새벽에 찾아 텐트를 치고 줄을 서서

'아기가 잘 생기도록 도와주는'

한약을 지어주는 한의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하니 말이다.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인생 시계가 엇비슷하게 흘러갔다면

요즘은 각자의 템포로 진행되는

라이프스테이지 아래서

재테크, 정부 혜택, 커리어 브랜딩,

효율성 등이 맞물려

그 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것이다.


사회 속 이런 다양한 연애, 결혼, 출산 등

개인적인 문제였던 영역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살필 때

성장의 기회가 열린다며

개인만의 '유별남'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게 된 뿌리를 찾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이

작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의 행복이라는 대 전제를 위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순간으로서,

내가 직접 내가 원하는 삶을

직접 손에 넣겠다는 당찬 포부로

매일을 열심히 애쓰고 일하는

2030 세대,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별난 것처럼, 만사 두렵고 귀찮아

미루고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삶 안에서 벌어지는 이 고군분투를

누군가 알아주고 헤아려줬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도하게 만들어주었고,

틀리지 않았다는 토닥임이

앞으로의 발걸음에 망설임과 두려움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았나 싶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연령대로서

2030 여성의 삶을 공부하기에도,

내 곁의 언니, 동생, 선후배 등을

너른 마음으로 좀 더 트인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될 것이다.


연령을 떠나 모두에게

우리의 사회 속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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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국어시간 - 문학작품 들고 교과서 밖으로 튀어! 생각하는 10대
공규택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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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북트리거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진 속 인물의 옷이나 머리를 바꾸거나

배경을 지우기도 하며,

내가 입력한 설명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조합해

다양한 이미지와 작품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예술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디자인 이미지 생성은 물론

혹은 어떤 질문에 대한 리포트 작성이나

내용 요약 등이 가능해지면서

어느덧 기술 개발이나 혁신을 넘어서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보다 똑똑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혹자는

공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직접 공부해 머리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AI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묻거나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굳이 무언가를 직접 공부하고

깨우쳐야 하는 것인가 하는

학습의 필요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인터넷 기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길게 이어지는 기사를 읽지 않고

'그래서 뭐라는 건가요? 세 줄 요약해 주실 분'

이런 댓글을 다는 요즘 세대들의 성향에 맞춰

AI가 분석한 기사 요약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도 하니

가뜩이나 책은 읽지 않고

미디어나 쇼츠에만 집중되어

지속적으로 문해력과 어휘력 부족,

심각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 앞에 AI 등장은

그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다.

요약은 물론 생성이나 결과물까지

만들어주니 애쓸 필요 없이

그저 묻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던지는 질문에 맞춰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어떤 답을 얻는지가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답, 깊이 있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단지 '그냥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뭘 알아야 원하는 적절한 질문을 고를 수 있고

결과물을 발전시킬 수 있기에,

단편적이고 겉핥기 식으로 정답만을 묻는

한두 개의 질문만으로는

인간을 대체할 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을

실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인공지능이 말하는 답에서도

오류도 존재하기에

이를 깨닫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즉,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의 등장 아래에서도

우리는 원하는 '정답'을 얻기 위해

그와 '대화'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소통의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 책 《차이나는 국어시간》은

더 이상 교과서 지문을 비롯한 문학과 과학,

예술을 들여다보지 않는 작금의 시대에

AI를 활용한 융합교육법을 안내한다.

역사, 지리, 사회, 경제는 물론

예술, 문학, 과학, 미래의 관점에서

다양한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이를 읽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야를 틔워주는

길잡이라 할 수 있겠다.


교과서에 갇혀있는 국어를

다양한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AI를 이용한 질문과 소통을 통해

익숙하고 뻔한 방식으로만 읽어오던 작품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게끔 만들어주어

자유로운 호기심의 발전, 상상력의 자극,

더 나아가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 속에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익숙한 작품들이 참 많았다.


잔잔한 메밀밭 풍경 속 이곳저곳을

떠도는 장돌뱅이들.

메밀꽃을 바라보며 예전의 추억을 떠올린

허생원은 눈앞에 있는 청년이

자신의 '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이 대표적이다.


서정적이며 자연을 묘사한 장면들,

그들이 혈연관계라는 결론은 없지만

함께 제천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관계임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과학적 측면에서 조명해 보며

'왼손잡이가 유전'의 형질이 되려면

과학적 측면에서는

어떤 조건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작품 속 오류를 찾기도 하고,


지문 속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성격을 통해

MBTI를 추론해 보는 소소한 재미들은

그저 작가의 의도나 글 속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을 파악하는 등

그저 문장만을 읽는 지루함을 넘어

보다 가까이 책을 깊이 있게 읽도록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시선이라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또한 우리의 고전과 유사한 서양의 이야기,

이들의 공통점을 찾고 AI를 이용해

각각의 작가의 예술적 표현방식에 대해

공감과 소통하는 방식은

실제 작가들 간의 대화는 아니었지만

시대를 넘어서 독자와 작가,

각 공간을 넘어선 유의미한 대화였기에

'절대 만날 수 없는 조합'을 엿본 듯

짜릿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관점으로 작품에 접근하기 위해

AI 질문 기능을 활용했는데

실질적으로 AI가 제공한 답변을

예시로 소개하면서도,

그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답을

공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공한 답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 그와 소통하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발전시키는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책 속 지문을 넘어

우리가 만나는 일상 속 수많은 작품과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직접 질문을 만들어 던져보고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1-5교시 주제별 문제가 제공되어

시험에는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꼭 시도해 볼 만한

좋은 연습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다양한 갈래로 발전, 성장시켜보는

'소통'의 과정 아래,

우리의 국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 뼘쯤 더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동양과 서양의 예술, 문학은 결이 다르고

교과서 속 이야기들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이 책에 담긴 교훈이나 메시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갈래와 여러 꼭지로 시야를 넓혀

작품 속 인물들을 재해석하고

다시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학교 다닐 때, 작품을 배울 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그저 이야기,라는데 멈추지 않고

서로 다른 범위의 것들을 잇고 연결하고

번역하는 연습을 통해서

요즘의 시대, 어떻게 국어를 공부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낸 것 같다.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와 미래의 교차,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어제를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을 키웠다.


물어보면 뭐든 알려주는 인공지능,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문학을 읽고

국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검색 능력 보다 질문 능력이 더 중요해진 요즘

나만의 질문을 찾고 답을 만들어가며

똑똑한 인공지능을 두렵기 보다

자유로운 호기심으로 즐겁게 마주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독서였다.


검색하면 다 정리해서 알려주던데,

이런 것 꼭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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