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얼마 전, 대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구보다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그리고 아이들이 누구보다 신뢰하는

선생님이 일으킨 이 범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 조현병 있었던 거 아니야?'


이처럼 조현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리에게는 각종 잔혹한 범죄를 떠올린다.

망상과 환청, 와해된 언어나 정서적 둔감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불안요소로 인식하고,

또 실제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범죄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어쩌면 '조현병 = 우리를 해하는 존재'라는

낙인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조현병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질병이며 아픈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섭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고,

그래서 꼭 조현병이 아니라더라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외면한 것이다.


이따금 지하철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마주치곤 한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에

지하철을 탔을 테지만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자리에 앉고 싶다'는 자신의 감정만을 생각해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밀치거나

본인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몸을 기대어 서있기 쉬운) 기둥 근처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그 자리에 서려 움직이고 행동하는

그들을 보면서 '가족들은 뭐 하고

이렇게 이 사람들을 혼자 두지?'하는

생각을 하며 불편한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그들에게 타인을 밀치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는 충분한 설명을 할 생각도 안 하고,

혹은 '아픈 것'이기에 이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눈을 찌푸릴 뿐,

그들과 마주해 공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시선과 자리를 피하며 혹시 모를

불필요한 접촉이나 갈등에서 벗어나는 게

고작해야 내가 한 행동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시선 아래에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와 일상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외면당하며 배척당한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그들이 외면받고

혹은 일상에서 격리된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나 역시

'그건 아니지만…'하고 말끝을 흐릴 것 같다.


이 책은 13살에 조현병을 진단받아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총 18년 동안

조현병을 앓는 나무씨를 키워낸

엄마와 그 가족과, 그들이 마주한 사회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조현병은 위험해, 하며 나와는 관련 없다고

그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외면하며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생각이 틀렸음을,

이 역시 우리 사회가 함께 끌어안고

가져가야 할 문제임을 인식시켜주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처음 아이가 발병을 하게 된 이후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고생스럽고 힘들었던

'조현병 환자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나름의 '일상'을 찾아가는 과정,

사회에서 부딪치고 내쳐지면서도

다시 두드리고 시도하는 모습을 통해

아프지만 용기 있게 일어서 자신과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용기에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고


이렇게 애쓰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와 우리들, 나의 시선이 너무 비뚤어지고

매몰차지는 않았나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모습과 행동에,

그것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마주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불편한 우리들의 마음 때문에

그들은 사지로 그리고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자 했던 것 자체가

참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그 차가운 시선과

본인이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곁에서

오롯이 한 사람으로 서고, 생활하고,

함께하고자 애쓰는 시도를

이제는 마냥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정신질환에 대해서 이것이 유전인가

혹은 가정 내에서 육아의 과정에서 오는

어떤 결핍이나 문제가 원인이 되지 않나,

그렇기에 이것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보다는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속한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또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 받을 권리가 있기에

이들의 삶 역시 사회와 우리가 안고 가야 할

과제임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따라 나무씨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마냥 무섭고 두렵게만 생각했던,

잠재적 흉악범죄자라 치부하며 외면했던

조현병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충분한 돌봄이 필요한 질병,

그렇지만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그들을

이제는 날선 차가운 시선으로,

마냥 쯔쯧 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글들이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물론

수많은 편견, 고정관념으로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나무씨'들을 보며 무작정 피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때로는 따스한 시선으로

도움을 건네고 눈을 맞추며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조각난 세계이지만

꿋꿋하고 단단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매일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