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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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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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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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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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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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진심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미지근하고 솔직한것보단 뜨겁지만 거짓된게 나을 때도 있다.

살다보면 일부러 무언가를 감추거나 속이려고 하는 거짓보다, 그 순간에는 진실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의도치않게 거짓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우리 삶을 더 많이 흔드는 것은 아마 후자일 터이다
-

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따져보는 데에 사랑할 시간을 다 써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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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푸코는 구조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수인 프랑스 철학자이다.

<말과 사물> 저서가 나왔을 당시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현상학 운동이 크게 유행하던 때였다. 하지만 푸코는 구조조의에 가까운 견해를 펼치며 지식은 개개인의 이성보다는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인식 구조를 통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벗고 다니는 사람은 정신병자로 몰리겠지만, 모두가 벌거벗은 공중목욕탕에서는 옷을 입고 들어오는 사람이 정신병자 된다. 이처럼 상식은 어떤 장場에 있느냐에 따라 상대적이다.
이처럼 각각의 시대에는 거대한 인식의 틀이 있는데 푸코는 이를 ‘에피스테메’라 한다. 푸코는 구체적인 문헌 자료들을 통해 에피스테메를 밝히려고 했고 <말과 사물>에서 보여주고 있다.

<감시와 처벌>은 동성애자인 푸코가 노동자, 죄수, 이민자 등 핍박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저항 활동을 했을 때 나온 저서이다.
현대의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규율과 지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에 복종하도록 길들여지며,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통제해 나간다.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가 정한 훈련을 받고 사회가 요구하는 규격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과거 봉건사회나 근대사회나 개인을 지배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 지배하는 권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푸코는 벤담이 제안한 감옥 설계 방법인 ‘일망 감시 체제’에 주목하며 권력의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지식과 권력이 어떻게 연결되고 작용하는지 밝히는 데 몰두했다.

<광기의 역사> 중세의 광기는 지금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예지적인 재능, 이성을 넘어선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17세기부터 광인에게 윤리적 결함이 있다고 해서 격리 수용을 하였고, 19세기에는 정신질환자로 취급했다. 이처럼 지식은 담론으로 구성되며 담론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푸코는 ~대한 지식보다 지식의 표현(말,담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담론은 불연속적이고 단절적이기에 고고학처럼 과거의 한 장면만 고정해두고 고찰하는 식으로 지식을 탐구하고자 했다.

미쉘 푸코는 사회학 분야에서 담론 개념에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학자이다. 사회적인 구조와 기능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아래 저서들이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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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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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하는거야.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
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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