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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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많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질문이 많으면, 인간을 경멸하고 세상과 불화하기가 쉽다. 나는 쉽게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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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法廷)에서는 알고 짓는 죄가 모르고 짓는 죄보다 크지만, 불가(佛家)에서는 알고 짓는 죄가 모르고 짓는 죄보다 차라리 낫다. 제 죄를 아는 자는 그 죄의 사슬을 끊기가 제 죄를 모르는 자보다 훨씬 수월한 까닭이다. 제 죄를 모르는 자는 깨닫기가 어려워 계속해서 천근 같은 죄업을 태산처럼 쌓는다. 부처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악은 무지(無知)이고, 이는 곧 무명(無明)인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가장 큰 괴로움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뜻이다. 수억의 고통들 속에서 인간은 존재하지만, 그것들 가운데 무엇을 자신의 가장 큰 괴로움으로 받아들이느냐가 우리 각자 인생의 정체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가장 큰 괴로움을 상상해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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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이 세상 어디로부터도 고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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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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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 그렇고 그런 날, 이를테면 가벼운 슬럼프에 빠진 것 같은 데 딱히 헤어날 의지도 없는 날, 누군가와 좀 멀어진 것 같은데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 사람이라거나 삶 같은 것이 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날, 문득 이 말이 귀에 울렸다.
"뒤를 봐!"
얼룩진 눈과 마음을 닦고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슬픈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화를 내며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다정하게 손을 내밀며 나를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한 걸음 뒤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고 온 것들, 가지지 않으려 했던 것들,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것들을 왜 돌아보나.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얻은 것들과 언젠가 잃어버린 것들의 의미를 영영 알 수 없으리라.
알 수 없어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삶이나 그 ‘어쩌지 못함‘을 알지 못한다면, 삶을 지속시킬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다. 원하지 않아도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지만 그 ’멀어짐‘에 대해 눈물을 바칠 수 없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다.

이를테면 웬만한 일은 웃어넘기는 당신이 정말로 화를 내야만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웬만한 일에는 불평하지 않는 당신이 정말로 힘들 어하는 일은 무엇인지. 웬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 당신을 흔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일들 앞에서 당신이 끝내 지키고 싶은 것. 끝내 타협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이를테면 굳게 닫힌 문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 문안에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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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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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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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산문집, 개정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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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 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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