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구광렬 지음 / 작가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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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장편소설 『반구대』는 울산 언양읍 대곡리 부근, 즉 태화강 상류지역을 그 장소적 배경으로 한다. 시기적으로는 BC 4,000 년경인 신석기 후반 혹은 청동기 초반 무렵이 된다.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에로의 발돋움,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에로의 전환, 통치자가 제사장을 겸하는 제정일치가 이루어지는 등, 이 시기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이다.

이야기는 너비 약 10 미터, 높이 약 3미터의 암벽에 새겨진 고래, 호랑이, 사슴, 멧돼지, 배, 울타리, 부구, 인물상 등 합 300 여점의 물상들을 중심으로 풀어진다. 소설을 읽다보면 언제,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암각화를 새기게 되었는지, 퍼즐조각 맞춰지듯 스릴감 넘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소설의 화두는 그 지역 강 이름으로부터,
화두를 푸는 열쇠는 영물(靈物)로 숭상받던 고래로부터 나온다
‘큰 어울림 가람’(太和江)은 말처럼 주위 물상들과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강줄기를 따라 늘어선 움집 속 인간들은 어떨까?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족장을 포족회의에서 선출하는 방식이 지양되고 세습의 형태가 고착화되려는 기미가 보이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포족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부락은 급기야 긴장과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족장은 자신의 피붙이(그리매와 큰주먹)로 하여금 그의 뒤를 이으려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두 자식 중 하나(큰주먹)는 반대파의 우두머리인 부부족장의 씨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족장은 그의 첫 번째 여인이자 부족의 큰어머니 격인 매발톱에게 둘 중 누가 그의 후계자가 되면 좋을까하고 묻는다. 이에 그녀는 힘은 세나 영리하지 못한 큰주먹과 힘은 세지 않으나 영리한 그리매, 그 둘이 힘을 합쳐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상잔(相殘) 끝에 큰주먹이 족장의 자리에 오른다.

한 부락의 족장으로 만족치 못한 큰주먹은 이웃 부락을 점령한다. 부락민의 수가 급증하자, 식량난을 겪게 되고 그 해결책을 마련키 위해 그리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리매는 그 옛날 우연히 떠내려 온 고래 한 마리로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곤 고래를 잡자고 한다. 단순한 통나무배에서 진일보한 배를 고안하고, 잡은 고래를 쉽게 끌고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구(浮具)를 만들고, 그 옛날 매발톱으로부터 건네받은 새알 모양의 청동(靑銅)으로써 고래를 잡기 위한 미늘을 만든다. 고래잡이에 성공하자 살만한 곳이라 소문이 나서인지 갈수록 이주해오는 이들이 늘어나, 마침내 큰주먹은 온 누리의 족장이 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게 그리매의 덕이란 걸 잘 아는 큰주먹은 그리매에게 묻는다. ‘왜, 애써 이룬 것들을 나에게 돌리나?’ 그리매는 답한다. ‘…그저 바위에다 그림만 그릴 수 있게 해 다오.’
그날 이후부터 그리매는 부락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을 암벽에다 남기게 된다. 특히 배와 부구, 고래의 해부도 등을 정성스레 새긴 뒤, 부족의 사내들을 모아놓곤 고래사냥 법을 가르친다.

크게 어울림(太和)이란 우두머리와 끄트머리가 둥글게 맞닿음을 뜻하며,
결국 둥글기 위해선 제 살을 떼 내주어야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어느 날, 그리매는 쳐놓은 그물에 걸린 새끼고래를 구조해준다. 새끼는 어미의 등 위로 올라가 미끄럼을 타며 재롱을 부리고, 어미는 고맙다며 꼬리지느러미로 연신 수면을 쳐댄다. 그날 밤 그는 철부지 새끼고래의 귀여운 지느러미와 고마워할 줄 아는 어미고래의 착한 눈빛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마침내 그는 모종의 결심을 한다. 청동 미늘을 펴서 바위새김칼을 만든다. 그날 이후부터 어렵게 돌을 쪼거나 떼어내지 않고서, 단지 선을 긋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게 된다. 청동 미늘을 쓰지 않기에 잡히는 고래 수는 줄어들지만, 오히려 남아돌아 썩어가는 고깃살이 사라졌기에 주변이 정갈해져갔으며, 예처럼 먹거리에 대한 고마움 또한 느끼게 된다.
‘우두머리와 끄트머리가 따로 없다. 발가벗은 채 춤을 추며 해신(海神)에게 빌어라’ 그리매의 말에 따라 큰주먹이 딩각(오동나무 나팔)을 불며 발가벗고 춤을 추니, 족장이 제사장을 겸하는 최초의 제(祭)가 올리어지는 셈이다. 발기된 큰주먹의 성기는 높이 치솟은 딩각만큼이나 딱딱하게 보이고, 마침내 ‘큰 어울림 가람(太和江)’은 사람들마저 주변 물상들처럼 잘 어울려 보인다. 거기엔 매발톱의 뒤를 이어 부족의 큰어머니가 된 꽃다지의 희생도 한 몫 한다. 매발톱은 그녀의 뒤를 이을 큰어머니로 그리매의 아이를 밴 꽃다지를 점지한 뒤, 한 사내의 여인이 아닌 온 부락의 여인으로 남을 것을 강요한다. 이에 꽃다지는 부족을 위해 살아갈 것을 다짐하지만, 그녀가 시대의 마지막 큰어머니가 되어 더 이상 그녀처럼 고통 받는 여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매는 그런 꽃다지를 그리워하며 청동 새김칼로 암벽에다 얼굴 둘을 새기니, 하나의 얼굴이 멀리 있는 또 다른 얼굴을 그저 바라보는 형상이다.

최초 스토리텔링 소설 『반구대』를 통해
국보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길!

이처럼 장편소설『반구대』는 선사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이 시인의 깊은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덧입혀져 아름답게 재현된다. 우리문화의 원형(Archetype)을 짚어볼 수 있는 대서사시 반구대 암각화엔 6,000년 전 문명의 여명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이 고스라니 녹아있다.
파리 국립 자연사 박물관장인 다니엘 로비노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이유로 인류최초의 포경에 관한 기록일 뿐 아니라, 그 연대까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만큼 명확하고 분명한 고래사냥 장면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우리의 국보는 이제 세계문화유산지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이해는 일천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반구대 암각화에 관한 자료들이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등 그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된 것들로, 일반인의 접근이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자칫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질 수 있는, 소멸되어가는 한반도의 문화가 반구대 암각화에 관한 최초 스토리텔링인 이 소설을 통해 더욱 오롯이 새겨지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

“오랜 만에 참말을 쓰려니 온 몸이 오그라든다”는 장편소설 『반구대』의 저자 구광렬 교수는 오월문학상, UNAM동인상, 멕시코문협특별상, 브라질ALPAS ⅩⅩⅠ 라틴시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울산대학교 중남미스페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느낌점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속에서 써내려간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보이는 이상적인 작품이다.

사실, 그 동안 많은 책들을 다양하게 보아왔는데, 이번처럼 해석하기 어렵고 난해한 작품은 처음이다.

그동안 책읽기를 게으르게 했었을수도 있고, 편식하다 보니, 다양하게 접해볼 기회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소설책을 읽는데 공부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꽤 두꺼운 장편임에도 나는 이 책을 출/퇴근 시간 과 주말을 이용하여

2주만에 다 읽었다. 물론 다른 책을을 읽기에도 바빴지만, 아쉬움이 많은, 책 갈피를 꽂을 때면 애처로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표지부터가 고전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요즘은 유난히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는 것 같다.

조선시대 왕들과 왕비, 그리고 유물에 대해서 까지.

 

역사서들을 한 차례 읽고 나면 왠지 모를 여운이 많이 남는다.

전생에 고고학자라도 됐었나?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난 지금도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이 매우 많으니까.

한때는 사학과를 전공할까도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비록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이렇게 충분히 즐기고

다채로운 책들을 접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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