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3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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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맏딸은 살림 밑천이 되어야 할까?

 

<깡깡이>, 경제개발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를 그려낸 수필 같은 소설이다. 그 시대에는 과자도 못 사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여기서 내 의문은 가난한 걸 알면서도 왜 자식들은 많이 낳아서 맏딸들만 고생시킨 걸까? 아니 왜 맏딸들의 수고와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걸까? ‘깡깡이라는 단어는 처음 접해보는데 작은 쇠망치로 짠 바닷바람에 노출된 배들의 녹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따개비 같은 해양생물들을 벗겨내는 일이란다. 그리고 그 망치 소리가 깡깡깡깡하고 들린단다.

 

[동식이는 장남이라서, 정애는 아직 어리다고 둘이 차례로 회비를 가져가고 나면 내 회비는 언제나 한두달씩 미춰졌다. 장남은 챙기면서 장녀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아니다! 일하고 동생 돌보는 건 언제나 내가 먼저지.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우리 집 살림 밑천 기특한 맏딸!”

아버지의 그 말에 꼼짝없이 묶여 기특한 딸이 되어야 했다. 칭찬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었다. -16쪽 중에서-]

다섯 아이 중에 맏딸인 정은은 14살이 되었어도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부재로 깡깡이 일을 나가는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고 살림을 도맡아야 했다.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굶기지 않고 헐벗기지 않으려면 깡깡이 망치를 들어야 했다지만, 나는 존경스럽지가 않다. 맏딸도 미성년자이기에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동생들을 돌보는 건 5학년인 장남 동식이도 충분히 같이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가난한 살림에 아이를 다섯이나 낳는 건 미련한 것이다.

 

[맏딸이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자 엄마도 동생들도 비로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이해하고 사랑해야 된다는 생각은 사람의 운신폭을 얼마나 좁게 만드는지. 내가 자유로우니 동생과 엄마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167쪽 중에서-]

정은아, 내년에는 중학교 가야지.”

다행히도 어머니가 먼저 중학교 진학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딸이라는 이유로 일만 하고 공부도 못하고 혼수도 재산도 받지 못한 세월을 살았기에 내심 미안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렇게 학교란 곳에 갈 수 있게 되고, 화가로 성장한 정은. 하지만 치매로 요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달려가는 건 여전히 그녀의 몫인듯하다. 남편의 외도와 죽음, 여섯 살 때 잃어버린 막내아들, 믿고 의지했던 큰아들의 결혼과 이민. 그렇게 상처투성이 세월을 살았다지만 말은 맏딸인 정은이 있어서 든든하다면서도, 혜택이란 건 장남이 받게 하고, 온전치 못한 머릿속에도 큰아들 생각뿐인 늙은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씁쓸할 뿐이다. 책을 덮는 순간에도.

 

 

-특별한서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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