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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2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1권 마지막 부분에서 제3의 눈을 갖기 위해 수술을 받은 바스테트. 수술의 성공여부도 궁금했지만 혹시나 이 수술로 인해 바스테트의 목숨이 위험하게 되지는 않을까 무척 걱정했었다. 다행히 큰 고난 없이 제3의 눈을 갖게 된 바스테트. 수술을 받고나서야 바스테트는 자신이 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온 것보다 얼마나 무지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경이로운 앎의 세계를 접한 것도 잠시. 인류의 모든 지식이 들어있는 USB를 빼앗기 위해 과격 단체가 공격해오고, 인터넷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결국 USB를 약탈당한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인류의 모든 지식을 빼앗길 수는 없는 법! 이번에도 역시 바스테트가 앞장선다.
2권에서는 쥐떼의 습격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공격도 받게 된다. 그 동물은 바로 다름 아닌 돼지와 소. 돼지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에게도 제3의 눈이 존재했던 덕분에,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해진 동물들 무리 속에서 로망과 나탈리는 재판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돼지가 어떻게 인간을 심판해?'라며 코웃음을 쳤지만 돼지들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인간의 잔혹함에 나 또한 소름이 돋았다. 그 뿐인가. 마침내 이루어진 바스테트와 티무르의 회담. 그저 잔혹한 쥐떼의 왕이라고 여겼던 티무르가, 어째서 인간들에게 그런 원한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듣게 되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인간들의 잔혹한 실험으로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끝내 살아남은 티무르의 증오. 입장이 바뀌어 내가 그런 실험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면 어땠을까.
어디선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은 '인간' 뿐이라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인간만 지구에서 사라지면 다른 동물들은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돼지들의 우두머리와 티무르에게 가해진 일도 잔혹했지만 <어쿠스틱 키티 작전>으로 소개된 고양이 실험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고양이를 군사 작전에 투입시키기 위해 귓속에 마이크를 넣고 척추를 따라 꼬리까지 안테나를 넣은 다음 배 속에 배터리를 집어 넣어 연결하는 수술을 하기도 하고, 고양이의 뇌에서 식욕을 관장하는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실시했다니!! 그 실험을 견뎌내고도 마지막에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어쿠스틱 키티를 생각하면, 우리 인간들이 이 지구에 있어 과연 필요한 존재가 맞는가,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는 [문명]을 통해 우리에게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인간과 동물들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우리만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가질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언제 어느 때 기회만 생긴다면 작품 안에서처럼 동물들에게서 심판을 받는 날이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에서 최근 읽고 있는 도정일 작가님의 인문학 시리즈가 떠올랐다. 모든 존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문구. 인간만이 최고가 아니다.
작품이 어떻게 매듭을 지을지 궁금했는데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었다. 끝이자 처음. 바스테트의 모험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