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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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쌓인 거짓 밑에 숨겨진 안타까운 진실] 


33년 전 실종된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유명 작가 해리 쿼버트의 저택 정원에서 발견됩니다. 놀라의 유해와 함께 발견된 것은 해리를 전설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그의 작품 <악의 기원>.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한 권의 소설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 마커스 골드먼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 백지 공포증으로 차기작을 집필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참이었어요. 마커스를 만난 순간부터 그를 지지하고 작가로서의 길로 이끌었던 해리가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한 마커스는 이 사건의 이면에 존재한 진실을 쫓기 위해 해리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밝혀낸 사실을 책으로 출간하기로 합니다. 탐문 수사를 벌일수록 해리 뿐만 아니라 놀라와 그녀의 부모님, 은퇴한 경찰서장, 식당 여주인 등 모두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과연 이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33년 전 놀라는 15세, 해리 쿼버트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이끌리죠. 놀라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해리와 달리, 그를 향한 놀라의 사랑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엄격하다 못해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을 고친다며 매질을 하는 집을 떠나 해리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던 놀라. 결국 그들은 놀라가 실종된 전날 모텔에서 만나 도망치기로 했어요. 하지만 놀라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무려 33년의 세월이 흐른 거죠. 문제는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모를 거라 생각했지만, 모두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는 데 있었어요. 


굉장치 촘촘하고 친절한(?) 소설이에요. 단서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커스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모으는 구성이라고 할까요. 겉으로는 아무 비밀도 없어 보이는 사람도 파헤쳐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나오고 그것이 다른 실마리로 연결되며 진행됩니다. 그렇다고 반전이 놀랍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반전이었습니다.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순간의 선택이 좀 더 올바른 방향을 향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개인의 이기심들이 한 소녀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느낌이라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해리를 향한 놀라의 사랑이 생각보다 깊어서 놀랍기도 했고요. 사랑의 깊이는 나이를 따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조엘 디케르는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으로 본격적으로 알고 싶어진 작가입니다. 예전 출간작들이 대부분 절판이라 중고 사이트를 통해 [볼티모어의 서]를 구매하기도 했는데, 이왕이면 [볼티모어의 서]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출판사 <밝은세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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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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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음험한 환상적인 오컬트 호러]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인 그녀는 할머니에게 전설과 주술, 북부지방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그녀의 작품은 근원적인 공포 위에 역사적, 정치적 공포와 두려움까지 덧입혀 어쩌면 장르 소설이라는 가면을 쓴 사회 고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 몫의 밤]은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올린 세계 위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예요.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잔혹한 기사단의 영매인 후안은, 그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진 적 없는 강력한 능력으로 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타고 난 그는 어린 시절 그의 병을 치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사단에게 끌려가 어둠의 의식과 제례에 이용당하죠.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이 이제는 아들 가스파르에게 대물림될 뿐 아니라 자신이 아들의 몸을 빼앗고 의식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안은 아들을 데리고 기사단으로부터 몸을 피할 계획을 세웁니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아무런 말도 없이 긴 여정을 떠난 이들 부자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무척 기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삶의 일부는 여전히 어둠의 신과 기사단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후안이 가스파르를 대하는 것을 보면 일부분은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 작품에는 예전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들에 대한 후안의 사랑. 어떻게든 아들을 지켜내려는 그의 열의와 사랑이 이 기묘하고 어둡고,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든 묘사들까지도 전부 포용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의 사랑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기사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연인이자 아내 로사리오까지 그의 계획에 동참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가스파르가 기사단의 어두운 손길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 긴 여정과 가스파르에게 닥친 비극을 생각해 볼 때 결말은 조금 허망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이들, 잔혹한 고문마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 똑같은 대가를 치르기를 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 만족감(?) 이 적었어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해낼 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요, 분명한 건 지금까지 읽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이야기 중 제일 제 취향이었다는 거예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오렌지디>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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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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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이 빛을 발하는 클래식 미스터리]

 

사람들이 여유롭게 휴일을 즐기는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갑작스레 나비 떼가 날아듭니다. 마침 가족과 함께 긴자에 나와 있던 형사 가메이가 나비 떼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청년의 시신을 발견해요. 청년의 손에는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라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팔찌가 차여져 있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 알의 밀알이니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찬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기묘한 점은 숨을 거둔 그들의 얼굴이 평온하다 못해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연속 예고 자살 사건과 실제로 벌어지는 청년들의 분신 자살. 그 뒤에는 광적인 어둠의 종교 집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광신도들을 이끄는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소재로 한 소설은 몇 편 읽어왔지만 이 작품을 읽다 청년 중 한명이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냐'고 묻는 부분에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우울하거나 힘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기운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 작가가 제시한 문장 같은 것은 한 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죽지 않고 살 수 있는가-라는 문장이 정말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이 쓰여진 것은 1980년입니다.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제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었겠지만 일본의 그 시대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사회적인 혼란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어려운 시기였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길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마음을 현혹시켜 잘못된 길로 인도한 종교 집단의 지도자. 작가는 만에 하나 그런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한 것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현혹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람을 도구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이 출간된 후 4년 뒤 '옴 진리교'가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을 일으켰죠. 사회적 분위기를 읽고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광인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날카롭게 빛나는 작품입니다.

 

개인이 처한 어려움은 그 사람만의 것이겠죠. 그 누구도 그의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사람들에게 어느 누구도 어줍잖은 위로를 할 수 없다는 것도요. 다만 이 대사는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이재, 곧 죽습니다'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말인데요, '죽고나서야 알았다. 삶이 기회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삶에서 전부라 생각했던 고통은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날이 맑은 하루, 비가 오는 하루, 바람이 부는 하루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철도 미스터리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놓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 클래식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각으로 뛰어난 작품을 남긴 데에는 그런 그의 눈부신 열정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님은 이미 세상에 없지만 또 다른 작품으로나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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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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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호러 SF 장르들이 총 망라된 작품들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소개된 설정들을 잠깐만 봐도 오싹오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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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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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는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있는 문학인 것 같아요. 그런 하이쿠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들어간 구절을 제목으로 한 12편의 소설이라니 기대가 큽니다.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한 미미 여사의 세계도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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