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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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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가 싶은 표지와 당돌한 제목이 인상깊었다. 지갑을 품속에 넣는 (혹은 꺼내는) 청년은 슬픈 눈동자로 빌딩숲을 등지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가 주인공의 모습이겠지. 비싸 보이는 손목시계는 이미 늦은 오후를 가리키지만, 그를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는 어린 소년에게 "시시하게 살지마" 라고 얘기해 주지만, 실은 그건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꼬마의 엄마와 누울 때도, 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몽만을 꿈꾸듯 노래한 애인이 떠올랐고, 유일한 벗이 사라진 후에, 그는 자신과 인연의 끈이 닿는 그 누군가를 꿈꾸었는지 모른다.  

 Go 의 가네시로 가즈키의 발랄함도 없고, 용의자 X 를 그린 히가시노 게이노의 치밀함도 없다. 주인공 "쓰리꾼"의 과거나 기억은 듬성듬성 독자에게 던져지고, 그의 외로움은 올이 성긴 낡은 천처럼 드리워져 있다. 공감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아주 밉지도 않다. 양윤옥 선생의 번역은 우리글을 읽어도 일본어를 읽는 것 처럼 (아, 이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낯선 문장이다. 그저 나락으로, 대책없이 떨어지는 현대 시대의 외톨이, 그를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음모 안에서 이용하는 ( 거인의 하수인일 뿐인) "그" , 그리고 훤히 보이는 꼬마의 십 년 후 모습이 슬프다.

 빠르게 읽히기는 하지만, 곱씹어서 생각할 여지는 남기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그림이 없지만 만화를 읽은 후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치밀한 "쓰리" 꾼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없다. 심하게 야하지도 않고, 그저 예측 가능한 인물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해내고 사라진다. 그래서,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의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품 속의 내 지갑을 꼭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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