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를 전해주었던 책이다. 책을 읽는 도중에 다시 표지그림과 작가 프로필과 읽었던 페이지의 그림들을 다시 돌아가며 확인해 보는 일을 반복할만큼 글의 전개 시점도, 주제도 픽션인듯 논픽션인듯 동화속에 절묘하게 의미심장함이 녹아있다. 올해들어서 이상기후가 뼈저리게 느껴질만큼 자연의 변화가 녹녹치않게 느껴졌던 한해였다. 문명이 발달하고 세계가 하루생활권으로 가능해졌을만큼 세상은 변하고 발전했지만 자연의 저항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걸 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건 아무래도 자연인것 같다. 동물원의 슈퍼스타 초록눈의 '범벅이'는 사육되어지고 있는 동물들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생명체는 최적의 장소에 있을때 가장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는데 심지어 야생동물이 가두어져 길들여진다는것은 역시나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자연스러운것이 가장 편안한 것이 아닐까? 범벅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찾았던 동물원에서 보았던 동물들의 눈이 떠올랐다. 우리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 동물들도 뭔가 무언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던것은 아닐런지. 다행히 범벅이에겐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어서 초록눈코끼리의 타고난 운명같은 새삶이 예고되었지만 다른동물들과 머리울림을 이용한 소통을 하며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애쓰는 범벅이가 문득문득 어디선가 치열하고 살고있을 누군가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삽화또한 신비로운 초록눈의 코끼리 범벅이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느낌이 가능하도록 묘하게 와닿았다. 막강한 자연처럼 조용하면서 강한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