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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고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들은 의심을 받는다. 죽은 사람은 억울하게 살해를 당했고, 그와 조금이라도 척을 진 관계이거나 그의 죽음으로 어떤 혜택을 받게되는 사람들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뭐 이정도가 추리소설, 그것도 살인사건을 주제로 하는 추리소설의 정도와 같은 내용일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살인범을 찾아가는 이 책 또한 주변인들을 저런식으로 탐색하여 유력한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알리바이가 확보되면 다른 용의자를 또 찾아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내용전개가 이어진다.

 

 

"여기는 어디지? 어둠. 정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누구지? 무엇을 하고 있지? 떠오른다. 누운 채로 물 위에 떠 있다. 나는 알몸이다. 알몸으로 물 위에 떠 있다. 하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따스하다. 어머니 뱃속도 이랬을까. 다정하고 따스하다. 나를 감싼 어둠은 부드럽다. 벨벳처럼 미끄럽고 부드러워서, 하나도 두렵지 않다. 천처럼 옅은 어둠이 나를 몇 겹이고 둘둘 감싼 기분이 든다."

                                                                                                       - p.11 프롤로그 중

 

 

이 책에는 프로트 캡슐이라는 신기한 물건이 등장한다. 용액을 채워놓은 캡슐에 들어가서 40분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6시간 정도를 잔 것 같은 휴식의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편한 느낌을 느끼는 곳. 그래서 슈이치는 그 것을 별장에 사다놓고, 종종 들어가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 신기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겁이 많은 나같은 사람들은 5분도 아마 무서워 할 것 같다. 그런 것도 어느정도 모험을 즐기고 겁이 없는 사람, 뭐 살인에 대한 계획정도는 세울 수 있는 조금은 무서운 사람들이 잘 할수 있을 것만 같다(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이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연매출이 100억엔이 넘는 쥬얼리업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마음을 쉬고 충전하는 곳이 고작 용액이 들어간 고치안이라는 것이 씁쓸하다. 가족옆에서 혹은 친구옆에서 마음을 쉬지 못하고 그런 캡슐안에서 마음을 다스렸기 때문에 슈이치가 정상적으로 살았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죽었지만 진심으로 오래도록 그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참 서글프다. 어쩌면 그 슈이치는 정말 남부럽지 않게 물질적인 것들을 가지고 누렸지만 정작 그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들은 제대로 하나도, 아니 한순간도 그의 것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자꾸 슬프다. 그가 누구보다 외롭고 쓸쓸하게 살았을 뿐아니라 죽어서도 그만큼 외롭고 쓸쓸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 코쿠닝이란 영어로 '고치 짓기'란 뜻이죠. 여기서 고치란 가정을 말하는데, 누에가 열심히 고치를 만드는 것처럼 자신을 다정하게 보호해 줄 가정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이 코쿠닝 현상입니다. 가정으로의 회귀,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는 대상에 둘러쌓이고 싶다는 태도죠."

                                                                                            - p.179 장례식을 마치고 중

 

 

누구에게든 사랑은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된다. 사랑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도 하고, 누구보다 불행하게 살아가기도 하며, 얼마 남지 않는 삶을 사랑이라는 기적으로 더 오래동안 살아내기도 하며, 아직 한참이나 남은 삶을 스스로 끊어내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인생의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사건으로 사랑을 겪기도 한다. 슈이치의 삶 또한 근본적인 외로움이외에도 그런 외로움을 치유받고자 했던 자신의 사랑때문에 삶이 정해진 것이다. 올곳고 바르게 보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사랑을 매도하고 나쁘게 볼 자격같은 것이 나에게 주어져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누가봐도 뭔가 비뚤어진 사랑 같다면야 올바름을 찾아가려고 노력이라도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혼자의 감정을 때보다 서로의 감정일 때 좋은 일이 좋은 시너지가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달리의 생애를 돌이켜 보면, 누군가를 격렬하게 사랑하는 행위는 무척 서글픈 것이란 생각도 든다. 달리는 아무리 찬미해도 부족한 여성을 반려자로 삼아 20세기를 살았던 예술가 중 제일가는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의 만년은 꽤 서글펐다. 1982년 갈라를 먼저 떠나보내고 달리는 정신적으로 죽어 버린다."

                                                                                               -p.197 혼잡 속의 사냥개

 

 

누군가를 격렬하게 사랑하는 행위라는 것은 좋은 걸까? 사실 나도 그닥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격렬하게 사랑하고 누구보다 영화처럼 떠들썩하게 사랑을 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부러움을 줄 수 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지는 사랑이 좋다. 빨리 뜨거워질수록 빨리 식는다는 것이 언제 어디서든 맞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격렬하게 모두가 다 알정도로 사랑을 하면 할수록 불행해지고 오해가 쌓이는 건 당사자인 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왕좌를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택하는 사랑도, 평범한 사람들은 일생에 한번도 해보지 못하는 뜨거운 사랑도 미지근한 사랑보다 사랑이 아픔이 될 때 훨씬 더 격렬한 아픔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건 소설속, 영화속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그런 아픔을 아픔으로 그냥 남아버리지만 소설속, 영화속 그런 사랑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을 지나 다시 그들이 누구보다 행복한 결말을 맞게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해피엔딩, 행복한 것이 되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말이다.

 

달리의 고치가 뭐 무지 사건을 꼬아놓고 풀수있으면 풀어봐라 식의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용의자를 쫓아가는 전개가 생각보다 깔끔했다. 한명한명 아주 신중하게 파해치고, 종국에는 범인을 발견해낸 것이 재미있었다.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추리소설, 일본소설을 읽는 스킬을 점점 늘어나는 것만 같다. 그나마 좋은 책들을 선정해서 보내주셔서인지 나름 입맛에 맞게 잘 읽고 있다.

 

살인사건은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 잘못한 일이지만 많은 살인사건들은 주변의 관심, 외로움을 느끼는 외톨이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죽은후에 애도와 살인자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지말고, 그 전에 그만큼 뜨거운 마으으로 한번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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