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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옛날엔 아무나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공부를 업으로 삼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선비와 양반자제들에게만 책은 허용되었었고, 왕만 읽을 수 있는 책이 따로 있었으며 여자들에게는 소학, 열녀문정도를 넘어선 높은 소양을 필요로하는 학문적인 책의 독서를 금해왔다고 한다. 그건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영주들이나 귀족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급이 따로 있었고, 여자들이나 하층민들은 책을 함부로 읽을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책을 감춰서 몰래몰래 봐야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무조건 지식이 많은 똑똑한 사람으로 칭하고 있다. 한달에 혹은 일년에 몇권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그사람의 교양의 척도, 지식의 척도가 암묵적으로 정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활자 잔혹극]이라는 책은 문맹의 무서움과 그것이 사회에 주는 병적인 문제를 말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에만 빠져사는 사람 또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까막눈을 가진 유니스 파치먼과 밥상에서도 책에 집착하고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 조지 커버데일가. 그 중에서도 특히 가족들과의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보다는 독서를 하는 혼자만의 시간에만 빠져사는 자일즈 몬트를 보여주면서 그 두가지 모두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문맹'과 '독서광' 그들은 문자해독에 대해서는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같은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는 점에서 그리 다른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여파로 그녀의 무능력은 한 가족과 몇 안 되는 마을 주민에게는 물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스로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

                                                                                                             -chapter 1 p.5

 

 

유니스 파치먼은 글을 모른다. 읽을줄도 쓸줄도 모르기 때문에 눈치를 봐가며 어느정도 맟추며 생활을 했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글을 읽고 쓰는건 아버지의 몫이었기 때문에 배울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혼자가 되고 나서는 나이가 많은데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들여 글을 배울 용기가 없어 그냥 살아왔었다. 주변에 그녀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소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정부로 커버데일가로 왔는데 커버데일가의 사람들은 집안 온곳이 모두 책으로 둘러쌓여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면에서 그들은 서로 전혀 맞지않는 옷을 입고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비극은 어쩌면 처음부터 예고된 것인지도 몰랐다. 처음부터 조지의 아내 재클린이 원한 그들의 가정부는 책을 어느정도 읽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니스 파치먼은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멀리하고 누군가 그녀를 무시하는 의미로 얘기하지 않아도 앞서서 그렇게 생각하며 적대적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것 같다. 그녀가 글을 모르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을 몰라도 사람들과 잘지내며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글 속의 유니스 파치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떡해서든 글에서는 멀어지려고 했으며, 사람들에게서도 격리되어 그녀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좀 더 깊게 관여하고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는 것을 누구라도 원치 않았다. 커버데일 가족들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녀가 글을 모른다고해서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그녀를 해고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괜한 열등감에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그녀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게 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누설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모두 떠벌리고 다닐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글을 모르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무시를 받아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축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온 나라에 알리게 되며 살인까지 저지른 범죄자가 되는 것. 그녀가 조금이라도 글을 배울 생각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했으면 어떠했을까. 왜 그렇게 자신만의 동굴로 더 깊이 숨어들어가게 되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 조지는 커버데일 통조림 회사로, 자일즈는 마그누스 와이든 재단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조지는 자일즈에게 게속해서 대화를 시도해 보겠노라 다짐했던 터라 바람이 심하다는 얘기를 건네 보았지만, 자동차에 타고 있는 그들 위로 침묵이 내려앉을 뿐이었다. 자일즈는 "음" 소리만 내고는 언제나 그렇듯 책을 펼쳐 들었다. "

                                                                                                            -chapter 2 p.11

 

 

나도 가끔 생각이 많아지고, 뭔가 머리가 복잡해지면 하루종일 침대위에서 주구창창 책만 읽는다. 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고 있으면 책에 집중이 되기 때문에 어느순간 고민들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가끔 책을 도피처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일즈에게도 책은 그런 용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의 개가로 새아버지와 형제들이 생긴 자일즈에게 가족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 갈 수 없는 그들끼리 끈끈한 가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머니인 재클린은 조지와 마냥 좋기 때문에 아들의 그런 모습을 그냥 책을 좋아하는 모습이라고만 생각하지만 너무 광적으로 읽기만하는 자일즈를 봤을 때, 인지를 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책에 빠져들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 그것 또한 큰 문제이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을 자신의 기준에서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유니스 파치먼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책으로 부터 멀어지고 많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넘치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결코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듣는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일까 생각하보면 아마도 이런 경우 또한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건 물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넘치면 자일즈같은 모두를 한심한 사람으로 보고 함께 어울릴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아예 글을 몰라 책을 읽을 수가 없다면 그것 또한 사람들과 벽이 생기기 때문에 좋을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도 정도, 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글이라는 건 어떤 걸 읽어도 느낀바가 생기고 생각해보게 하는 문제를 주기 때문에 책의 종류에는 저급함과 고급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양에는 나쁨과 좋음이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우월감도 책을 못읽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끼지 않으려면 항상 나도 정도를 지키는 책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에 빠져사는 삶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사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야겠다는 생각 또한 덧붙이고 싶다.

 

 

"유니스는 숨 쉬는 돌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chapter20 p.206

 

 

숨 쉬는 돌. 이말이 나는 너무 무섭고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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