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심리학 - 뇌가 섹시해지는
앤 루니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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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 있는 걸까?



잘못 알고 있는 통념으로 우리의 뇌가 실제 사용되는 게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수정이 필요한 말인데, 좌우 두 개 반구의 모든 영역은 저마다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뇌의 전부를 사용한다고 한다.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거의 모든 기능이 뇌의 양 반구에 동일하게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능에 따라 한쪽이 더 활발해질 뿐, 좌뇌형 인간은 논리적이고 우뇌형 인간은 창조적이라는 공식 또한 성립하기에 논리적 기반이 취약하다 볼 수 있겠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특정 반구가 일을 하는데 있어 개인 간의 편차가 있을 뿐인 것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인체는 기계적인 법칙을 따르고,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남겼지만, '정신'이 어떻게 육체에 깃드는가에 대한 질문은 해결할 수 없었다.

 

고로,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마음속, 자신의 정체성인 '나'를 찾고, 마음 혹은 정신은 바로 '뇌'속에 존재하거나 뇌에 의해 창조된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를 통해 말했듯이 마음이란, 신이 우리에게 불어넣은 혼백이나 영혼인 것일까? 혹은 우주적 의식의 작은 판박이일까?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깊어져가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마음이 존재하는 곳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마음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다. 신비의 역역인 '뇌'만큼이나 마음은 미지의 세계와 같다.


『15분 심리학』은 프롤로그를 통해 마음이 있는 곳, 그리고 심리학의 접근 방식과 주요 화두에 대한 언급을 하며 시작한다. 마음, 생활, 원인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좀더 세밀하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파트 별 질문에 해당하는 핵심 주제를 연구한 심리학자, 그의 실험 사례를 통해 얻어진 결론을 통해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잘못 알고 있었거나,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설명 또한 깨알 팁으로 제공되니, 읽는 이로 하여금 소소한 재미를 얻게 해준다.

 

 


*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상 : 장난기 많고 생기 넘치며 희망적인 형상화다. 창조성을 기르기 좋은 유형

* 죄책감과 불쾌한 기분이 드는 공상 : 불안과 공포가 포함되며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것은 영웅적 행위, 실패, 공격, 야망 등의 이미지를 낳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된 트라우마의 강박적인 반복 체험 포함

* 빈약한 주의 제어 능력 : 특징으로 불안을 들 수 있다.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주위가 산만한 공상의 유형
( p 113 / 심리학자 제롬 싱어, 공상의 세 종류)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은 전전두피질의 손상이나 저활동성과 연관있다. 뇌의 이 영역은 계획을 세우거나 충동을 조절하거나 뇌의 다른 부분들로부터 전달되는 방해자극을 걸러낼 때 중요한 역할은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전두피질이 손상되거나 저활동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핑계를 쉽게 할 수 없다.
(…)
우리는 대부분 게으르고 의지력이 부족하고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일을 뒤로 미룬다. 이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뿐이다.
(p 296)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다‘라는 의미처럼 간단하고 쉬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걱정하고, 적응해야 하는 문제나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잉하는 문제로 너무 속을 태운다. 이 같은 소속감은 매슬로가 하나의 욕구로 인정했던 것이다.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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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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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에서 마주하는 인물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겨졌을까, 라는 질문도 던져보게 되는 책,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다양한 이야기와 그 흡입력이 남다르다! 단숨에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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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5법 쟁점 해설


 http://nodong.org/704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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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1호 - 창간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 / 엘릭시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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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분야 전문 잡지가 나온건 정말 반갑고 환영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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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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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적 삶을 살다간 그처럼 우리 역시 몸을 부대끼며 살아내야 한다. 이에 그의 일기는 지금 이 세계와 삶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공해준다. 때문에 모든 이들의 생의 화창한 날들 속에 놓여질만 한 것이다. 
그가 품었던 생각들은 어쩌면 우리의 내면 속에서도 언제든지 발견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남의 삶을 기록하는 삶을 살았던 그이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자 했다는 것과 더불어, 던져야 할 물음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인 것이다.
 


**






# '내(우리)' 안의 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 만남, 아버지에 대한 분노, 자기 혐오



임순관은 도서출판 《시민들》에서 일하는 대필작가이다. 그는 결핍된 삶의 부분부분을 메꿔보려,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홍사장의 제안으로 사형수 손철희와 여사라 불리우는 정체모를 여인인 민초희를 만나며, 그의 인생에도 뜻밖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타고 있는 것은 세월이다. 세월은 나의 의지를 묻는 일없이 정해진 길을 간다. 모든 것이 잠들어도 시간은 잠들지 않는다. 흐름이 시간의 본질이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어제는 오늘 속으로 들어와 살고, 오늘은 내일 속으로 들어가 섞인다. / 25쪽
그는 대필작가로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개개인의 삶은 고유성이 부재되어 있으며,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살아가기에 특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견도 평범함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두 인물을 만나며 균열이 생기게 된다. 

사람들이 하지 못한 쥐떼 사냥을 대신 했다는 손철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민초희.
임순관은 특히 민초희를 만나고 온 날, 본능과 쾌감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며 자신을 더욱더 혐오하기 이른다.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 한 경전의 주인공이 한 말, 안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다 더럽다. 왜냐하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더럽기 때문이다.  / 84쪽
그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에게조차 살갑지 못한 사람이다. 관계에서 오는 온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 없는, 그가 제대로 자신을 판단했듯이 결핍된 인간이다. 친하게 지내는 주변인물이나 친구 하나 없는 것이다. 이런 그가 자신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깊어졌을 때, 불시에 닥치는 이웃들의 방문은 당연히 반갑지가 않다.

그들은 힘으로 그를 억압하고 제어하려고 하나, 그의 방어기재로써 폭력성이 표출되고 만다. 그리고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이, 이웃들은 그에 대한 생각들을 하나씩 고발하듯 이른다. 

그로 인해 민초희와의 계약사항을 어기게 되는데, 다소 삐딱한 태도로 임하던 그는 한순간에 비굴해지며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까지 한다. 수치를 대가로 한 유혹을 건네는 민초희에 굴복한 임순관은 마치 군주와 시종의 관계의 속하게 된 것을 감격스러워 하며, 정복당한 자로서 느끼는 욕구를 탐닉하기 이른다.

홍의 사무실에서 그의 처제에게 느꼈던 파괴적 욕구, 폭력성과 쾌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환상을 그려내는 게 그 안에 퍼져 있는 '독'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욕망은 곧 독이라는 형태로 퍼져 나가고, 가시가 일어난 듯한 가슴을 찌르는 고통을 주는 것이다.

내 안에 토해져 나온 독으로 인해, 숨을 내쉬는 순간 바깥으로 빠져나와 대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내부는 독을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이고, 이 세상은 그 독이 유통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 168쪽
그렇다면 그의 자신에 향한 자기 혐오와 자기 부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는 손철화에게 희미한 연대감을 느끼는 배경에서 짐작해본대, 아버지에 대한 격렬한 증오가 가장 크게 작용된 게 아닐까 싶다. 

인간답지 않다는 게 무엇을 뜻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설명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 대신 나에게는 실물로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 존재 자체로 드러내는 비존재. 일종의 짐승스러움과 사물감. 그 광포함과 역겨움─나의 아버지 / 110쪽
단 사회적 법망을 피해 이익을 취하거나, 불손한 인물들, 악덕 업주와 비리 목사 등과 같은 인물 군상들을 '쥐떼'라고 칭하는 손철희. 그는 이 쥐떼 사냥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의 마지막 살인은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다. 이런 그에게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는 동질감마저 느끼는 이유는 그 역시 그와 같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련하게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누나와 달리, 혐오에 혐오를 더하는 아버지를 향한 그의 감정을 허물어질 수 없는 견고한 벽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노름꾼이었던 아버지는 노환과 더욱더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두 남매 앞에 나타나게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자신의 존재조차 부정하고 싶어하는 임순관, 당연히 그 씨앗을 제공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하고 그저 '놓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을 지시하지는 않는다. 그 두 개의 단어는 형제이지만, 그래서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른 형제이다.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각의 대상이 된다는 것 ~ 그것들은 거기에, 또는 저기에 '놓여 있고', 배치되어 있다. 
무언가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 있지 않고 그냥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에 혐오가 있다는 뜻이다. 
/ 145 -146쪽





# 이단자로서의 삶

  - 신천지설계협의회와 화살, 재탄생




임순관이라는 인물 자체가 세상으로부터 단단히 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성향 자체가 그러하거니와 자신만의 세계 안에 자신만의 신념과 논리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굳이 다수에 속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되레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동류가 아니라는 것, 이단자라는 것, 같은 울타리 안에서 있지 않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다. / 135쪽
계기는 사소하였으나, 과정과 결론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치열하게도 진행된다. 

여기서 임순관의 주장과 논리는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에 침입했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먼저 행해진 잘못이 있었기에 자신이 행사한 폭력으로 인한 잘못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다수의 논리에 따른 민주주의의 허물에 대해 소외된 인물, 자폐적인 성향의 혼자만의 세계를 가진 인물 또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그러한 신념을 더욱더 지키려한다. 

이웃들의 배척은 거세지고, 회의에서 도출된 결과로 집주인마저 집을 비워달라고 이르게 된다. 각자가 강경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단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전달된 우편물에는 화살 관련 살인사건 기사 2장과 관련 그림 1장이 들어 있었다. 우편물을 발송한 곳은 '신천지설계협의회'.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결사단과 같은 조직이 그에게 또다른 무언가를 보내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그에게 생각치도 못한 조직의 초대장에 날아온 것이다.

상자에 담겨 있는 것은 화살 세 개. 지금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는, 마치 범죄자들을 대신 심판하고 처벌하고 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그 사건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화살. 그 화살이 임순관에게 배달된 것이다. 
한 통의 전화를 통해 자신 안의 목소리를 찾아 귀기울여 보는 그는 손철희 죽음을 신호탄으로 인식한 듯, 실제로 행동하게 된다.

첫 번째 타깃에 대한 실행은 의도치 않게 미수로 그치게 되고, 다음으로 그가 향한 방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르겠다. 자신에 삶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태어난 듯, 자신 안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행하려 한다. 

그는 내가 아니지만 내 안에 있다. 그런데 나는, 내 안에 있는 것을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내 안에 있는 것은, 내가 아니면서도, 실은 내 밖에 있는 어떤 것보다 더욱 나이다.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더욱 나이다. / 296쪽
책에서 인용된 욥기서의 구절의 일부가 있다. 의인이었던 욥은 시련을 당하자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기가 태어난 날을 저주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혐오로 일관된 태도를 취하던 임순관은, 자신 안의 또다른 '나'의 탄생으로 인해 새롭게 변화하게 된다. 여기서 임순관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화살은 정신적 충격을 주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이 거대한 상징을 세상에 복판에 꽂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면을 앓고 있는 임순관의 세계는 늘 꿈과 현실이 혼동되며, 두 세계는 서로 모호하게 섞여 들어간다. 

꿈이든 현실이든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꿈같은 현실도 있고, 현실 같은 꿈도 있는 법이다. 꿈이든 현실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용력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꿈도 수용하면 현실이고, 현실도 수용하지 않으면 꿈이나 마찬가지이다. / 277-278쪽




# 진실은 은밀한 것




민초희의 호출을 받고 간 똑같은 배경의 다른 공간(유리와 거울의 관계)에서 은밀함을 속성으로 한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바로 유명 인사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구멍을 저당 잡아, 그들의 생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 지금껏 이러한 욕망에서 그녀의 부가 발생됐던 것이다.

" ~ 이곳이 아주 은밀하고 세상의 눈으로부터 단절된 안정된 공간이라는 믿음이 저들로 하여금 가면을 벗게 한 거죠. 가면을 벗으면 민얼굴이 나오지요. 여러 개의 가면을 벗어야 민얼굴이 나오는 사람도 있긴 해요. 너나 할 것 없이 민얼굴은 혐오스럽지요.~ 우리는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만 비난해요. 잘 봐요. 똑바로 잘 보라고요. 그렇게 해서 나타는 민얼굴이 저거에요. 저것이 본색이에요. 본색은 혐오스럽고 치욕이고, 슬픈 거에요." / 265쪽
민초희는 은밀한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약점을 얻는다. 이를 기록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말한대로 특별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혐오스럽고 치욕적이고 슬픈 본색이 과연 가면을 쓴 자들에게만 해당된 것일까.

이를 기록하길 바라는 그녀의 욕망 앞에서 임순관은 갑자기 거세진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쓰러지게 된다. 그녀가 가진 '독'앞에서 그가 가진 '독'이 반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맹인은 밝음을 잃은 사람일 뿐, 어둠까지 잃은 사람은 아니다. 세상의 물상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들은 그것에 대해 느끼고 수용하고 응답하는 사람의 환경에 따라 검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다. 둥글기도 하고 뾰족하기도 하다. 사람의 눈빛에 따라 제각각의 모양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그것이 세상이다. / 201쪽
이처럼 같은 세상 속에서 살고,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보는 것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보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은 모두 주관적이다. 

우리 모두, 내부에 잠재된 '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간에 등장한 손철희의 인터뷰 중에서, 생각만 하는 것과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차이에 대한 질문에, 손철희는 '독'을 '독'으로 다스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듯 답을 한다. 

우리 모두 바라보는 것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진실은 은밀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때론 다수에 의해 이단자의 삶을 살기도 하고, 이를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자기혐오와 자기부정에 잠식당하는 순간도 온다. 그리하여 우리 안의 독은 실행하는 자들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일까? 그들을 구원자라 불러야 맞는 것일까? 흉측한 민얼굴을 감추려 몇 개의 가면을 더 써야 완벽히 가릴 수 있는 것일까.

그저 '놓여진', 존재하는 삶과, 살아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살고 있다.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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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위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공범이다. 나는 죽일 만한 사람만 죽였다. 그 점은 당신들도 동의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그들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들의 생각을 실천했다. 그들이 생각이 없다면 나의 행동도 없었을 것이다. " / 306쪽
 





(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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