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1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하비에르 시에라의 <최후의 만찬 1, 2>는, 그림이 그려질 당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과 함께 찬사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한 팩션(faction = fact + fiction,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의 문학작품)이다.

복원인가 훼손인가

22년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1999년 5월 28일 '최후의 만찬'이 드디어 다시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을 때, 전세계 미술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논란이 팽팽했다.
"그림을 구제했다. 제대로 된 복원이다."
"그림을 망쳐 놓았다. 훼손이다."

당시 벽화에는 프레스코화가 일반적이었는데, 그 기법의 단점이라면 벽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섬세한 빛과 그림자를 그려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하여 레오나르도는 석고에 수지성 용해제를 첨가한 바탕과 템페라와 유채물감을 섞은 재료로 5년간에 걸쳐 이 '최후의 만찬'을 그렸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석고의 수분이 재료의 기름에 반응하여 곰팡이가 발생했다. 결국 완성 20년 후부터 손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더니, 50년 후에는 '얼룩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500년이나 지나 22년간의 복구 작업 끝에 1999년 5월 28일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감동과는 달리 전세계 미술계는 복원과 훼손 논쟁으로 떠들썩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3년간의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세상에 선보인 <최후의 만찬>은 35개국에 수출되어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작가를 일약 팩션의 대부로 만들어 버린 작품이다. 작가는 말한다.
"80%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20%는 허구다. 그림의 배경 밀라노를 수없이 오고 가며 작품을 완성했다."
80%의 역사를 가지고 20%의 허구로 만들어낸 요리, 그 맛은 어떤 맛일까?

주인공이 되어 함께 풀어 보는 비밀코드

<최후의 만찬>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교황청에 '아고레로'라는 인물로부터 투서가 날아든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위대한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교도의 우두머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밀라노 공작의 후원으로 대성당에 그리는 그림에 이교도적인 요소와, 그들만의 암호를 가득 그려 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최후의 만찬' 그림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에 자신을 그려 넣어 예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레오나르도는 교황을 정말로 배반한 것일까?

▲ 푸른책과 암호
ⓒ2005 노마드북스
밀라노로 파견된 레이레 신부는 암호를 풀어 나가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이교도들을 추적해 나간다. 말하자면 소설의 내용은 '최후의 만찬'에 이교도 레오나르도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려 넣었다는 비밀스런 음모를 종교 재판관이자 암호해독가인 레이레 신부가 풀어가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타로카드에 새겨진 푸른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푸른 책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든 '푸른 책'을 찾아 레오나르도가 이교도의 우두머리라는 걸 밝혀내야만 한다. 하나하나 살해되는 사람들. 살인범은 누구일까? 아고레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수많은 의문과 팽팽한 긴장 속에서 결국 레이레 신부는 레오나르도가 그림에 숨겨둔 이교도적인 암호들을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책을 읽다보면 간혹 작품속의 주인공이나 한 사람인양 착각하며 빠져들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랬다. 사람들의 몸짓과 은밀한 눈짓까지 느껴져서 주인공인양 착각하며 나도 모르게 비밀코드를 찾아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읽어 나가는 동안 레이레 신부보다 내가 먼저 그 비밀을 캐내고 싶은 어이없는 착각까지 할 만큼 빠져 들었다고 할까. 정신없이 빠져 들며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던 착각은 이랬다.

▲ 주세페 보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초상', 1516년경, 레오나르도가 그린 자화상? 진실은?
ⓒ2005 노마드북스
"레이레 신부가 암호를 해독하여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종교재판에 회부하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내어 부패한 교황청을 세상에 먼저 알려야 한다. 앗~! 레오나르도… 알렉산드로 수사처럼 은밀히 살해당할지도 몰라. 많은 추종자들을 위하여 어서 피해요."

그리하여 레이레 신부가 그림을 들여다보며 의문을 던질 때 나도 다시 책 속의 그림일망정 무언가를 찾아내려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과 <다 빈치 코드>의 중간

이 작품의 무엇이 착각까지 하며 빠져 들게 했을까? 소설 두 권을 읽는 내내 밀라노에서의 즐거운 탐험이었다. 아쉽다면, 불쑥불쑥 보고 확인하고 싶던, 르네상스 부흥기의 위대한 걸작인 실제의 '최후의 만찬'(1494~1498,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 세로 9.1미터, 가로 4.2미터)을 지금 당장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에 <장미의 이름>을 읽으며 팽팽하게 긴장하고 느꼈던 그런 쾌감이랄까. 오랜만에 맛보는 충족된 지적 스릴이랄까. 이런 나의 느낌을 굳이 비교하자면 <장미의 이름>과 최근 열광을 불러 일으켰던 <다 빈치 코드>와 그 중간이라면 좋겠다. 다만 <장미의 이름>이 다소 어려웠다면 이 작품은 비밀코드를 뒤따라가며 술술 읽어졌다. 또한 <다 빈치 코드>에서 예수의 결혼설을 바탕으로 최후의 만찬 일부분을 거론했다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둘러싸고 있다.

현학적인 호기심인가, 지적 충족까지 겸한 자연스런 호기심인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가는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모두 다를 것이다. 이 소설은 또한 당시 중세사회와 교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다른 많은 작품들의 탄생배경에 대한 정보도 제공함으로써 지적 충족까지 얻을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재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고 할까.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이 종교화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듯, 소설 <최후의 만찬> 역시 종교를 떠나 걸작으로서 누구나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만족할 것이다. 80%의 진실을 20%의 허구가 얼마나 맛있게 요리해주는지는 읽는 사람마다 그 맛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마다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이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일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작가의 음모에 걸려든 줄도 모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걸려들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신없이 읽었다. 팩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하비에라 시에라는 낯설었다. 그러나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며, 또 다른 누군가가 동일 소재 '최후의 만찬'으로 새로운 비밀코드를 우리 앞에 내보인다면 주저없이 읽어 보고 싶다.

세계의 미술계가 '최후의 만찬'을 둘러싸고 논쟁을 되풀이하듯, 하비에르 시에라의 작품에 쏟아지는 세계 35개국의 관심과 찬사가 절대로 아깝지 않다는 그런 감동이었다.

'최후의 만찬' 속에 숨은 일곱 가지 비밀을 캐라!

▲ 이 작품은 '최후의 만찬'을 집중 탐색한다. 최후의 만찬속에서 7개의 비밀스럼 음모의 코드를 밝혀내라.
ⓒ2005 노마드북스
레이레 신부는 드디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밀을 캐냈다. 레오나르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시 보는 '최후의 만찬'… 레이레 신부가 경악할 만하다. 다음은 작품 속에서 제기되는 일곱 가지 비밀.

1. 식탁 끝의 매듭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매듭의 진실은? 2. 단도는 누가 쥐고 있는가? 베드로의 손인가? 아니면 익명의 손인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과연 무슨 의도로 단도를 든 베드로를 그렸는가. 3. 예수의 오른쪽 여인은 요한이 아닌 마리아 막달레나인가? 예수 오른쪽에 그려진 사람은 요한인가? 여인인가? 4. 후광은 왜 없는가? 미술 역사상 처음으로 예수와 12제자 머리 위에 후광을 그리지 않은 레오나르도는 정말 이교도? 5. 유월절 새끼 양은 어디 있는가? 유월절 만찬의 상징인 새끼양도 없고 약간의 음식들은 '카타르파'에서 허용한 것들뿐이다. 왜? 6. 사라진 성배는?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상징인 성배를 레오나르도는 왜 생략했을까? 7. 레오나르도는 왜 예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가? 오른쪽에서 두번째 유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신? 그런데 왜 예수에게 등을 돌린 채 수근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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