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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교수의 민화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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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책 글머리에 이런 말을 했다. "현대는 대중문화의 시대다. 팝 아티스트가 팝 아티스트가 세계를 이끌고 있고, 대중가수가 되기 위해 젊은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고급문화가 대중문화로부터 역차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라고.   하지만 이런 때는 이 시대에 처음 있어 왔던 건 아니다. 이미 19세기 무렵부터 있어 왔다. 저자는 그것의 답을 민화에서 찾고 있다.
민화는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근대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한다. 그 민화를 그리는 사람을 서민화가라고 하는데, 짐작하듯 서민화가는 어떤 권위에 구애 받지 않고 어떤 규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전통으로 굳어진 관습을 넘나들며, 그 형식을 재구성해 왔다고 한다. 고로 민화는 자유고, 흥취며, 풍자며 해학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익살스런 김홍도의 <서당> 그림도 민화다.  그밖에  신윤복을 비롯한 풍속화가들의 작품이 민화에 속한다.  

이책은 민화에 대한 책인만큼 그림을 많이 수록해 놓고 있는데, 민화라고 해도 작가들마다 그 필치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고급스럽진 않고, 약간은 조악한듯도 하다. 그래서 어찌보면 뭔가를 베끼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주류에서 비껴 나갔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래서 친근감 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고급문화를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모든 서민화가들이 그런 필치의 그림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떤 건 나름 정교하면서도 강렬하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의 붉은색 바탕에 하얀호랑이의 그림이 그것인데(209~210p),  이름하여 <사람은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귀한 사람으로 되어 가는 것이다>란 작품이다. 이것은 현존하고 있는 민화를 그리는 서공임의 작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현대 작가고 그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이 풍부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제목이 그래서 그런가? 무언가를 강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 볼 지경이었다.
하지만 소개해 놓은 작품들은 대체로 익살스럽다. 호랑이를 주제로한 그림들을 보면서, 세상에 호랑이를 이만큼 익살스럽게 그릴 수 있는 민족도 드물거란 생각이 든다. 용을 좋아했던 우리나라 옛 사람들의 심성이 고스란히 작품속에 베어나오기도 한다. 질펀하고 에로틱한 작품도 작품도 있다. 이것 역시 우리나라를 따라 올 작가들이 있을까 싶다. 또한 시대를 거스를 수 없어서일까? 불교적 농도도 때로 짙어 보인다.   

민화라고 하여 반드시 일상생활과 밀접했던 것마는 아니다. 반상의 구별없이 학문을 숭상했던 우리나라는 민화에도 그것들이 나타나 다양한 책거리 그림이 나타나고 있었다. 책거리는 일종의 책과 관련된 정물을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책이 가지런히 꽂힌 서가를 병풍으로 만들어 방의 분위기를 더하니 나름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뿌리 깊은 나무>의 드라마에 세종(한석규 분)이 사람들과 만나고 업무를 보는 방에 놓인 병풍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 여타의 조선을 배경으로한 드라마엔 나오지 않았던 소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보면서 이 드라마 새삼 제대로 만드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또한 이 책거리에도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후기작품도 있으니, 하여간 우리나라는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속으로 킥킥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좋은 구경 뒤에도 나름 아쉬움은 남는다. 이렇게 우리나라 민화와 작품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가 있어서 좋긴하지만, 이런 건 작품 중심이 아닌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중심으로 꾸며졌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어차피 우리는 조선 시대를 살지 않았으니 오래된 것은 다 귀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류의 것이든 비주류의 것이든 말이다. 당시의 주류를 이루었던 화단은 무엇이며 그 가운데 민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안다면 좋지 않았을까? 작품마다 작가가 누군지,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작품이 무엇인지를 알았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긴, 저자도 한계였는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몇몇의 조선시대 화가를 제외해 놓고는 나머지 작품엔 누구의 작품이라고 밝혀 놓지도 못했다. 그만큼 당시의 무명화가들은 그야말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저 좋을대로 작품활동을 했을 것이다. 그저 쌀 한 됫박, 막걸리 한 병 값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주류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은 잡스럽다고 폄훼도 했겠지. 그러나 당시에 귀한 대접을 받았 건, 천한 대접을 받았 건 세월 지나면 잡스러운 것도 귀한 대접을 받을 때가 온다. 내가 오늘 본 그림이 세월지나 어떤 대접을 받을지 좀 더 깊은 안목으로 봐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그림 보는 안목도 끊임없이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미술에 관련된 책을 그리 많이 봐온 건 아니지만, 봐온 것들고 차별성이 없어 조금은 아쉽다. 어디선가 본듯한 구성이 아쉬운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그림을 보는 건 언제나 친근하고 반갑다. 한번쯤 봐 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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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가도 같은 그림은
그림 그리던 '급/신분 낮은 사람'들이
양반 앞에서
양반이 시키는 대로 그려야 해서
나온 그림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 그리던 사람이라면
굳이 책가도 같은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오늘날보다 훨씬 아름다웠을
자연에서 '나와 같은 급/신분인 농사꾼과 고기잡이'들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민화와 얽힌 글은
아직까지 '조자용'이라는 분이 쓴 글을
넘어서지 못하는구나 싶어요.

나중에 한 번 헌책방에서
조자용 님 옛 글을 찾아서 읽어 보셔요~

stella.K 2012-01-06 13:00   좋아요 0 | URL
조자용이라...그렇군요. 기회되면 한번 찾아보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