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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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 필자: 이레네 바예호
- 책제목:<<갈대 속의 영원>>
- 출판사: 반비
- 출판연도: 2023
- 개인평가:⭐️⭐️⭐️⭐️⭐️


˝인간이 창안한 다양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것은 책이다. 나머지는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의 확장이며,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 쟁기와 검은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사뭇 다르다.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


🚀 이 책을 3문장으로 요약하면…

1. 책을 사랑한 문학소녀가 고전문헌학을 공부해서 박사과정까지 진행한 후 쓴 책에 대한 헌정글을 모은 것 같은 책.

2. 책, 책의 물성, 도서관, 읽기, 쓰기, 사서, 서적상, 책 수집가, 이야기를 전승하는 여성 등 책을 둘러싼 모험을 다루었다.

3. 단순히 그리스와 로마의 문헌에서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관하여서는 중세나 현재의 문학을 인용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Quote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엄청난 진보였다. 수 세기에 걸쳐 돌과 흙과나무와 금속을 이용해 쓰여오던 언어가 마침내 제대로 된 재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책은 언어가 수생식물의 줄기에 자리를 틀면서 탄생했다. 무겁고 경직된 과거의 재료에 비해 책은 처음부터 가볍고 유연하여 여행과 모험에도 적합했다. 펜과 잉크로 쓰인긴 텍스트를 품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장차 건설될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 도착할 책의 단면이었다.

책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은 사람은 데메트리오스였다. 그는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사서라는 업무를 창안했다. 그는 젊은시절에 지배자에 헌신하고 지적인 일을 할 준비가 된 사람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학파의 학생이었다가 10년 정도 정치에 몸담았다. 그는아테네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이 적용된 최초의 도서관, 즉 ‘독자‘라는별칭이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서관을 잘 알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200여 권의 연구서에서 세계의 구조를 발견하고 그 구조를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논리학, 윤리학, 미학, 수사학, 정치학, 형이상학으로 분리했다. 데메트리오스는 스승의 도서관과 분류 시스템 속에서책을 소유한다는 것이 외줄 타기라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즉 우주에흩어진 조각들을 모으고 총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혼돈에 맞서 조화로운 건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모래로 만든 조각품이라는 것, 그리고 망각에 맞서 우리가 지켜내고 있는 은신처이자 세상의 기억이며 시간의 해일에 맞선 장벽이라는 것을 말이다.

˝태블릿을 훔치거나 우격다짐으로 가져가거나 노예를 시켜 도둑질하는 자는 샤마쉬가 눈을 뽑고 나부와 니사바가 귀를 멀게 할 것이며나부가 육신을 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태블릿을 훼손하거나 물에 넣거나 볼 수 없게 지우는 자는 천상과 지상의 신들과 여신들의 무자비한 저주를 받을 것이며 이름과 가문이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고 육신은 개의 먹이가 될 것이다.˝

알파벳은 인터넷보다 더 혁명적인 기술이었다. 알파벳은 처음으로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확장된 공동의 기억(메모리)을 건설했다. 한 사람의 기억에 완전한 지식과 완전한 문학이 저장될 순 없지만, 책은 모든 이야기와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다.

˝책을 파는 건12온스 무게의 종이와 잉크와 풀을 파는 게 아니에요. 완전히 새로운삶을 파는 거지요. 사랑과 우정과 유머와 밤을 항해하는 선박들. 책에는 모든 게 있어요. 정말 좋은 책엔 천상과 지상이 있지요. 세상에나!내가 책이 아니라 빵이나 고기나 빗자루를 파는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이 몰려나와 내 물건을 사려고 했겠지요. 그런데 난 영원한 구원을가지고 여기 있는 겁니다. 나는 그대들의 여리고 슬픈 영혼을 구원하러 온 겁니다.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칼리마코스는 도서관 사서들의 아버지로 불린다. 역사상 처음으로 서지 분류 카드를 작성한 사람일 것이다. 그가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도서관의 비밀을 알아내어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선대의 작업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모든 책과 모든 작가를 담은 지도를 그려냄으로써 작품의 진위 문제를 해결했다. 또 그 정체를 밝혀야 할 제목 없는 두루마리도 발견했다. 같은 이름의 작가가 있을 때는두 사람을 구별하기 위한 조사를 했다. 때로는 원래의 이름과 별칭 사이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컨대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였다. 오늘날 우리는 별칭인 ‘플라톤을 쓰고 있는데, 그가 운동경기를 할 때 쓰던 이름으로 ‘넓은 등‘이라는 뜻이다. 플라톤은 모래판 위에서의 결투에서 기세등등했던 것이 틀림없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헤로도토스가 그리스인의 버전이 아니라 페르시아인과 페니키아인의 버전만 기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의역사는 타자의 관점, 적의 관점, 미지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탄생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당시에 두루마리의 발명은 큰 발전이었다. 두루마리는 어떤 선례도 없는 실용적 도서관과 마찬가지였다. 두루마리는 점토판보다 많은 글을 넣을 수 있었고 연기 신호나 비문보다 이동이쉬웠다.

1976년 보스니아 작가 이제트 사라일리치(Izet Sarajlić)은 2176년에 보내는 편지」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뭐라고? / 아직도 멘델스존의 노래를 들어? / 아직도 데이지를 고르니? / 아직도 어린이날을 축하해? / 도로명을 아직도 시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 / 2세기 전,1970년대엔 아이들의 놀이, 별 헤기, 로스토브 씨 집에서 춤추기가 사라지듯이 시의 시대가 저물 것이라고 했는데. / 나는 바보같이 그걸믿을 뻔했어!˝

책등이 지붕처럼 펼쳐지고, 책갈피가 없으면 쪽 모서리를 접어두고, 언어로 만든 석순처럼 세로로 쌓아두는 우리의 책은 약 2000년의역사를 지녔다. 책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는 익명의 발명품이다. 책은 수 세기에 걸쳐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책은 아주 힘든여정을 거쳐 간명한 해결책에 도달했다.

고전은 밖에서 들리는 소음이나 대기처럼 늘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고전은 우리가 만든 집단적 도서관의 일부이다. 좌표를 알아야만 그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지적처럼 고전은 우리가 주워들어서 말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독서를 해보면 훨씬 새롭고 예상치 못한 내용이 실린 책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전은 제 말을 끝내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감동받고 깨우침을 얻을 때에야 비로소 그 말이 끝난다.

🧠개인적 견해

갈대는 파피루스를 만드는 재료이며, 파피루스는 영원히 이어지는 책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열혈 독자나 책 덕후가 읽는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나갈 책이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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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의 이해 - 만화로 보는 《영속패전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이와타 야스테루 그림, 박우현 옮김, 이서현 / 이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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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라이 사토시의 원작인 <<영속패전론>>을 만화로 만든 요약본이다.
일본의 대학생 커플과 교수, 카페 사장이 등장하여, 원작을 중심으로한 내용을 설명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스스로 일으키고 패전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1945년 8월 15일이 패전한 날이지만 ‘종전일‘이라는 말로 모호하게 넘어간다. 독일이 자국 내 한 가운데 소련 전쟁기념비를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패전‘을 ‘종전‘으로 바꿔치기 해서 패전의 책임을 교묘하게 사라지게 한다.
정치적 목적을 담아 야스쿠니 신사에서 전쟁 피해자, 가해자를 모두 엮어서 참배하는 것도 그렇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태평양전쟁 후, 시작된 ‘냉전체제‘의 형성과 큰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영속패전 체제의 구도는 아래와 같다.

1. 패전의 결과, 친미 보수세력에 의해 대미종속이 이루어진다.

2. 친미 보수 세력은 전쟁의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 패전의 부인을 하게 된다. 전쟁은 ‘패배‘한 것이 아니라 ‘끝‘난 것이고 원폭과 공습을 자연재해처럼 인식하고, 더 나아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적인 입장을 취한다.

3. 국민들은 ‘패전‘이라는 역사인식이 없어져서, ‘패전‘을 깨닫지 못하기에 패전의 귀결인 ‘대미 종속‘ 또한 눈치채지 못한다.

4. 그래서, 대미 종속은 계속된다.

📚심플하게 말하면 영속패전론의 키워드는 ˝패전의 부인˝과 ˝대미종속˝이다. 그러면, 일본 전후시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흑막은 ‘미국‘이었음을 알게 된다. 국제관계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에서 기반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동아시아 정치사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됐다고 가정했을 때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부분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에서 독재체제가 한 참을 지속된 것은, 역시 냉전체제에 대응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 소련에서 시작된 고르바쵸프의 글라스노스트정책의 나비효과로 냉전체제가 완화되고, 한국에서도 독재의 시대가 저물고, 바야흐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최근 유출된 군사 정보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용산 대통령실을 계속 감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좋게좋게 넘어가는 분위기이지만,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중국러시아쪽으로편들자는말은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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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회사 체력단련실에서 PT를 받았다.
살쪘다고 덕담해주는 직원들은 항상 존재한다.
한 시간 정도 근육을 조여주고 나서 하는 시원한 샤워는 중독적이다.
내일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아직 자신이 없다.


저녁때는 동네에서 여행작가 안시내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사실 최초의 책은 오래전 읽었던 책이었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그 이후 작가는 계속 여행을 다니며 책을 내었다.
오늘 강연을 통해 제대로 들어보니, 좀 더 그 여행기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연을 좀 더 시원시원하게 잘하시더라.
인생 자체가 직구의 삶을 살고 있으신 듯.
지금의 꿈은 '다산'과 '동화작가'라고 한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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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형 인간 - 일, 생각, 미래를 기록하면 삶이 달라진다
이찬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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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독서, 기록을 중시한 이랜드 기업출신이시다. 기본적으로는 3p바인더 중심의 아날로그형 기록을 중심으로 하고, 일부 디지털 기록을 약간 추가했다. 내가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그 사이 엄청나게 변화했다. 기록하는 사람을 중요시하는데서 동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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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4일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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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4일



이 책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를 총으로 사살한 김재규에 대하여 쓴 팩션(faction)이다.
팩션은 알다시피 팩트와 픽선의 합성어로, 실화에 근거하여 저자가 쓴 허구적이야기다. 책의 서술시점은 김재규 입장이다.

책의 제목인 1980년 5월 24일은 김재규가 형장에서 교수형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날이다.
아직까지도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이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관점도 그 중한 가지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새롭게 알게된 내용이나 가설은 드물지만, 저자는 2023년에 이런 소설을 저술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40여년전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생을 함부로 알던 독재자가 어떻게 측근에 의해 세상을 마감했는지를 상기시키려는 것 아닐까.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부하들과 함께 현직 대통령을 암살한 그 날의 사건은 이미 수 차례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와있다.
그러면, 이 책은 얼마나 다른 정보 또는 관점을 제시하는가라고 묻는 다면, 조금 밋밋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나무위키 등) 기존지식을 통해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가 유신통치를 하며 저질렀던 만행들도 드러난다. 젊은 가수, 여대생들을 자신의 개인 만찬에 강제로 끌고와서 참여시킨 것이 그것이다. 봉건사회에서 왕들이나 할 일을 버젓이 자행했다. 10.26. 당시에는 ‘그때 그사람’ 심수봉이 불려와 있었음은 다 알고 있다.

김재규는 자기는 죽더라도,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원하길 바란다고 책에서 말한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누리기 원했던 자유민주주의는 전두환을 필두로 등장하는 신군부 세력에 의해 많이 지연되는데, 김재규가 그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도 드러난다. 1인칭 시점이기에 상대적으로 김재규에 좀 더 우호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작가는 김재규라는 개인이 박정희를 죽인 것이 아니라, 독재자로서 여과없이 치닫는 광기와 실정을 함에 따라 박정희는 시대에 의해 어떻게든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후기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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