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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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70세, 엄마는 69세, 외동인 딸 히토미는 40세인 3인 가족.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평균 연령이 60세인 가족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앞으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가 독립은 했을지언정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큰 아이가 40일 때의 내 나이를 따져보면 72세이니 멀게만 느껴질 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첫 시리즈를 읽을 때만 해도 내 자녀가 40살이 되도록 혼자라고 생각하면 아찔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비혼이든 결혼이 늦든 걱정은 되겠지만 결혼하라고 닦달하지는 못할 것 같단 생각이 이번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게 자녀의 선택이라면 속내는 다를지라도 존중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떠밀려서 하는 결혼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를 맞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딸의 입장과 그런 딸과 사는 부모의 입장 모두 드러나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선택에 따른 현재를 중요시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껴지는 여러 상황에 대해 완전히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은 죽음 이후를 조금씩 준비하고,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비롯한 복잡다단한 마음이 드는 딸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 와중에 미혼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미혼이기에 누리지 못한 것들의 언급부터, 부모의 그늘 아래 산다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도 할 수 있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간단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질서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생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그래서 대단해 보였다.

엄마는 저녁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눈 깜빡할 사이에 밤이 되어 하루가 끝’나 버린다고 말하면서도,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라고 말한다. 나의 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분명 어떠한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오늘 하루가 허무했는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이렇게 함께 한 시간들이 늘어나는 건지, 줄어드는 건지 모를 날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더디다가도 잠시 붙잡고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이상한 마음. 사와무라 씨 댁의 일상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무난한 일상이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의 말미에 강아지 치비와 함께 생활하던 추억이 짤막하게 드러나는데, 역시나 내가 어렸을 때 함께 컸던 개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노란 털의 누렁이. 왕복 두 시간 거리의 학교 길을 함께 걸었던 그 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치비처럼 죽음까지 함께 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팔아버린 것을 알고 슬펐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난다. 시골집에서 기르는 개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었던 시절의 슬픈 추억이지만 치비의 이야기를 보면서 당연히 그 누렁이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자란 환경 때문인지 특별히 동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아픈 이별이 있다면 다시 동물을 키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이후로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건 큰 결심이 따라야 하는 거니까. 어쩌면 동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그렇게 신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일은 나를 쌓아가는 일이고,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섣부를 수가 없을 것 같다. 좀 엉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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