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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는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통일로를 죽 타고 북한산에 가서 정상까지 올랐다...... 는 좀 결과론적인 왜곡이고ㅋㅋ 하루 전날인 월요일에 봉이가 매우 대단한 일을 해주는 바람에- 클릭 대기인원이 9천명 가까이 된데다 2분도 안 돼서 매진된 올댓스케이트 2018” 예매에 성공했다 그것도 키스앤크라이존 맨 앞줄로! 만세~ - 고마워서 평소였으면 절대 안 따라왔을, 뭐라고 꼬득여도 절대 안 왔을 북한산에 같이 와줬다ㅋㅋ 20대에는 히말라야 트래킹, 지리산 종주 이런 거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아이슬란드 트래킹까지 찍고나니 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기분이 들며 언젠가부터 등산/등반에 좀 시들해져서 요즘은 일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게 전부다. 북한산 정상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의 갈림길에서 가파른 길을 택해 올라가니 1시간 49분이 걸렸다. 눈 쌓인 벌판 같은 하얀 암석을 타고 올라갔던 마지막 15분은 진짜 너무 힘들었지만 아아 재밌었다! 정상에서 한참 우리만의 정상회담을 나누고 내려왔다. 거칠고 선 굵은 붓질 같은 북한산 멋지다. 산 좋아. 힘든 산행 끝나고 먹는 고기도 좋아ㅋ 험한 산 탄 여파로 다리가 천근만근일 때는 고기도 천근만근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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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염치 있는 표지판



토요일에는 대전에 다녀왔다. 극적으로 이겼고 1위! 

계속 못하고 헤맬 때도 너무나 사랑하는 내 팀이었는데 잘 하니까 그것대로 또 좋아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못한 것은 한때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한 팀의 쓸쓸한 현재가 너무 생생히 다가와서.

운행이 중단된 채 한참동안 방치된 놀이동산을 볼 때의 쓸쓸한 기분이 승리의 기쁨 위에 함께 묻어 따라왔다. 



일요일에는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중국집에서(드디어 내 입에 꼭 맞는 짜장면을 찾았다!) 다같이 저녁을 먹었고

목관절에 좋다고 유명한 베개 한 쌍도 선물 받았다.

아직은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지만 나이 먹을수록 목과 허리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래서 안 그래도 이 베개를 살까말까 예전부터 고민했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베개가 생겨서 무척 기쁘고 정말정말 고마웠다. 며칠 베고 자보니 정말 확실히 다르다. 



회사가 쉬는 월요일에는 축구를 갔다와서 하루종일 스피노자스피노자 

요즘 스피노자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 이날처럼 하루종일 푹 빠져있을 수 있는 날은 더욱. 

문제는 이렇게 열 시간 가까이 책상 앞에 있던 날이면 이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서

번번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새벽까지 붙들고 있느라 잠이 모자라다는 게 문제.

고민 끝에 아침요가를 다음날 꼭 넣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에는 퇴근하고 한동안 남프랑스에 가있을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 듣고 하고.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지 있고도 모자라서 친구와 합정역에서 홍대역까지 한 정거장을 같이 걸었다.

친구를 보내고는 근처에서 일하던 봉이와 만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를 봤다. 

끝나고나니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영화의 여운 때문에 너무나 술이 마시고 싶었고... 

그러나 우리는 내일 출근을 해야하고... 그런데 술이 너무나 마시고 싶었고... 

그래서 고민 끝에 영화관에서 집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가며 술을 마시기로 했다ㅋㅋ

팩소주를 하나씩 들고 마시면서 간간히 건배도 하고ㅋㅋ 영화 이야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돌아왔던 새벽. 



수요일에는 퇴근하고 요가를 갔다오니 집에 책이 도착해있었다.

언제나 이렇게 신간들을 챙겨주셔서 너무나 고맙다ㅠㅠ 

책에도 표정이 있어서 이렇게 화사하게 바뀌니까 새로운 기분.

이미 정이 든 탓에 아직은 구판의 표지들이 더 좋지만

바뀐 표지만큼 달라졌을 이야기들을 생각하니 전혀 읽어보지 못한 책을 펴는 기분으로 좀 설렌다.

직접 보시면 어쩐지 쑥스럽고 민망해서 페북에는 차마 쓰지 못하니까 여기에다 써야지

옛날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는 구병모님은 올타임 베스트! 



목요일에는 오랜만에 아침 요가를 갔다가 퇴근하고 친구들과 곱창을 먹었다. 

기자인 친구에게 축구 뒷얘기를 잔뜩 들었고 축구로 시작해서 축구로 끝나는 아름다운 자리였다ㅋㅋ

친구가 이번에 공들여 쓴 책도 선물로 줬다.

사실 나에게 월드컵은 매우 관심 밖의 일이지만 친구 책을 넘겨보다보니 어쩐지 좀 기다려도 지고. 



오늘도 아침 요가를 다녀왔고 역사적인 날을 맞아 일하면서 틈틈이 뉴스 영상 찾아보며

어쩐지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다ㅠㅠ 여러 소회들과 많은 말들이 머리속과 마음을 꽉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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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아쉬탕가 요가가 딱 한 타임 있었고 

그마저도 매주 가는 수업이랑 시간이 겹쳐서 한 번도 못할 줄 알았는데

지난 주 수업이 취소되는 바람에 3주 만에 아쉬탕가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가는 금요일 밤 수업이었다. 그것도 제일 마지막 타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한산했고, 

사람이 적으니 요가실도 매우 고요해서 

거리의 밤불빛들이 평소보다 소란하고 화려하게 창을 뚫고 들어와

적막이 남겨진 빈 공간들 사이로 흘러다니며 요가실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금요일 밤이라는,

다른 밤보다는 조금 특별한 권위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 밤에 요가를 선택한 다섯 명의 사람들이

조용하게 그러나 그 안에서는 각자의 몸과 만나느라 뜨거워진 열기를 호흡에 실어내며 

한 시간동안 하는 요가에는 어쩐지 좀 황홀한 구석이 있었다. 

평소에도 요가할 때는 늘 내 몸과 마음만을 살피고 느끼느라 

종종 내 옆에서 요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할 때가 많지만 

이날에는 몰입의 정도가 그보다도 더 커서

끝나고 가만히 매트 위에 누워 사바사나를 하는 동안에는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아주 잠깐 다른 곳에 갔다가 막 돌아온 듯한 기분이 되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창틀에 걸려 끄트머리만 살짝 보이는 달을 한참 바라봤다.

금요일 밤 요가, 너무 좋구나.

나오는 길에 매니저님께 슬쩍 물어보니 금요일 저녁 요가들은 늘 이렇게 한산하다고.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언젠가 끝이 나고나면 무척 허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는데

그 대신 금요일 밤 마지막 시간에 요가를 할 수 있겠구나 그나마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생각이 앞으로 되감기며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끝나는 날이 떠올라 미리부터 서운해졌다.

그래도 아직 1년은 더 이어질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끝내주는 소설을 아껴가며 읽다가 아직 뒤에 읽을 분량이 몇 권 더 남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안심하는 것처럼  

그 남은 1년에 감사했고, 매주 들을 수 있다는 지금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갑자기 나의 축구팀, 나의 일, 나와 함께하는 이들, 내가 존경하는 이들  

내가 요 1,2년 사이에 얻은 것들, 잃어서 다행인 것들이 함께 떠오르며 

내가 작년부터 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어떤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도 느릿느릿 제대로 짚어가며 듬뿍 느끼고 즐기고 감각하며 보내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 밤의 요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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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만나서 아무런 계산 없이 서로 디스하고 위로하고 비웃고 뼈있는 조언도 하고 격려도 하고 놀리고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미친듯이 웃느라 헤어질 때 되면 진짜로 배가 아프고 정신이 번쩍 나있고 마음이 따뜻해져있는,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제대로 잘 살고 있어야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차게 되는 이런 모임 너무 좋다. 곧 또 만날 친구1은 최근에 정희진 선생님 만나고 온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부럽고 그리워서 그만 소리쳤다. 아 정희진 선생님 보고싶어!! 친구1이 어느 순간부터 정희진 선생님 특유의 어투와 톤, 속도를 흉내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람에 더 보고 싶어졌네. 서울 외곽에 사는 친구2의 집은 지금 한창 연두빛에 봄꽃들로 한창이라고 했고 작은 개울이 흐르는 친구의 아늑한 집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꽃들이 지기 전 5월 마지막 주에 모두들 다같이 그녀의 집에 소풍가기로 했다. 친구3의 책은 매우 잘 팔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가 보내주고나서도 한참 있다가 손에 잡게 됐는데 한번 붙든 후에는 멈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사랑받을 지점 어느 사이를 정확히 잘 잡아내서 친구에게도 독자에게도 좋은 기억의 책이 될 거라고, 이건 분명 잘 될 거라고 우리 모두 확신했는데 역시. 어제 오고갔던 대화들과 어떤 표정들을 떠올리다가 혼자 여러번 웃고만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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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생에 산업혁명기 영국에서 태어나 직물공장에서 반평생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쏟아져들어온 기계들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기계에 천추의 한을 품고 러다이트 운동 단체에 가입해 밤마다 복면을 쓰고 엄청나게 기계들을 때려부수고 다니다가 잡혀 감옥에서 죽은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이생에서 이렇게 삼십몇평생 기계들과 지독히 사이가 나쁠리 없어! 고장난 기계, 복잡한 기계, 복잡한 주제에 고장난 기계, 새로운 기계, 새롭고 복잡한 기계 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엉엉. 오늘도 기계랑 두시간동안 씨름하다가 완전 패닉. 다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는 이 시대에 나는 아직도 1차 산업혁명의 업도 해결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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