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람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고종석 선생의 도시에 대한 기억이 궁금했다.
다 읽고 보니 몇 수 배운 느낌이라 좋다.
어서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 봐야겠다.
p.16~17
그렇게 도시들은 닮았다. 그러나 닮았으면서도 엄연히 다르다. 그 다름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박물관의 유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름은 비슷한 듯 보이는 일상 속의 도시인들, 그 시민들의 ‘영혼‘속에도 있다. 서울의 중심부와 도쿄의 중심부가 비슷해 보이고 서울 사람들의 일상과 도쿄 사람들의 일상이 닮았어도, 그 도시의 내면, 시민들의 내면까지 꼭 닮은 것은 아니다. 특정한 도시의 공간은,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내면 속에 ‘세계화‘의 동화력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어떤 고갱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도시들이 제가끔 겪은 역사의 중량 덕분이다. 역사의 울타리 속에 간직된 그 고갱이가 서울을 서울로 만들고, 서울 사람을 서울 사람으로 만든다. 나는 세계화로 환원되지 않는 그 고갱이를 그 도시의 ‘영혼‘이라 부르려 한다.
그러니, 영혼은 촌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도 있다. 사람들이 파리에서 무수한 화가들을 떠올리고 빈에서 무수한 음악가들을 떠올리는 것은 상투적인 만큼이나 정당하다. 빈의 영혼은 그 무수한 음악가들의 영혼이고, 파리의 영혼은 그 무수한 화가들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 영혼은 그 도시들의 미술관이나 극장 둘레만 배회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광장에, 지하철에, 아파트에, 카페에, 호텔 객실에, 택시 좌석에, 기차역에, 사람들의 발걸음에 깃들여 있다. 그 영혼은 그 도시를 찾은 이방인의 영혼과 교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