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본 적이 있는 미국영화 한 편을 책으로 다시 읽은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면 앞으로 보게 될 미국 영화를 미리 읽은 것인지도. 아무튼 대도시와 떨어진 섬에 사는 미국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들은 참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지금 현재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가장 소중하다. 그것을 그토록 확신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우리에겐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자기 생각이 틀렸더라도 그 당시에 맞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으며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면 모두 해결되는 건데 왜 우리는 잘 안될까. 우리는 그래서 너무 신중하다. 앞뒤 전후 모두 고려해서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을 내린다. 신중한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따지다 보니 진짜 자신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까봐 겁이 난다는 말이다. 그때의 내 감정과 생각보다 더 진실한 건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에이제이나 어밀리아나 마야나 경찰관이나 모두 다 행복해 보인다. 그들이 겪은 여러가지 고통과 시련에 공감은 되지만 그들 인생 전체를 보니 정말 다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감정을 속이거나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다. 위법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위선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여러가지 것들 때문에 진짜 나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나중에 어리석은 것이라 판정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해야한다.
태멀레인이 사라진 것과 마야가 갑자기 나타난 일 등 추리소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아주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어 꽤 짜릿했다. 소소한 묘사는 충분치 않았지만 쿨하게 진행되는 서사 전개가 매력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인간이 쓴, 책을 좋아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읽고 나니 참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