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다. 5살에 떠난 자신의 조국을 평생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이. 왜 그런걸까. 이란을 떠나 프랑스로 가서 살면 프랑스 사람이 되어 프랑스어를 말하며 살고... 그러면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인가.
그녀는  프랑스에 정착을 하지만 조국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부모가 모두 이란 사람이며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프랑스 학교 아이들도 이국적으로 그녀를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도 이방인으로 자신을 인식한다. 주위 환경이 자신이 태어난 이란을 자신과 떨어뜨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망명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더이상 후퇴할 곳이 없다.
5살에 떠나온 조국이지만 그때까지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으므로 이란에 대한 인상은 쉽게 흐려지지 못했다. 그럴만도 하다. 이란혁명의 와중에 태어났다니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녀의 부모는 혁명가의 피를 지닌 열혈 청년들이었으니. 이런 저런 여러가지 이유로 그녀는 어릴적 떠나온 조국와 자신을 분리할 수가 없는 삶을 살았다. 자신이 원해서 조국을 버린 것이 아니었으므로 조국은 언제나 그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조국으로의 물리적, 정신적 귀환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 놀랍지 않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는 인간의 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사고 전체를 지배하는 언어로 뇌의 가장 중심부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인가. 그 언어를 떠나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 언어습득 능력이다. 가장 먼저 습득한 언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러한 본능적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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