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버블 경제의 막이 가차 없이 내린 이후로 밀려왔다가는 빠져나가는 호황과 불황의 파도를 도도 씨는 비단잉어들과 함께 타고 넘었지만 올해 들어 연속해서 액운이 닥쳤습니다. 대규모 비단잉어 절도단이 들어 비축해두었던 투자 자금을 훑어 갔고, 가장 사랑하는 잉어들이 수수께끼의 전염병에 걸려 입이 묘하게 부풀어 올라 시종일관 쀼루퉁한 우주생물같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런 재앙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다니."
"그게 끝이 아니었어. 이제 더 나빠지려고 해도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일어났어. 그 일 때문에 장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는데, 거참, 그 일을 당해서는 나도 그만 웃고 말았지."
며칠 전 저녁 무렵 우지 시에서 회오리바람이 발생했다는 거예요.
그건 후시미 모모야마 성 부근에서 시작되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로쿠지조로 향했는데, 재수 없게도 도도 씨의 비단잉어센터를 덮쳤답니다.

연락을 받은 도도 씨가 교토신용금고에서 허둥지둥 돌아와 보니 하늘을 찌르는 시커먼 막대 같은 것이 비단잉어센터의 울타리를 짓밟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도도 씨는 말리는 아르바이트 청년의 팔을 뿌리치고 회오리바람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오두막이 날아가고 저수지의 물이 윙윙 소리를 내며 휘돌았습니다.
때마침 서쪽 하늘에서 강렬한 석양이 주위를 비추는 가운데, 도도 씨가 가장 사랑하는 비단잉어들이 비늘을 찬란히 빛내며, 마치 ‘멋진 용이 되어 돌아올게요’ 하는 것처럼 저녁 하늘로 날아 올라갔습니다.
그는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는 몸을 두 발로 버티고 "내 유코 내놔" "내 지로키치 내놔" 하며 한 마리 한 마리 비단잉어의 이름을 외쳤지만 회오리바람은 그런 애절한 외침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랑스러운 잉어들을 남김없이 빨아 올렸습니다.

도도 씨는 그 재앙으로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이렇게 밤거리를 방황하며 인생의 다음 한 수를 암중모색하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내 유코 내놔, 내 지로기치 내놔."
도도 씨는 초겨울의 찬 바람소리같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되풀이하여 외쳤습니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애절해서 나까지 슬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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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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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봄 밤을 걷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다. 일본 소설이나 영화의 이런 느낌(약간 특별한 척하는 느낌)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 작품은 정말 좋다.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화 된 작품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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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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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는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로 넘어가서,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가 나오게 된 뒤로는 굉장히 진부 했다. 후반부에는 그냥 대충 넘어 가도 상관 없을 정도로 별 내용이 없었다.전반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주장 하는데, 작품을 이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굉장히 불쾌 했다. 재미가 있었으면은 좀 괜찮을까? 아니, 재미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주장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해야 되는 것이지 그거를 작가가 나서서 나대는 거는 굉장히 불쾌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 무언가에 대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작품 내적인 면보다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 평가를 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가 어떤 주제를 주장 하기 위해서 작품을 이용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장르 소설은 가벼운 게 좋은거 같다. 무거워지면 오히려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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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쥐 부족이 천적인 고양이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에 대해 회의를 열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고양이가 오는 것을 미리 아는 방법을 찾기를 원했다.

그동안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두려워 밤낮으로 쥐구멍에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대책이 꼭 필요했다. 쥐들은 많은 꾀를 쏟아 냈지만 좋아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아주 어린 쥐 한 마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단순하지만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이 생각났어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다는 겁니다. 우리의 적이 다가오면 방울이 울릴 테고, 그러면 우리는 때맞춰 몸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쥐 부족 모두는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며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는 와중에, 늙은 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우리 젊은이가 아주 좋은 계획을 세우긴 했습니다. 하지만 좀 물어봅시다.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거요?"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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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나절, 늑대 한 마리가 마을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말라깽이 개 한 마리를 만났다. 평소였다면 냄새도 맡지 않았을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먹잇감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달리 굶주림에 시달렸던 늑대는 말라빠진 개에게 다가갔다. 말라빠진 개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늑대의 이빨 가는 소리에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나리, 지금 저를 드시면 많이 불쾌하실 겁니다. 제 갈빗대를 좀 보세요. 가죽과 뼈밖에 남지 않았잖습니까. 그래서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며칠 후면 제 주인이 하나뿐인 딸을 위해 혼인 잔치를 연답니다. 그러면 저도 잔칫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고 살지겠지요. 그때 저를 드세요."

늑대는 말라빠진 개의 말에 살지고 맛 좋은 개를 잡아먹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는 개를 잡아먹으러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뒤, 늑대는 약속대로 개를 잡아먹기 위해 돌아왔다. 그는 주인의 뒤뜰에 있던 개에게 이리 나와서 잡아먹힐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개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리, 잘 알겠습니다. 문지기가 문을 여는 대로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이 ‘문지기’는 바로 늑대 여럿을 괴롭힌 적이 있는 큰 개였다. 늑대 자신도 그에게 호되게 당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는 기다리기는커녕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대를 속이려는 자의 약속에 기대지 마라.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얻어라.

49. 주인의 저녁 식사 도시락을 나르던 개

어떤 개 한 마리가 매일 저녁 그의 주인에게 식사를 가져가는 법을 배웠다. 이 개는 물고 있는 도시락 안의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에 가끔 흔들리기는 했지만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같은 동네에 살던 개들이 그가 도시락을 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몇 번이고 도시락 안의 음식을 훔치려고 했지만 도시락을 나르던 개는 충성스럽게 주인의 저녁 식사를 지켜 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도시락을 문 개가 길을 가는데 동네 개들이 모두 나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시락을 문 개는 도망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동네 개들과 말다툼을 시작했고, 동네 개들은 도시락을 문 개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주인의 도시락을 떨어트려 그 안에서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꺼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 이건 내 거야. 나머지는 알아서 나눠 먹으라고."


언제나 유혹과 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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