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버블 경제의 막이 가차 없이 내린 이후로 밀려왔다가는 빠져나가는 호황과 불황의 파도를 도도 씨는 비단잉어들과 함께 타고 넘었지만 올해 들어 연속해서 액운이 닥쳤습니다. 대규모 비단잉어 절도단이 들어 비축해두었던 투자 자금을 훑어 갔고, 가장 사랑하는 잉어들이 수수께끼의 전염병에 걸려 입이 묘하게 부풀어 올라 시종일관 쀼루퉁한 우주생물같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그런 재앙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다니."
"그게 끝이 아니었어. 이제 더 나빠지려고 해도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일어났어. 그 일 때문에 장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는데, 거참, 그 일을 당해서는 나도 그만 웃고 말았지."
며칠 전 저녁 무렵 우지 시에서 회오리바람이 발생했다는 거예요.
그건 후시미 모모야마 성 부근에서 시작되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로쿠지조로 향했는데, 재수 없게도 도도 씨의 비단잉어센터를 덮쳤답니다.

연락을 받은 도도 씨가 교토신용금고에서 허둥지둥 돌아와 보니 하늘을 찌르는 시커먼 막대 같은 것이 비단잉어센터의 울타리를 짓밟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도도 씨는 말리는 아르바이트 청년의 팔을 뿌리치고 회오리바람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오두막이 날아가고 저수지의 물이 윙윙 소리를 내며 휘돌았습니다.
때마침 서쪽 하늘에서 강렬한 석양이 주위를 비추는 가운데, 도도 씨가 가장 사랑하는 비단잉어들이 비늘을 찬란히 빛내며, 마치 ‘멋진 용이 되어 돌아올게요’ 하는 것처럼 저녁 하늘로 날아 올라갔습니다.
그는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는 몸을 두 발로 버티고 "내 유코 내놔" "내 지로키치 내놔" 하며 한 마리 한 마리 비단잉어의 이름을 외쳤지만 회오리바람은 그런 애절한 외침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랑스러운 잉어들을 남김없이 빨아 올렸습니다.

도도 씨는 그 재앙으로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이렇게 밤거리를 방황하며 인생의 다음 한 수를 암중모색하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내 유코 내놔, 내 지로기치 내놔."
도도 씨는 초겨울의 찬 바람소리같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되풀이하여 외쳤습니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애절해서 나까지 슬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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