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나절, 늑대 한 마리가 마을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말라깽이 개 한 마리를 만났다. 평소였다면 냄새도 맡지 않았을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먹잇감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달리 굶주림에 시달렸던 늑대는 말라빠진 개에게 다가갔다. 말라빠진 개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늑대의 이빨 가는 소리에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나리, 지금 저를 드시면 많이 불쾌하실 겁니다. 제 갈빗대를 좀 보세요. 가죽과 뼈밖에 남지 않았잖습니까. 그래서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며칠 후면 제 주인이 하나뿐인 딸을 위해 혼인 잔치를 연답니다. 그러면 저도 잔칫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고 살지겠지요. 그때 저를 드세요."

늑대는 말라빠진 개의 말에 살지고 맛 좋은 개를 잡아먹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는 개를 잡아먹으러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뒤, 늑대는 약속대로 개를 잡아먹기 위해 돌아왔다. 그는 주인의 뒤뜰에 있던 개에게 이리 나와서 잡아먹힐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개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리, 잘 알겠습니다. 문지기가 문을 여는 대로 나가겠습니다."

그런데 이 ‘문지기’는 바로 늑대 여럿을 괴롭힌 적이 있는 큰 개였다. 늑대 자신도 그에게 호되게 당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는 기다리기는커녕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대를 속이려는 자의 약속에 기대지 마라.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얻어라.

49. 주인의 저녁 식사 도시락을 나르던 개

어떤 개 한 마리가 매일 저녁 그의 주인에게 식사를 가져가는 법을 배웠다. 이 개는 물고 있는 도시락 안의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에 가끔 흔들리기는 했지만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같은 동네에 살던 개들이 그가 도시락을 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몇 번이고 도시락 안의 음식을 훔치려고 했지만 도시락을 나르던 개는 충성스럽게 주인의 저녁 식사를 지켜 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도시락을 문 개가 길을 가는데 동네 개들이 모두 나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시락을 문 개는 도망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동네 개들과 말다툼을 시작했고, 동네 개들은 도시락을 문 개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주인의 도시락을 떨어트려 그 안에서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꺼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 이건 내 거야. 나머지는 알아서 나눠 먹으라고."


언제나 유혹과 싸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