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법 아이 성격 따라 달라요

[내일신문 2006-04-14]

 

홍현주·최영주 박사가 조언하는 ‘맞춤 영어교육법’

영어 공부도 아이 성격에 맞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영어교육학 박사인 홍현주 씨와 심리학 박사 최영주 씨가 그들. 아이 성향을 잘 아는 부모야말로 가장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그들에게 내 아이 성향에 맞는 영어교육법을 벤치마킹해보자.

대한민국 엄마들은 똑같은 꿈을 꾼다. ‘제발 우리 아이 영어 좀 잘했으면’ 하는 꿈이다. 바람이 큰 만큼 영어 정복에 대한 해결책도 가지가지다. 그런데 성공적인 영어 공부법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맞춤 영어교육이라는 점이다.

영어교육컨설팅 벤처 회사 세쿼이아를 운영하는 홍현주(영어교육학), 최영주(심리학) 박사는 “영어 공부에 앞서 아이 성격과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부모야말로 가장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될 수 있으며, 또 영어 실력이 좋은 엄마만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다소 안심되는 말도 들려주었다.

홍현주 박사는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국내 대학과 미국 현지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그 실전 경험을 담아 ‘초등 6년 영어 관리법’이란 책도 펴냈다. 이론에서뿐 아니라 현장에서 5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그가 깨달은 사실이 ‘아이 성격에 따라 교수법을 달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그의 이 같은 지론은 최영주 박사를 만나 더 힘을 얻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의 모든 면을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라고 세상 모든 일을 엄마와 소통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부분만 보고 전체를 알고 있다고 믿는 거지요. 이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성 검사나 성격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영주 박사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적성 검사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덧붙인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 자라면서 성격이 바뀌는 수도 있고 검사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학교의 상담 교사나 대학 부설 심리 연구소 등을 이용하면 된다.

“여성 잡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하버드나 MIT에 간 대단한 아이들은 내버려두어도,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영어를 잘할 아이들입니다. 문제는 누가 참견하고 다잡지 않으면 책을 거들떠도 안 보는 아이, 영어라면 도리질부터 치는 아이들입니다.”

과잉행동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가운데는 산만한 아이들이 많다. 홍 박사는 이런 아이에게는 엄마도 같이 산만해져서 산만하게 영어를 가르치라는 다소 재미있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산만한 영어 공부란 집 전체를 공부방으로 활용하는 것. 방은 리스닝룸으로 꾸며 하루 종일 영어 테이프가 돌아가도록 해둔다. 거실은 손이 닿는 곳곳에 책을 두고 리딩룸으로 삼는다. 화장실에는 영어 단어를 써서 붙여두고 양치질하면서, 볼일 보면서 단어를 욀 수 있게 하고, 아이 방에도 영어 단어와 문장을 써서 붙여둔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방법도 있다. 수준이 다른 두 권의 책을 선택해 쉬운 책은 아이가 스스로 읽게 하고, 어려운 책은 엄마가 읽어주거나 테이프로 듣게 해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수님도 이와 비슷한 공부법을 실천하시더군요. 그분은 본인 스스로 무척 산만하기 때문에 방 양쪽 끝에 책꽂이를 만드셨대요. 책 한 권 꺼내 들고 방 안을 가로지르며 읽다가 맞은편 서가에 꽂아두고, 거기서 또 새로운 책을 꺼내서 읽고. 이렇게 걸어 다니며 책을 읽으셨대요.”

홍 박사의 이야길 듣고 보니 산만한 아이를 공부시키려면 공부는 모름지기 바른 자세로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부터 버려야겠다.

◆사교적인 아이가 영어 더 잘해 = 최 박사에 따르면 명랑 소년, 소녀들은 항상 생각과 행동이 동시에 일어난다. 간혹 행동부터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명랑 소년들은 얼핏 보기에 엄청 영어를 잘하는 듯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브로큰 잉글리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먼저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사교적인 분위기에서 영어를 더 잘 배운다. 학원에 보내 가장 효과가 큰 것도 이런 아이들이다. 학원에서 또래와 영어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잘못된 영어를 고칠 수도 있다. 하루 10분 집중 듣기 시간도 필요하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키워드를 빈칸으로 비운 다음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방법. 실력이 좀 향상되면 듣고 받아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읽기를 연습시킬 때도 과거형 어미-ed, 복수형 어미-s, 3인칭 단수 어미-s 등 얼렁뚱땅 넘기기 쉬운 부분을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치게 하면서 책을 읽힌다.

◆내성적 아이, 대화체 많은 동화책이 효과 =성격상 수다는커녕 말수도 별로 없는 아이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영어 공부를 할 때도 읽기나 쓰기는 곧잘 해내지만 말하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각본을 써보도록 한다. 먼저 대화체가 많은 동화책을 고른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그대로 옮겨가며 스토리가 이어지도록 적는다. 스토리가 완성되면 엄마, 친구, 동생과 역할을 나눠 대사를 읽어본다. 좀 익숙해지면 연극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런 아이들 말 좀 하게 만들려고 외국인 회화반에 집어 넣어보아야 수다스런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치이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영어 회화에 대한 미련 버리기 힘들다면 차라리 회화책을 읽히는 편이 낫다. 이런 아이의 특징은 어느 순간이 되면 저절로 말문을 여니 참고 기다려야한다. 다그치는 것은 절대 금물. 닦달할수록 아이는 더욱 입을 다물 것이다.

◆문제풀이도 효과적 학습법 = 영어뿐 아니라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많은 아이들이다. 영어 공부에 대해서도 자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성격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문제 풀이로 영어공부를 시키면 경쟁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격이라 공부 효과가 높아진다.

“이런 아이들은 따로 회화책을 살 필요가 없어요. 일단 문제집을 풀게 합니다. 그다음 문제를 가리고 답만 보여주면서 이 대답이 나올 만한 질문을 만들어보게 합니다. 이게 바로 회화 공부죠.”

이런 아이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지나친 경쟁심으로 다른 아이들이 말할 기회를 빼앗아버린다면 유창한 영어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영어 공부에 앞서 매너를 가르쳐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다.

몇 가지 유형에 따른 공부 방법을 알아봤다. 그러나 어찌 수많은 아이들을 단 이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홍현주 박사는 “이를 참고해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공부법을 개발해야 한다. 끊임없이 꾀를 내어 영어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수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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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7-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어교육에 관심이 지대한(?) 부모님들에게 권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맞져?

프레이야 2006-07-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우리 딸 둘이 영어공부할 때보면 성격이 좀 다르다는게 보여요.

2006-07-05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6-07-0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이제 시작인데 참고해야겠어요.

비자림 2006-07-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이제 ABC 수준입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