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땅에서라면 나올 수 없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의 저자 장하준 교수의 책이기에 2010년 필독 도서 목록에 올라 있었다. 결국 2010년이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며 말할 수 없이 인상적이었다.

국가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왜 개인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차이는 왜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한 쉽고 훌륭한 대답이 담겨 있다.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세계은행과 IMF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강요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무비판적으로 신봉하는 그 환상은 빈부격차를 불러오거나 더 나아가 그 격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결국 부유한 기득권에게 유리한 차별의 시스템을 보다 강하게 만들고 합리화한다.

저자는 그런 자유경제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보완이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무조건적인 자유주의자들이 그동안 불러왔던 여러 문제들: 불황과 금융위기, 소득 불균형 등에 대한 대안으로 몇몇 대책을 제시한다.
정부는 적절한 규제를 시도해야 하고,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단순한 기회의 평등에서 좀 더 진일보한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금융 경제와 실물 경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서비스 강국 싱가포르, 스위스도 제조업 세계 5위권이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나 지식보다는 관심임을 강조한다.

물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능이 아님을 강조한 부분은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이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선진국들이 자유 시장 정책을 통해서 부를 축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미국과 영국같은 나라들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보호무역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지금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강요하는 자유주의는 오히려 선진국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강조한 자유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으며 결국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몰고 왔었다.(당국의 규제를 벗어나서 폭주하던 고위험의 파생상품으로 중산층이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이후 구제금융으로 얻은 돈을 거액의 보너스로 지급받기까지 했다.)

'지식 기반 경제론'이 영미 선진국들에서 제조업의 소외 현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매우 인상적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경제는 언제나 지식 기반 경제였다는 것이다. 1천년 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국은 유일하게 나침반·화약·종이 등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지식은 늘 경제에 중요했고, 지금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굳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끼워 맞춰 보다가 저자를 비판하는 몇몇 지식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도 우파와 좌파를 따지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몇몇 사람들은 좀 답답하기까지 하다.(이미 자유주의 자체를 신봉하는 저자가 약간의 수정을 요구한다고 해서 빨갱이 운운하는 일부 사람들 말이다. 옵서버에서 평가한 것처럼 저자는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반자본주의자는 아니며 오히려 자본주의가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개혁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다"인데 말이다.)

물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정답은 아님이 확실하다.(게다가 지금의 자유주의를 뒷받침하는 이론들도 나름대로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와 방안을 읽어봄으로서 독자들은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다른 관점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훨씬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해준다. 그렇게 시작된 다양성이 앞으로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 것임을 확신한다.
국내 대학에서 이런 책이 나왔으면 정치적인 욕을 들으며 매장되었을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에 적을 두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된다는 점이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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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시장 정책 덕에 부자가 되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편이 가깝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 등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p.95

그러나 직업 안정성이 높고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면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과연 진실일까?
한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고용불안이 높아지면 젊은이들은 의사나 법률가처럼 안정된 직종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에는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의 취약한 복지 제도는 이 나라가 전반적으로 정부 개입에 훨씬 더 긍정적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더욱 심한 보호 무역주의 정책을 취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p.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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