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벽을 넘는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서두에서부터 저자는 유독 팩트(fact)를 강조한다.
과장된 어조나 현란한 수식어로 독자를 호도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신문, 방송에 소개되었던 부동산 기사들이 대부분 언론플레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왔던 은마아파트, 판교 등을 냉철한 팩트와 함께 분석한다.
1970년대 시작된 선분양제가 어떤 식으로 현재의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켰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21세기 민주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재개발 지역의 강제 철거 현장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분양 광고, 두바이와 상해를 꿈꾸었던 송도의 허상 등도 투기의 광풍이 한 차례 지나간 지금에서 읽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매한 우리들이 언론과 정부에 속아 왔음을,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통렬하게 깨닫게 된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이미 부동산 시대가 끝났다고 확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서서히 부동산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중일 수도 있고, 아니면 1997년 외환위기 때 일부 전문가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 같은 잠깐의 불황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쨌든 만약에 5~6년 전에 집을 장만할 돈이 있었다면 나 또한 그들의 내 집 마련 열풍에 동참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집을 장만할 형편이 안 되었고, 지금은 약간의 대출만으로도 넉넉한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할 수 있지만 주변의(어쩌면 전국의)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다.

하우스 푸어. 그들이 당시 무리하게 대출을 안고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넉넉한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내뱉는 한숨이 내 한숨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나의 눈물이 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당시에 로또니 대박이니 하는 언론의 선동에 솔깃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청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떨어져서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까.

부동산 투기 열풍에 동참하지 않았던 나 또한 마찬가지일 뿐이다. 결국 내가 지금의 자산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의 냉철함이나 스스로의 지식 때문이 아니라 단지 타이밍이 좋았다는 것, 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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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트릭스는 지속적으로 하우스푸어를 원하고 있고, 그들의 피와 땀을 먹고 산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근거 없이 믿어왔고, 고점 이후 지속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도 '내 집 값은 괜찮겠지'라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고 있다. 그만큼 아파트 신화가 각 개인의 머릿속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이야기인 아파트 신화는 단순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동화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만드는 생산자들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p. 64

당시 모델하우스는 매일같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14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계약에 성공한 후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자 또 넘쳐나던 떳다방들. 지인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다. 그는 이야기했다. "로또에 당첨된 줄 알았어요." 로또 당첨은 또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이제 그는 그것이 로또가 아닌 하우스 푸어로 가는 초대장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p. 89

부동산 로또라고 불렸던 판교신도시, 중산층들은 과연 얼마나 부동산에 올인하고 있을까?
...
분양 받은 사람들은 과연 지금 이 아파트에 얼마나 살고 있을까. 10세대 가운데 3세대 정도만이 실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 이상은 전월세, 즉 임대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은 세대가 4분의 1이 넘는 상황이었다. 판교 분양자 가운데 몇 %나 부채를 가지고 있을까? 조사가구의 약 70% 이상이 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평균 3억 원가량의 금융권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받은 세대의 절반 이상은 3억 원 이상의 고액대출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5억 원 이상의 대출자도 10%에 달한다.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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