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지리도 그림을 못 그린다.

하긴 예체능 뭐 하나 잘하는 건 없네...그런 내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다니^^

암튼

그림을 못 그려서인지 늘 그림을 좋아하고 많이 본다고 잘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알지만 많이 읽고 보면서그림을 좀더 배워보고 그려보고 싶긴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쓰는 그림책을 한 번 그려보며 공부를 해볼까? 하던 중에

요근래 많이 등장한 컬러링 북..... 오! 나를 위한 것이네..

 

알라딘에서 봤지만,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 서점을 둘러보고 몇 권을 찜해놨다.

너무나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어느 책을 골라야할지 고민될 정도...

너무 어려운 책도 좀 뺴고, 만다라처럼 계속되는 반복 도형만 있는 것도 조금 더 미뤄놓고...

 

2015년 첫 알라딘 주문은 이 중의 어느 컬러링북과 함께^^

 

 

사실 그림들이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있어 테라피가 되지 않고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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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탑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 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 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수 있을 때, 그 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 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거야

 
황지우,[게 눈 속의 연꽃](1991. 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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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좋았던 드라마

연애시대 쏭북 OST

너무 공감이 가는 대사에 잔잔한 음악에 감우성과  손예진의 나레이션이 계속 듣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연애랑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순간을 돌아본다.
그 순간이 지니는 의미를...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일정한 슬픔없이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 희망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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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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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 석 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로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놓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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