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도 어찌어찌 계기가 되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직접 명화를 감상할 기회가 되는 경우,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물며 비전공자인 일반인에게는 어떨까?

현대에서 액자에 갇힌 작품이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매체들과 엮인 작품을 접할 때, 든든한 배경지식이 될 옛시대의 명화들을 이 책에서는 선별하여 브리핑해 주고 있다.

이 한국판에서는 <명화를 보는 눈, 1969>과 <속:명화를 보는 눈, 1971>이 한권으로 묶여, 컬러판 명화를 더 첨가하고 있어서,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에 의한,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감상을 시원하게 읽어 낼 수 있다.

명화+작품설명 및 감상포인트+작가와 그 시대 역사적 배경 순으로 되어 있으며, 지금껏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과 그 시대의 것으로만 편식하고 있었다면, 이 기회에 다양한 양식의 대표작을 마주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상주의 열화당 미술책방 5
모리스 세륄라즈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의 마술사, 인상파

 

자신의 주관을 지켜가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기존의 인습을 비판적으로 용기 있게 검토하며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시도한 미술가들에 의해 이끌려 온 19세기 미술사는, 15세기의 피렌체, 17세기의 로마를 거쳐, 파리에 그 주요 무대를 두고 있다. 즉, 이 시기의 전세계의 미술가들이 몽마르트르의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미술의 본질에 대한 토론에 함께 하기 위해, 또한 당대의 내노라 하는 화가들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파리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19세기 후반기 프랑스에서 펼쳐진 회화의 한 유파인 인상주의는 그 주제와 기법, 그리고 속해있는 화가들의 발전방향에 따라서 여타의 다른 유파들과 차이점을 가진다. 또한 그 영향력은 회화에서 시작하여 음악․ 문학 분야에까지 이른다.

다시 말하면, 인상주의란, 감각적으로 느낀 인상을 순수하고 단순하게 묘사하려는 회화적 체계이며, 인상파 화가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규칙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에 따라 대상을 재현하는 화가라 정의된다.

 

’인상파’ 명칭의 유래

출품된 모네의 작품 《인상일출(日出)》이라는 풍경화의 제목을 보고 한 미술기자가 '인상파 전시회'라고 하는 다분히 조롱 섞인 기사를 《샤리바리》에 실은 것이 '인상파'라는 이름의 기원이 되었다. 인상파의 그룹전은 세상의 몰이해와 싸우면서 1886년까지 전후 8회에 걸쳐 열렸는데, 1877년의 제3회전부터는 그들 자신도 '인상파'라는 명칭을 사용할 만큼 이 명칭은 일반화되었다.

 

ㅁ인상주의의 주제

인상주의는 대상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종래의 전통 미술의 주장을 거부하고 회화에 있어서, 색채나 상상력을 강조한 외젠느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와 아름다운 효과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좀더 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에 이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와 그의 친구들이, 인습에 구애 받지 않고, 눈에 보이는 세계의 탐구에 몰두하려는 시도로 채색에 있어서 과감하게 도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1세기 전의 사실주의 화가들처럼, 종교나 신화, 역사에서 등을 돌리고, 특히 당 시대의 풍속과 초상·정물 등의 시민적 장르, 주변의 흔한 풍경 등을 주제로 채택하였다.

그들은 옥외에서 자연을 볼 때 각 대상들이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개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눈에서 혹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뒤섞여 훨씬 더 밝은 색조의 혼합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눈이 적절한 암시를 받으면, 거기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 대상들을 엮어 가면서 저절로 전체 형태들을 인지시켜 내는 것을 알고 색채와 형태의 흥미로운 구성과 양지와 음지의 즐거운 대조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햇볕을 받는 부분은 사물의 원래의 색채보다 훨씬 더 밝게 보이며 그 그림자도 검은색이나 회색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색조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ㅁ인상파의 기법

회화에 있어 전통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종래의 원칙들을 버리고 있다. 즉,‘품위 있는 주제’며, ‘균형 잡힌 구도’, ‘정확한 소묘’보다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그려내는가 하는 화가 자신의 감각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         색의 분할과 시각혼합작용: 검정색, 회색, 갈색 계통을 배제하고 청색, 녹색, 황색, 오렌지색, 적색, 보라색 계통을 시각적 혼합방식에 따라서 사용하려 했다. 즉 팔레트 위에 물감을 섞어 내는 것이 아니라, 색을 각각 캔버스 위에 병치 시킴으로써 보는 사람들의 눈에서 색이 배합되어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예를 들어,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색의 작은 터치를 나란히 포개 놓음으로써 보라색으로 보이게 했다. 이러한 방법은 태양광선의 색의 혼합이 실제 물감의 색의 혼합과는 다른 결과물을 나타내준다는 과학적 사실과 각 색깔은 그 주위의 공간을 그 색의 보색으로 물들이며 그림자를 형성한다는 물리학자들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이러한 원칙들을 딱딱하게 방법론적 이론으로 삼아 적용하는 것을 피했다.

-         구도: 사진의 영향을 받아 시야를 네모난 틀로 잘라내는 식의 대담한 구도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스냅샷과 같이 진행중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일본의 목판화 유끼요에의 영향으로 평면적이지만, 선명한 색채감과 함께 유동적인 구도를 주는 방법 역시 유행하였다.

 

ㅁ인상파 화가

인상파화가들은 재능과 기질면이 서로 다르듯이, 화풍에 있어서도 결코 한결같지는 않았다. 모네, 피사로, 시슬리 등이 그 중에서도 인상파의 작풍을 가장 잘 나타낸 작가들로 알려져 있으나, 그들도 역시 시기에 따라 화풍이 변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상파화가들이 유형적인 아카데미즘에 반항하고 어떤 관례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관찰과 기법으로 밝고 미묘한 대기(大氣)의 인상을 묘사하는 데 전념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었다.

화가들로는 대장격인 에두아르 마네와 까미유 피사로, 에드가 드가, 베르뜨 모리조, 아르망 기요맹, 끌로드 모네, 폴 고갱, 알프레드 시슬리, 오귀스뜨 르누아르, 폴 세잔, 조르쥬 쇠라,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뚤루즈 로트렉 등이 있다.

 

ㅁ인상파의 음악과 문학으로의 영향

“나는 감각을 통해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지드의 말을 문학가와 음악가 역시 받아들여 인상파 화가들의 뒤를 따랐다. 끌로드 드뷔시의 <봄(1887)>에 대해 <형식의 경시와 색채성의 과대평가>를 비난하기 위해 언급되었지만, 곧 이러한 부정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음과 음향을 모든 형태로 분할하고 해체시키며 감각적으로 특색있게 재현한 이러한 양식이 인정 받기 시작했다. 문학에 있어서도 프랑스의 앙드레 지드나 마르셀 프루스트에 이어, 독일에서도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독일의 인상주의 작가들은 극도로 정교한 언어와 세밀한 표현을 강조하는 개성적인 문체를 특징으로 하였다. 또한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이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서정시에 보다 적합하였다. 이러한 인상주의의 대표적 작가로는 R.M. 릴케·R. 데멜·H.V. 호프만스탈 등이 있다.

 

ㅁ인상주의의 의의

미술이나 사상에 있어서 근대적 감성의 해방운동이자 객관주의에서 주관주의로 옮아가는 중요한 교량이며, 서유럽의 사실주의 미술의 마지막 단계로, 20세기 예술을 향한 중요한 거점이다.

인상주의적 관점이 기존의 화풍에 정면으로 대립함으로써 당시 많은 비판을 불러 일으켰으나, 소수 화가들 중, 모네와 르누아르와 같이 충분히 오래 산 작가들의 경우, 12년동안의 악전고투 후에, 전 유럽에서 유명하여지고 존경 받게 되어, 새로운 미술 운동을 일으키려는 혁신자들에게, 일반 대중나 비평가들이 새로운 방법을 인식하고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후에 그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다.

 

 

 

이상, 나름대로 정리해 본 인상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입 메모: 2000년 10월 27일 월요일 진솔문고...

이 책을 기억해 낸 것은 얼마전 보았던 일본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 덕분이었다. 늦깎이 수학자와 스튜어디스의 사랑이야기. 2000년 어느날, 내가 읽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하여 추천을 듣고 아는 동생에게 권해 준 책 중의 하나였고, 그렇게 그녀가 이 책을 구입하자, 
- 그 책 다 읽어봤니? 어땠어?
- 응 별루였어. 자전적이고 수학에 대한 얘기만 좀 있구, 자기 자랑도 좀 하구...
라는 질문을 건네 보고는 난 웬지 읽기가 시들해져서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잊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책을 한달전에 발견하고는 책 도처에 밑줄을 긋고 싶은 마음으로 아랫귀퉁이를 접어둔 곳이 꽤나 된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원하는 분야의 직장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노예란 말의 뜻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쉽지는 않으나,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그런 거대한 행운(?)이 온다면, 놓치지 말구 배짱있게 해 나가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다가는 비약하지 못할 때가 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것만은 해내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하다...
한 인간의 삶은 인연에 지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것, 가까운 친구에게서 배운것, 또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체험적 지식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덩어리로 자기 자신 속에 축적되어 '인'을 만든다. 그 '인'이 '연'을 얻어서 그 사람의 희망이 되고 행동이 되고 결단이 되고 길이 만들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부단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그 배우고 노력한 것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다.

경쟁에 있어서는 때로는 체념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안 돼서 단념했어요.
그래도 그리워 못 잊을 그 사람.
...
체념하는 기술을 알아두는 것, 그것은 창조하는 데 관련되는 정신 에너지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또한,
소박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창조의 기반이 아닐까? 이것을 깨닫게 되었을 떄는 어느새 황혼이 가까워 있었고, ...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경우, 하바드에서 유학했던 시절, 체험했던 미국과 일본, 크게는 동양과 서양의 교육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며, 좋은 것은 배울 수 있도록 권한다.
예를 들어,
가령, 3,4백 페이지 분량의 책에 씌어진 내용을 배우려고 할 때, 학생은 교수에게 가서  "이 책에는 무엇이 씌어져 있습니까?"라고 일본의 대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다소 유치하고 대략적인 질문이지만, 질문받은 교수는 그에 대해서 학생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면 그 설명에 대해서 또 질문하고, 그것을 몇 시간에 걸쳐서 되풀이하는 동안에 학생은 그 책의 요점을 파악해 버린다. 두꺼운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이해하지 못해 포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물론 상세한 부분은 스스로 읽어야 되겠지만, 대체적인 요점이나 골격을 파악하면 책에 대한 이해는 훨씬 빠르다.

귀로 배운다는 '이학'이란 것도 이런 것을 질문해도 될까? 라는 판단을 떠나 궁금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경우,  why라는 한정적 질문보다, 광범위하게 what 이라고 질문하는 것도 배움의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법률, 경제, 생물, 종교학 등 여러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 또한, 상대방의 최대 이슈에 대해 여러가지 관점에서 각각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므로 또한 도움이 된다고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이학이 발달되어 있는데, 그 이유로는 미국이란 나라가 높은 봉급으로 교수를 고용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학이라는 것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과 접하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사고 방식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이학'이 발달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 주는 예로서 자주 거론되는 것으로 미국 사람들은 질문하는 기술이 좋다는 것이다. 사실은 기술이 좋다라기보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질문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유럽의 학교에서도 이학이 발달하여 있다. ^^

책꽂이에 꽂아두어 가끔 되돌아보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하는 마음으로 몇자 적어본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수학계의 노벨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11 22:01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김영사 전반적인 리뷰 知之者不如好之者요, 好之者不如樂之者니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2005년 9월 13일에 읽고 나서 떠오르는 구절이었다. 論語의 옹야편에 나오는 문구로 모르는 이가 없을 구절이다. 사실 배움의 끝은 없기 때문에 앎 자체에 집중을 하면 그것은 집착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물 흐르듯이 배움 그 자체를 즐기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2005-05-02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0da 2005-05-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늘그막에 이런 글 할머니 할아버지로 써낼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죠?

s0da 2005-05-0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quote 119
"어떤 철학자가 지적하는 바에 의하면 서양 사람은 한 가지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여러가지 요소로 나누어서 모든 각도에서 철저히 알아본다. 이에 반해 동양 사람은 한 가지 문제가 있으면 그것과 비슷한 문제를 자꾸 모은다. 그리고 큰 지혜 보따리 같은 것에다 계속 집어 넣는다. 얼마 후 그 보따리는 우주만큼이나 커지고, 따라서 그 내용에 관한 논쟁도 우주적인 논쟁이 되어 처음의 문제 따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재미있는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더이상 최초의 그 문제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요. ~

s0da 2006-06-2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비지니스 강좌에서 "이학"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인용할 생각이다.
 
건축가의 특별한 여행법
홍성용 글, 사진 / 발언(건설기술네트워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체력의 한계 때문에 한 달 내지 두 달 동안 하는 배낭여행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아마도 그렇게 여행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여행했던 기간만큼 몸져 누워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유럽에서 몇 년간 지냈던 관계로 주변국을 게릴라 식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건축/미술 등등 문화에 관한 관심이 있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테마를 가진 여행을 계획하고 한 달에서 여러 달 정도의 충분한 계획기간을 갖고 휴식 같은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하곤 했다.

여행 책자를 기본으로 몇 가지 참고했었던 도서들은 여행을 하면 먹어봐야 할 알려진 현지 음식들이나, 미술, 건축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홍성용의 <건축가의 특별한 여행법>은 제목만으로 인터넷에서 선택하여 주문해, 내가 원하는 여행지를 선정하고 계획할 수 있는 기초 도서가 되었다.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갖는 색다른 느낌 그리고, 그 속에서 때론 발견하게 되는 반가운 동질감, 동지감... 따라서 새삼 감탄하게 되는 다양함...
건축에 관한 입문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은이와 여행을 하면서 결국 한국의 서울이나 지방의 도시들에 대해, 가깝게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어떻게 하면 멋지게 고풍스럽게 나름대로의 개성을 유지시키며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으므로...

"지은이 홍성용은 건축가/인테리어/상업공간 디자이너로서 홍익대와 동환경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큐빅디자인, 정림건축을 거쳐 현재 도시건축집단 ILLO의 소장으로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건축세계를 여행한 후 4회에 걸친 개인 사진전을 했으며, 건축의 다양한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로서 영화를 아이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고...

10대에 뛰어나다고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음악 연주가라면, 90대까지 자신의 생을 통해 작품을 점차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 건축가라고 하는데, 이것은 건축이 얼마만큼 종합적인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완성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닐까 한다.

"글마다 서울이나 지방의 도시들을 생각하면서 정리를 했다. 뉴욕을 거닐면서 테헤란로와 을지로, 여의도가 떠올랐고 홍콩의 도심을 거닐면서 테헤란로가 연상됐다. 퀘벡의 오래된 구도심을 거닐 땐 안국동이 떠올랐고 교토를 갔을 떈 경주가 아쉬웠다. 이렇게 다녀보면 우리나라도 꽤 많은 양념을 가진 나라다. 단지 후손의 모자람이 양념을 버무리지 못해서 그렇지 말이다..."

옥의 티라면 오자들... 이거 찾아내면 출판사님, 선물주시는 거 어떨까요? ㅋ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4-15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5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처음 읽으면, 통쾌하고 조금 있다보면, 씁쓸하고, 생각해 볼수록 꺼림직하게 된다. 비단 일본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이윽고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속담이 서양인의 관점에서 얼마나 비생산적인지 아멜리, 그녀는 자신의 일본에서의 직장경험을 예로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에 만족하지 않으며, 여태껏 일본의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으레 여직원이면 시작하는 일의 단계를 건너 뛰고 그녀의 상사 Miss Mori, 즉, 나무랄 데 없는 후부키가 우려할 정도의 고도의 승진(?)을 꿈꾸는 일을 시도한다.

아멜리의 일본여성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야마도 나데시코라는 향수어린 전통적이고도 이상적인 일본여인상을 이해하기에 후부키와 같은 그녀들이 제도 내에서 겪는 모순된 점을 결코 놓치지 않고 파악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규정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기를 쓰고 일하면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 되다 보면 결혼을 하지 않고 스물다섯을 넘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게 흠이 되었다. 이 제도에서 보이는 사디즘의 절정은 제도 자체의 논리적 모순에 있었다. 제도에 충실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제도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 

스물아홉에 남편이 없다는 유일한 결함과 함께 잘못이라곤 자신의 모든 것을 듣고 배워온 대로 일에 남김없이 소진시킨 것 밖에 없는 후부키는 또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설명하면, 누군가 원해 주었다고 해서 한 남성과 결혼을 했다 할지라도 자신의 주부로서의 희생이 당연한 행복으로 되돌아 온다는 보장 또한 있지는 않다는 것이, 이 길을 택할 수도 또한 저 길을 택하였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진퇴양난스런 점인 것이다.

단지, 남에게 내세울 자신에 대해 조금 덜 수치스러워진다는 것뿐 더욱이, 회사라는 유기체의 하나의 부속으로서 밤 늦도록 열심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오히려 이러한 시간들을 조금 더 아파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고 아멜리는 언급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화해하고픈 진심을 보이지만, 응답없이 자신을 적으로 간주하는 이 아름다운 후부키에게 결국 자신의 1년의 계약기간이 도래했을 때 아멜리는 과거 일본 황실에서 천황을 알현할 때 사무라이가 취하던 <두려움과 떨림>의 자세로, 아니, 두려움의 가면을 쓰고 떠는 듯한 가장으로, 그녀를 비롯한 자신의 상사들을 만족시킨다.

제 계약 만료일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유미모토사는 제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여러 번 주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맙게 생각할 겁니다. 안타깝지만, 제게 과분하게 해 주셨는데도 저는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라고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언어는 - 한국어도 그렇지만, 일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나라의 언어를 다른 피부색을 가진 또는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이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다. 예상외로 현지인처럼 멋지게 구사한다면, 뭔가를 들키는 것처럼 징그럽게 불편해질 때도 있다. 아마도 아멜리도 마찬가지의 경우를 당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녀에겐 여타 외국인과 같은 짧은 시간 비즈니스 일어를 독파한 것 외에, 그곳에서 보낸 어린시절이란 남다른 기간이 있다. 일본 문화를 체험했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 유럽스럽지(?) 않은 이국적인 곳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어렸을 때의 환상으로 대한 나라에 느낀 실망스런 점이라 더욱더 그 극을 치닫는 지도 모르겠지만, 조용하고도 여실한 그녀의 말투에 귀기울이는 것이, 한국의 독자로 하여금 여전히 과거에 대한 자성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작금의 일본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난 일본이란 나라가 가지는 일본 여성에 대한 시각과 함께, 권위적인 조직 체계, 비효율적인 사무처리 등에 대한 약자로서의 작가의 신랄한 비판에, 울수도 웃울수도 없는 감정을 오가며 단번에 이 책을 읽어내어 버릴때까지 손에서 내려놓치 못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4-19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