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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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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인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에코리브로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내놨다. 이제서야 반강제적으로 봤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역시 명저는 시대가 달라져도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책의 주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제까지 세상에 없었던 화학적 합성물들로 인한 환경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책 소개나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책의 미덕은 시의적절함, 거대 기업에 맞선 저자의 용감한 태도 외에도 아름다운 문장에 있다. 확실히 수많은 과학적 사례, 이론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이 책은 이런 류의 책 중 비교적 읽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이 책의 미덕들에도 불구하고 5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게 고통이었다. 책의 내용이 이제는 뻔한 내용들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간만에 접한 화학, 생물학 이야기가 낯설기도 했다. 여전히 지속되는, 작금의 개탄할만한 환경 파괴로 인한 아픔때문만도 아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책 읽기를 힘들게 했다고나 할까?


책을 통독하면 연실 고개가 끄덕여지며 50년대에 이렇게 상황이 안 좋았구나, 잘못된 정부 정책이란 참으로 파괴적이구나, 살충 노력이 오히려 더 악질의 해충을 만들어냈구나 등등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자세히 읽기 시작하면 내가 이런 걸 알아야되나,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읽을 필요가 있을까 등의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많은 경우 책 속의 사례는 당시에도 검증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다시 검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출간 당시에는 어용학자나 기업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무수히 많은 사례들은 현재 독자인 나에게는 따분한 사례 나열로 다가오지만 당시로서는 레이첼 카슨이 최대한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했던 결과일 것이다. 여하튼 50년 후의 독자인 나에게 카슨의 책 속의 이야기들은 내가 60년대에 읽었다면 느꼈을 충격에 비해서는 상당히 미미한 파장을 일으킬 뿐이다.  


현대 사회는 카슨과 같은 분들의 노력에 의해 환경 어젠다가 국제 정치의 레벨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환경이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모두가 공감할 정도로 안 좋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전 농약, 살충제 회사들의 후예인 대기업들이 환경파괴의 정도가 환경보호론자들에 의해 과장되고 있다고 하는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이제 환경 보호라는 구호는 너무 들어서 오히려 위험성이 덜 느껴지는, 피로감에 젖은 상태가 아닌가 싶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글로벌 환경은 인류의 다수가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대재앙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는 이 지구가 인류 혼자의 것이 아니며 미묘하게 유지되는 균형 속에서 유지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그것이 세상에 나올 경우 미칠 파급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도입될 경우 발생하는 파괴력, 피해의 규모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책의 1장은 파국의 미래의 일면을 우화로 제시하고 있다. 2012년은 다양한 종말론이 어떤 식이건 끝을 예언하는 시점이다. 그 예언이건 어떤 재앙에 대한 우려건 실현되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 재앙은 이미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극단적인 일기 변화가 발생하며 사람들의 삶에 큰 피해가 생기고 있다. 끝을 모르는 탐욕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주의는 환경 재앙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한국 출판계에서 작은 규모의 공동체, 조합형태의 기업, 자급자족의 삶을 강조하는 책들이 범람하는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이 책은 인류가 50년간 게으름을 피운 대가가 무엇인지 반성하라고 우리에게 질책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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