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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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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리뷰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를 회고하면 실망감이 앞섰다.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은 내가 원했던 책이지만 강신주 선생의 이 책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리뷰까지 써야하나라는 회의감이 생겼다. 게다가 책 제목부터 '괴로움'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왜 괴로워져야하나.  

하지만 책 읽기의 속도로 따지면 맹신자들보다 이 책을 훨씬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철학과 시를 논하는 괴로운 책인데?! 물론 빨리 읽을 수 있다고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일견 쉽지 않은 작업을 남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좋은 능력이라고 평하고 싶다.  

책은 각 장마다 한국 시인들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 그 시의 의미를 규명하면서 그 작품을 보니 외국의 어떤 철학자가 떠올라 그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고 시와 연결짓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마르크스, 라깡, 카뮈 같이 누구나 들어보았을 법한 철학자도 있지만 이리가레이, 시몬 베유, 클라스트르, 블랑쇼 등 왜 강신주 선생에겐 굳이 그분들이 떠올랐을지 범인들은 의아해할만한 철학자도 많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는 이 생소한 사람들의 논의마저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때로는 너무나 평이하기에 이 철학자의 논의가 과연 별난 것이기는 한 것인지, 아니 특이함을 떠나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책의 출발 자체가 전편의 연속선상이고, 상상마당에서 이루어진 강의안의 모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의 세계에 무지한 나조차도 책에 소개된 시인들의 날카로운 시 언어를 저자의 설명을 통해 이해하면서 책의 미덕을 칭송하게 된다. 한국에 이렇게 좋은 시인이 많았고, 현재도 많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된 것도 좋으려니와 특정 시를 대부분 생소한 외국의 현대 철학과 연결시켜 생각할 계기가 된 것도 좋았다. 또 하나의 미덕을 꼽자면 책에서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한 리스트들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시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책들을 통해 책의 내용을  심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의 미덕들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입장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라깡과 이리가레이의 이야기들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는, 특히 라깡의 경우는 지나친 주장으로 보이는데, 간극을 말하는데 이리가레이의 결론에서는 남녀의 조화를 추구해야한다고 하니 그게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마르크스 논의에서처럼 대상적 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분투 자체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책에 나온 철학자들의 입장이 너무 다양하다.  

이 책이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께서 최근에 또 책(제자백가에 대한 것?)을 내셨고 나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주장들을 하셨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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