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연애사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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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연인이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연애는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 사랑이 발전하면 연인이 되고 연인이 되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것. 여기 그런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 나, 너, 혹은 그 여자, 그 남자, 그들의 연애사!

 

내가 아는 사랑은 달달하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드라마와 연애 소설로 다 보았으니 등장하는 남자는 당연 멋진 남자. 여자는 아름답거나 그렇지 못하면 귀엽기라도 한 캐릭터. 그리고 그들은 달콤하다 못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행동과 사랑 놀음으로 연애를 이어간다. 비록 비극적이고 슬픈 결말이어도 아, 부러워. 이런 사랑 언제 해보나, 보는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슬픈 일은 아무리 주변을 돌아봐도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랑이라는 것. 그걸 진짜, 사랑이라 믿는다는 사실.

 

그 믿음이 깨졌다. 알고 보니 사랑은 어떤 한 사람의 살아온 삶의 궤적이었는데, 그동안 그걸 몰랐던 것.

 

가려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갔어야 했어. 그 생각만 수백 번 하면서 나이들어버렸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늙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제 떠나지 못한 것을 늘 후회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것은 오늘 머뭇거린 것을 후회하기 위해 내일이 필요한 것과도 같다. 희망과 좌절은 손바닥 앞과 뒤다._「그 여자의 연애사」

 

사랑해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되었고 자식까지 낳는다. 살다 보니 이게 아닌데, 하는 후회의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녀의 말처럼 '조금이라도 젊을 때' 떠나지 못한 것에 대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떠나지 못한 것을 사랑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글쎄, 그건 아마도 '삶'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후회가 되어도 살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삶.

 

『그 남자의 연애사』에 나오는 그들의 사랑은, 평범하다 못해 이게 정말 사랑이라고? 의문이 드는 사랑들이다. 늘 보아 왔듯이 운명과도 같은 사람을 만나 첫 눈에 반하고, 그 사람 없으면 죽고 못사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삶에 찌들고 힘들지만 그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보듬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라 생각하고 살아'지'는 그런 '사랑'. 

 

외로운 남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 남자들을 거부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이게 사랑인가보다 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고 사랑이 삶이 되어 버리고 나면 그제야 아차, 이건 뭐지? 잠깐 떠올리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버렸고 모든 것은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모르고 지나온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어떤 형식으로든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어린 시절 아련했던 추억으로(「내 사랑 개시」), 흘러흘러 섬으로 들어와 외로운 총각에게 마음주고 살림을 꾸린 여자의 삶에서(「애생은 이렇게」), 인간인지 아닌지 어디선가 나타나 마음만 가지고 떠나버린 그녀를 못 잊어 애타게 찾는 외로운 총각에게도(「뭐라 말 못 할 사랑」).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 또 다시 그렇게 살아'질'까, 두려워하는 창녀(「판녀」)나, 찌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중년의 부부에게도(「그 여자의 연애사」).

 

달해서 평생 그것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이, 결국은 "같이 밥 먹고 잠 잘" 사람이면 족한 것으로 끝나 버리는 일은 씁쓸하지만 그런 깨달음이 있으므로 우린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도 모르지. '같이 밥 먹고 잠 잘 '사람을 찾기 위해. 그게 비록 사랑이고 연애의 끝이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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