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눈꺼풀이 없는 생선, 감지 못하는 게 아니라 감을 수 없는 생선,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눈을 감지 않기 위해서 지은 닉네임 '생선'"의 본명은 김동영이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김동영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말라며 잘린 직장에 어이없어 하다가 가진 재산 툴툴 털어 여행을 떠난다. 서른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부제를 가졌지만 그 계획은 아주 오래 전 잭 케루악의 『on the road』를 읽고 가진 꿈이었고, 그레이플 데드와 스티븐 밀러 밴드의 음악을 좋아하면서 언젠가는 떠날 여행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그 장소는 그들이 숨 쉬었던 미국이었고, 미국에서도 Route66, 새로 생긴 40번 도로가 아니라 길 위를 맴돌고 있는 영웅들의 유령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를 66번 도로를 따라 미국을 횡단한다는 것이 그의 여행 계획이었다. 언젠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곳! 꿈의 도로, 그래서 그 길은 김동영에게 순례의 길과도 같은 곳. 김동영, 생선의 미국 횡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LA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다시 LA로 가는 동안 그가 되새겼을 많은 추억, 상념들, 기억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과 곳곳의 느낌들이 오롯이 이 책에 들어 있다. 더 없이 넓은 길을 혼자서 운전을 하며 때론 사막에서, 때론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으로 지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외로웠겠지? 나도 떠나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이국적인, 어쩐지 미국스러운 사진들과 감성적인 김동영의 문체에는 8개월, 230일 동안의 미국 여행기에서 느낀 감정들이 들어 있다. 돈이 떨어져 잠시라도 일을 해야 했고, 보다 나은 나이아가라 풍경을 보기 위해 캐나다로 넘어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세관에 붙잡혀 불법체류자로 심문을 받아야 했고, 기억 속에 잊혀진 반딧불의 반짝임에 숨 막히는 경험을 하고,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보면서 눈물겨워 했다. 그리고 네브래스카를 관통해서 서부로 가는 80번 도로에서 바라본,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위로 지는 노을은 가장 슬픈 풍경을 만들어 내지만 그 아름다운 길에서 그를 찬란하게 만든 여행은 많은 추억을, 30년 동안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혹은 사람들은 늘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는가 보다. 그 길지 않은 혼자만의 순례길은 앞으로 살아갈 긴 인생에서 언제나 힘이 될 것이고, 삶이 권태로울 때마다 떠 올릴 추억이 될 것임이 틀림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마침내! 떠나는 것인가 보다.

한정수량으로 준 CD에서 <500miles>를 부르는 "The Innocence Mission"의 'Karen Peris'의 노래는 김동영이 느끼듯 가녀린 목소리로 한숨 쉬듯 부르는 노래에서 나 역시 서글픔이 느껴진다. 그것은 김동영이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아 서글퍼지는 것과는 반대로, 누구나 떠나는 여행을, 그 간단한 용기를, 내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영원히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예감에서 오는 서글픔. 그것인 것 같다.

너무나 감성적인,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거슬리지만, 편집부분은 마음에 든다. 역시 자기계발서를 읽기보다는 이런 감성적인 문장들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들을 찾아 동지의식?을 느끼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날 발전시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멋! 내 맘하고 똑같아!! 하며 호들갑 떨면서 밑줄 좍좍 긋고..ㅋ

아쉬운 점 하나, 그가 다닌 길 위를 가리키는 작은 지도가 첨부되었다면 그의 여정이 더더욱 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동서횡단은 알겠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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